2014 사랑의 몰래 산타 100여명…아이들 찾아‘깜짝 선물’전달

▲ 사천의 몰래 산타들. (사진=사랑의몰래산타사천추진위원회 제공)

“...괜찮아질 거라는 말, 이겨내라는 말/ 가시처럼 나를 찌르는 말... 전부 가진 줄 아는 자에겐 잃을 게 너무 많아서/ 이 세상을 다 잃은 슬픔 같은 건 쳐다보려 하지 않아...”

지난 9월 발매된 가수 윤상의 노래 ‘날 위로하려거든’ 가사 중 일부다. ‘위로와 공감, 힐링’이 유난히 키워드로 주목 받았던 올 해 끝자락에서 이 노래 가사는 또 다른 공감대를 만들어낸다. ‘위로 같지 않은 위로’는 오히려 가시가 되니 그저 내버려두라는 호소다. 나와 너, 우리에게 그리고 아무도 들여다보지 않는 슬픔에 휩싸인 그 누군가들에게 진정한 위로는 무엇일까.

누구의 슬픔이든 간에 깊숙한 곳을 들여다보면 ‘필요’가 보인다. 그 필요는 누군가의 빈자리일 수도 있고 물질일 수도 있고 눈물일 수도 있다. 그 비어있는 공간을 채우는 것이야말로 내팽개쳐지지 않을 위로일지 모른다. 언 손을 불어가며 사천 곳곳의 어려운 이웃들을 만난 ‘몰래 산타’들의 선물이 이 겨울밤 더 반짝였던 이유도 그들의 발걸음이 ‘위로’였기 때문이다.

“선서! 하나, 우리는 소외된 이웃에게 사랑과 희망을 전달하는 사랑의 산타입니다. 둘, 우리는 나만이 아닌 ‘우리’라는 아름다운 말을 전달하는 사랑의 산타입니다. 셋, 우리는 앞으로도 돈이 아닌, 사람을 위하는 따뜻한 세상을 만들기 위해 1년 365일 산타가 될 것을 맹세합니다.”

▲ 발대식에서 산타 선서를 선창하고 있는 정대은 씨.
21일 오후 4시 30분 삼천포종합운동장에는 100여명의 산타들이 찬 기운을 떨쳐내며 결의에 찬 선서를 했다. ‘차별 없는 아름다운 세상, 2014 사랑의 몰래 산타’가 4회 째 사천에서 열리던 날이었다.

11월부터 ‘몰래 산타’ 행사를 준비해 온 참가자들은 적게는 7명, 최대 10명 조원으로 구성된 11개조로 나뉘어 곤양, 곤명, 서포면을 비롯해 사천읍면지역과 동지역의 소외계층 가정을 찾았다. 이들은 차량 운전, 산타할아버지, 율동, 풍선 만들기, 사진 찍기 등 역할을 분담해 총 36가구의 아이들에게 ‘크리스마스 깜짝 파티’를 선사했다. 각 가정으로 출발하기에 앞서 ‘몰래 산타’들은 발대식과 삼천포종합운동장에서 삼천포농협으로 ‘산타 행진’을 진행하기도 했다.

▲ 몰래 산타에 참여한 ‘최강 1조’ 조원들. 왼쪽 앞줄부터 강가현, 구하영, 손승호, 윤예슬, 박희진, 표승우 씨, (왼쪽 뒷줄) 김용국, 성수곤 씨. 기타 연주로 아이들의 큰 호응을 얻었던 표승우 씨는 “사천에 기타 칠 줄 아는 분들이 많이 참여하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했다.
▲ 몰래산타 4조 조원들.
사천읍에서 두 번째 대상가정의 아이들을 만나고 다음 가정으로 이동하려던 1조의 산타할아버지 손승호 씨는 “차별 없는 사회를 위해서는 다 보듬어 갈 수 있는 소소한 마음이 뭉쳐서 이웃에게 따뜻한 정을 나누는 것이 필요하지 않겠느냐”며 “아이들 마음속에 남는 산타이고 싶다”고 전했다.

한편, ‘차별 없는 아름다운 세상 2014 사랑의 몰래 산타’는 2004년 경기지역청년단체협의회에서 시작해 현재 전국 80여개 지역에서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운영하고 있는 행사다. 저소득층 가정의 아이들에게 선물을 나눠주며 함께 즐거운 시간을 보내며 크리스마스의 종교적 의미를 넘어 ‘이웃 사랑’을 실천하는 나눔 활동이다. 사천에서는 지난 2011년 첫 회를 시작으로 올해 4번째다.

<인터뷰1>
“‘몰래 산타’ 4년, 계속 해야지요!”

▲ 4년 동안 꾸준히 아이들에게 ‘산타’가 돼준 윤호성 씨.
윤호성 씨는 2011년 사천에서 처음 ‘사랑의 몰래 산타’가 진행 될 때부터 참여해 왔다.
“첫 회 할 때보다 참여하는 사람들이 늘어서 참 좋습니다. 특별히 학생들이 이 활동을 하면서 느낄 수 있는 게 많은 것 같아요. 그 자체가 좋죠.”
한 해도 거르지 않고 ‘몰래 산타’로 어려운 가정의 아이들을 찾았던 윤 씨에게 ‘산타가 된다는 것은 선행의 의미를 넘어선다.
“산타가 되는 것은 제 아이나 학생들에게 모범이 보이는 일이지요. 오늘 우리가 찾은 가정보다 더 많은 가정이 소외돼 있는데 그들을 더 많이 돌아볼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되면 좋겠습니다.”
 

<인터뷰2>
아빠와 아들, ‘산타 되다’

▲ (왼쪽) 아들 정덕진 학생과 아버지 정문기 씨.
“우리는 가진 것에 대해 풍족함을 모르고 살지요. 덜 가진 사람들에게 나눠주는 것이 맞죠.”
정문기 씨는 지난해에 이어 두 번째로 ‘산타할아버지’가 됐다. 아이들이 산타로 분장한 모습을 보며 실제 산타할아버지가 있는 것처럼 느끼고 즐거워하는 모습에 덩달아 기분이 좋았다고.
“좋은 연말, 이웃과 함께 나누고 싶다”는 아빠의 마음에 아들도 동참했다. 정덕진(진주중앙고·1) 학생도 3회 때부터 ‘몰래 산타’로 참여하고 있다.
“더 힘든 사람들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고 직접 만나면서 더 다양하게 돕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됐어요.”
두 사람의 선한 미소가 꼭 닮았다.
 

<인터뷰3>
“후배들아, 몰래 산타 함께하자!”

▲ 수능을 끝내고 ‘대학 합격’까지 마친 사천고등학교 학생들. (왼쪽부터) 강가현, 구하영, 윤예슬 학생.
올해 처음 ‘몰래 산타’에 참여한 사천고등학교 3학년 강가현, 구하영, 윤예슬 학생은 일찍이 대학 합격을 결정지었다.
현재 사천고등학교 학생회장을 맡고 있는 윤예슬 학생은 “수능 끝나고 무료한 고3 시기일 수 있는데 이렇게 뜻을 모아 참여하게 돼 좋아요. 행사를 마치고 가면 후배들에게도 꼭 한번 참여하라고 독려하고 SNS를 통해서도 많이 알리고 싶다”며 소회를 말했다.
강가현 학생은 “아이들이 좋아하는 모습에 너무 기쁘고 따뜻해지는 느낌”이라며 보람을 전했고 구하영 학생도 “어려운 환경의 아이들을 보면서 나는 그 동안 편하게 지냈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후배들도 많이 참여하도록 알리겠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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