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방장, 신입! 잘 모셔라,”

평시에는 폐방 후에 신입자가 들어오는 경우는 없다. 저녁 식사가 끝나고 주간 담당 간수가 퇴근하고 야간 근무자가 교대하면 방문이 잠기고 다음날 아침까지 문이 열리는 일이 없다. 그날 내가 들어간 시간이 밤 12시 남짓 된 시각이니 그야말로 감옥에서는 한 밤중이다.

한참 깊은 잠을 자다가 깨어나면 기분이 좋을 리가 없겠지만 감옥 경력이 많은 감방장은 군말 없이 자리를 배치해 준다. 깊은 밤에 들어오는 사람은 다소 특별한 죄수임에 틀림없다. 양심수이거나 정치범 같은 ‘범털’일 것이기 때문이다.

“ ‘배식’, 옆으로 자리 옮겨. 자리를 내어 주라!”

4평 남짓한 방에 장골이 열 명이 수용되어있는데 벽을 따라 발을 가운데로 하고 양쪽에 줄지어 누워있다. ‘배식’이란 말 그대로 급식이 들어오면 나누어 주는 역할을 하는 사람인데 감방 서열로는 감방장 다음 위치다. ‘배식’은 감방장 앞자리가 자기 자리이다. 그 자리를 내어주고 하나씩 밀려 내려가니 감방 내 전원 ‘인사이동’이 일어났다. 아닌 밤중에 홍두깨 격으로 졸지에 서열이 강등된 배식이 눈을 홀기며 내려간다.

내가 잠시 머문 그 감방은 ‘폭력항소 방’이었다. 폭력으로 감옥에 와서 1심에서 징역형을 받고 항소를 준비하는 미결수 방이다. 가벼운 폭력 행위는 경찰서 유치장 수감과정에서 벌금이나 구류 따위로 대부분 처리되어 나간다. 그런데 감옥까지 와서 또 일심에서 유죄를 받은 자들이니 동네에서는 제대로 깡패 노릇을 하는 자들이다. 이런 자들이 좁은 공간에 모여 있으니 사단이 일어나지 않는다면 오히려 이상하다. 한 날 감방장이 운동하면서 슬쩍 귀띔을 했다.

“아무래도 아이들 서열을 잡아야 할 것 같아요, 선생이 면회 나가면 할게요, 알고 계세요.”

진해에서 온 ‘배식’과 부곡에서 온 녀석 사이의 갈등이다. 감옥에서의 싸움은 아주 간단한 문제에서 시작한다. 둘은 상대를 ‘양아치’라 불렀고 스스로는 ‘건달’이라 했다. 내가 보기엔 둘 다 동네 깡패였는데.

결국 면회나간 사이에 감방에서 치고받았다. ‘배식’ 은 코뼈가 내려앉았고 배식 자리에서도 내려앉았다.
국회에서 소위 ‘사자방’의 ‘자’에 관한 공방이 벌어지고 있다. ‘사자방’은 ‘사대강, 자원외교, 방위산업 비리’의 줄인 말이고 ‘자’는 자원외교에 관한 것이다.

국고 100조가 날라 갔다는 소위 해외자원개발 실패를 ‘자원외교’라고 고상하게 불러주어야 할까? 공자도 정명(正名)이 중요하다 했다. 정확한 이름을 짓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 문득 호칭 하나 잘 못 불러 코뼈가 내려앉았던 그 때 동네 깡패가 생각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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