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들은 매번 똑같은 이유로 내게서 훔쳐간다. 목적은 그저 분주하게 움직이는 데 사용하기 위함이다. 나는 저들처럼 많이 움직이는 종을 본 적이 없다. 나의 검은 피로 승용차 연료탱크를 가득 채우고 사방팔방으로 아주 빠르게 돌아다닌다. 대개의 경우 저들의 목표는 저희의 출발지점으로 되돌아가는 것이다.’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제3의 인류’라는 소설에서 따온 글이다. 화자는 지성을 가진 지구이고 검은 피는 석유를 말하며 부지런하기 짝이 없는 종은 인류이다. 지금까지 지구에서는 생물의 대부분이 소멸한 대멸종사태가 다섯 차례 있었다.

대규모 화산폭발이나 소행성 충돌 같은 천재지변에 의한 것이었는데 작금의 상황은 사뭇 다르다. 현재 15분마다 생물 한 종이 사라지고 있는데 그 원인 제공은 지구에 살고 있는 한 생물종이 하고 있다. 안타깝게도 이 종은 ‘인간’이다. 인류에 의해 여섯 번째 대멸종사태가 일어날 위기에 처해있는 것이다.

1일부터 페루 리마에서 열리고 있는 유엔기후변화협약 제20차 회의에서 ‘이대로라면 2014년은 역사상 지구 평균기온이 가장 높은 해가 될 것’이며 금세기 말까지 온실가스 배출량을 ‘0’으로 줄이지 못한다면 대재앙이 닥쳐오는 것을 막지 못할 것이란다.

우리나라에서는 지구의 대재앙을 불러올 공해보다 더 죄악시되는 것은 담배 연기이다. 길거리를 다니는 사람들은 자동차 매연은 개의치 않으면서도 담배연기는 피해간다. 밀폐된 공간에서 자동차 시동을 걸고 있으면 얼마 지나지 않아 사망에 이른다.

자동차 매연은 독가스이기 때문이다. 공항에 있는 흡연실은 오소리 굴 마냥 담배연기가 자욱하지만 그 속에 푹 잠겨 있어도 죽지는 않는다. 유해가스이긴 하지만 독가스는 아니기 때문이다. 그러나 사회적으론 담배연기는 가혹하게 치부된다. 그래서 호화사치품에나 매기는 개별소비세까지 얹어 지난 2일 국회는 담뱃값을 2000원 인상했다.

무려 80% 인상한 것이며 역사상 초유의 일이지만 국회는 무덤덤하고 흡연자들은 찍 소리를 못한다. 흡연이 죄악시되고 있기에 죄악세가 매겨져도 유구무언이다. 지난해 6월의 조세연구원 발표에 의하면 담뱃값을 2000원 인상했을 때 세수가 가장 많은 2조5천억에 이른다. 국민 건강을 위해 담뱃값을 인상한다고 한 것이 무색하다. 이 담뱃값 인상을 듣고 뜻밖에도 김 선생이 생각났다. 그는 이렇게 말했다.

“사랑의 매라니요? 자기 자식은 안 때리면서 남의 자식은 어떻게 때립니까?”

교육운동을 한다면서도 나는 아이들을 때린 적이 있었다. 물론 미워서이다. 학생이라고 다 예쁜 것은 아니다. 특히 약한 아이를 괴롭히는 녀석들에게는 아프게 꿀밤을 먹였다.

그러나 김 선생의 그런 말을 듣고서는 다시는 아이를 때린 적이 없다. 정부가 ‘국민 건강’을 위해서 담뱃값을 올린다는 말을 듣고 문득 김 선생이 말한 ‘사랑의 매’가 생각난 것은 무엇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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