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무상급식비·우수식재료비 등 시비 24억 미편성
학부모 부담 증가에 친환경농산물 비중 감소 전망

 

무상급식 지원 중단에 사천지역 친환경농가들도 타격을 입을 것으로 예상된다. 사진은 사천시 용현면 두레농장 친환경 채소 수확 체험하는 모습.(사진=뉴스사천 DB)

경남도가 무상급식 관련 예산 257억 원을 내년도 당초 예산에 편성하지 않고 예비비로 넘긴 채 11일 도의회에 제출했다.

‘경남도가 편성하지 않으면 우리도 하지 않겠다’고 밝혔던 사천시 역시 내년도 무상급식 시비 부담액 15억7000만 원과 전액 시비인 친환경 우수식재료비 8억5600만 원 등 24억2600만 원을 편성하지 않고 예비비로 넘겨, 시의회에 제출할 예정이다.

이에 사천지역 학생들에게 안전하고 좋은 음식을 먹이겠다는 뜻으로 출발한 사천시 친환경농산물 급식에도 빨간불이 켜졌다. 급식의 수혜자인 학생과 학부모, 지자체 문제에 그치지 않고, 친환경농산물을 생산하는 농민들에게까지 영향이 확대되고 있다.

사천시농업기술센터 측은 “경남도가 초중학생 무상급식 비용을 편성하지 않아 시비 부담액도 예비비로 돌렸다”며 “전액 시비인 우수농산물 식재료비는 무상급식이 되지 않은 동지역 고등학교나 사립 유치원 등에 지원하고 있는 상황인데, 형평성 차원에서 함께 편성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에 각 학교별 친환경농산물 식재료 구입 비용 감소로 지역 농가들의 타격이 예상된다.

최근 사천교육지원청이 밝힌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도내 초중고등학교에서 전체 식재료비로 사용한 금액은 72억7800만 원으로 집계됐다. 초등학교 29억9600만 원, 중학교 16억2500만 원, 고등학교 26억5600만 원 등이다. 무상급식이 실시되는 초등학교의 경우 전체 농산물 대비 도내 친환경농산물 사용비율이 평균 49.7%에 달했다.
 

뉴스사천 자료사진.

사천시 친환경생산자영농조합에서 생산한 지역우수농산물은 사천 관내 40여 개 학교에 공급되고 있으며, 2010년 26종 2억7000만원에서 2011년 48종 4억8000만원, 2012년 55종 8억 원, 2013년 11억 원으로 매년 납품실적이 증가하고 있는 추세였다. 그만큼 친환경농산물을 생산하는 농가들도 안정적인 판로와 수익을 기대할 수 있었던 것.

그동안 사천지역의 경우 분기별로 사천교육지원청, 생산자, 영양사들이 모여 각 학교에 공급될 친환경농산물식자재의 품목별 단가를 협의하고, 수량 등을 결정해왔다.
 

하지만 내년도 무상급식지원 자체가 불투명해지면서, 일선학교에서 친환경농산물을 구매하는 비율은 낮아질 전망이다.

김형석 친환경생산자영농조합 대표는 “급식과 먹거리에 대한 생각이 없는 정치인들이 문제”라며 “당장 일선 학교에 친환경우수농산물 식자재 공급이 줄어들어 농가 소득 하락이 예상된다. 아이들의 건강한 먹거리를 지켜주지 못할망정 걷어차서야 되겠는가. 농민들도 가만히 있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일선 학교 영양사들에 따르면, 무상급식을 실시하는 학교의 경우 평균 40~50% 수준이지만, 무상급식을 실시하지 않은 학교의 경우 20~30%로 친환경농산물 사용비율이 상대적으로 낮다고 밝혔다.

한 초등학교 영양사는 “과거처럼 다시 급식이 학부모 부담으로 돌아가면 현재 수준보다 급식비를 낮춰야 하는 상황이 생긴다”며 “예산범위 내에서 식단을 짜야하기 때문에 당연히 지역 친환경농산물을 못 쓰거나, 비율을 낮출 수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사천교육지원청 관계자는 “무상급식 지원이 중단되면 학부모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다”며 “교육청에서는 가능한 모든 채널을 동원해 이번 사태에 대응하고 있다. 무상급식이 철회되지 않도록 많은 이들이 적극 나서달라”고 말했다.

이 소식을 접한 학생들은 씁쓸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사천여중 한 학생은 “어른들이 먹는 것을 가지고 장난치는 것 같다”고 말했다. 학부모‧소비자단체들의 반응도 별반 다르지 않았다. 10일과 11일 도내 여러 단체들이 잇단 기자회견을 열고, 무상급식을 정상화시켜줄 것을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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