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내일 서울로 끌려가게 되었어. 휴우. 아무리 버텨도 안 되겠어.”

전화를 받자 말자 시인이 내 뱉은 첫 말이다. 아닌 밤중에 무슨 소리인가? 10년의 해직 교사 생활을 끝내고 학교로 복직한지 얼마 되지 않았는데. 그동안 못쓴 글을 쓰겠다며 학교를 스스로 퇴직하여 강원도 산골 어딘가에 허름한 움막 같은 농가를 하나 구해 입산했다는 소식을 들었던 것이 얼마 전이었는데, 들어보니 청와대로 들어간다는 것이다.

노무현 정부는 교육부총리, 새교육위원회 위원장 그리고 청와대 교육비서관 이렇게 삼각 편대로 교육정책을 이끌어 갔다. 다른 정부와 달리 청와대에 교육부문 수석비서관을 두지 않고 비서관이 수석의 역할을 하고 있었는데 그 자리로 간다는 것이었다. 난 격려하면서도 또 한 편 측은해 지기도 했다. 워낙 권력의지와는 거리가 멀어 고사를 했지만 마음이 약해 끝까지 거절하지는 못한 모양이다.

“ 이제 행복 끝 고생 시작이여! 불쌍하다 여기고 앞으로 잘 부탁해요.”

결국 1년 남짓 만에 프랑스의 아동문학상을 타러 간다는 것을 핑계로 청와대를 떠나 초야로 숨어들었다가 남해에 있던 나에게 잠시 놀러 왔다.

“ 청와대란 구중심처가 그렇게 힘들었어? 좀 더 있지 그랬나? 듣자하니 대통령과 토론을 제일 많이 하는 청와대 참모라고 들었는데?”
“ 대통령은 학구열이 굉장한 양반이야, 정말 청와대에서 공부를 제일 많이 하는 분이야. 그러니까 젊은 참모들도 토론을 하면 쩔쩔 매게 돼, 청와대를 통틀어 제일 뛰어난 이론가일걸.”
“ 호오, 그런데 당신이 그런 대통령과 토론의 맞수란 것이구먼.”

“ 일과 후에 나를 부르는 횟수가 많은 편이긴 한데 실제 이유는 따로 있어, 여사께서 싫어해서 내실에서는 담배를 못 피우는 모양이야, 그러니까 담배 피우는 나를 찾아 토론을 빙자해서 같이 피우는 것이지 하, 하!”

그러고 보니 비슷한 경험이 나에게도 있었다. 장관 시절에 단 둘이 만나자는 전갈이 와서 창원 모 호텔에서 만났다. 들어보니 짐작한데로 대통령 선거에 출마에 관한 것이었다. 언제나와 마찬가지로 노 장관은 달변이며 거침이 없었다. 한 참 이야기를 나누다가 내가 물었다.

“ 장관님, 담배 태우십니까?”
“ 예, 좋아 합니다, 그런데 담배가 없어서, 한 대 빌려 주시겠어요?”

둘은 내 담배를 놓고 서로 맛있게 담배를 피우면서 열띤 토론을 벌였다. 노무현 대통령은 당시에도 담배를 끊기 위해 노력했던 모양이다. 금연을 시도하는 사람들의 공통점은 담배를 지니고 다니지 않는 것에서부터 시도하는 법이니까, 국정감사장에서 벌어지는 담뱃값 인상 논란을 보면서 애연가였던 노무현 대통령과 김진경 시인이 문득 생각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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