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천에서 근래 보기 드문 수질오염 사고가 일어났다.

사고 발생 지점은 하동 북천면의 국도2호선 북천터널 공사현장인데, 사천 곤명면과 경계한 곳이다 보니 피해는 고스란히 사천의 몫이다. 곤명 초량과 원전을 거쳐 곤양 상정과 서포 조도에 이르기까지 희뿌옇게 오염된 물이 시간차를 두며 내를 뒤덮었다.

이 과정에 모래무지, 납자루, 돌고기, 갈겨니, 피라미, 잉어 등 초량천과 곤양천에 깃들어 살아가던 뭇 생명들이 날벼락을 맞았다. 겨우 생명의 끈을 붙잡고 살아남은 것들도 이후 어떤 운명을 맞을지 모를 일이다.

정확한 조사가 이뤄져야 사고원인이 밝혀지겠지만 경찰이나 행정당국에서는 터널공사 현장에서 사용하던 알루미네이트계 액상 급결제가 정상적인 폐수처리 과정 없이 냇가로 흘러들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만약 이런 추측이 사실이라면 큰일이다. 알루미네이트계 액상 급결제는 pH14에 이를 정도의 강알칼리성에다 피부 부식을 일으키는 등 인체에 아주 해로운 물질이다. 이것을 사용해 굳어진 콘크리트 덩어리는 지하수 등에 녹아나지 않도록 일반 콘크리트보다 더 엄격히 관리되어야 하는데, 이것이 액체 상태로 냇물에 흘러들었으니 사태의 심각성을 짐작할 수 있다.

정부 산하기관인 부산국토관리청이 직접 감독하는 공사현장에서 사고가 났다는 점도 놀라운 대목이다. 사고현장에는 폐수처리시설이 설치돼 있었지만 제대로 작동되지 않은 모양이다. 갑작스런 큰 비가 내린 것도 아닌데, 사고 원인을 두고 여러 가지 의구심만 쌓여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사고현장이 하동군에 있다는 이유로 사고조사도 하동군이 모두 맡는다는 것은 문제가 있다. 피해가 사천시에 집중되고 있고 1차 피해 말고도 2차 피해가 어떤 형태로 일어날지 모를 상황에서 사천시가 뒷짐 지고 있을 순 없는 일이다.

사천시는 물론 환경단체나 지역주민대표가 참여하는 공동조사단을 꾸려야 한다. 그래야 불필요한 오해와 갈등을 줄일 수 있을 것이다.

저작권자 © 뉴스사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