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황이 떠난 지 며칠이 지났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국민들에게 큰 감동의 울림을 남겼다.

짧다면 짧은 100여 시간의 체류 기간 중에 많은 사람들을 만나 위로하고 축복하며 숱한 감동적인 어록을 남기는 긴 일정을 소화했다. 교황의 발자취를 살펴보면 하나같이 귀한 행적들이라 지우긴 아쉽지만 굳이 하나씩 걷어 낸다면 결국 제일 마지막에 남는 것은 ‘세월호 가족’이었다.

8월15일 대전 월드컵경기장 성모승천대축일 미사의 삼종기도에서 이렇게 축원한다.

“세월호 침몰 사건으로 생명을 잃은 모든 이들과 대재난으로 여전히 고통 받는 이들을 성모님에게 의탁한다. 이 비극적 사건을 통해 모든 한국 사람들이 슬픔 속에 하나가 되었으니 공동선을 위해 연대하고 협력하는 그들의 헌신적인 모습을 확인할 수 있기를 바란다.”

교황은 이미 4월16일 세월호 참사 직후 다음과 같은 메시지를 보내왔었다.

“세월호 참사를 계기로 한국인들이 윤리적, 영적으로 새롭게 태어나기를 바란다.”

프란치스코 교황이 던진 메시지는 단순한 빈말이 아니었다. 그는 방한한 첫날부터 떠나는 날까지 줄곧 세월호 유족들과 함께했다. 공항에 영접 나온 세월호 가족들을 다정히 손잡아 주는 것을 시작으로 세월호 유족 위로 일정이 계속 이어진다.

우리나라 국민 한 사람을 대상으로 교황이 직접 세례를 준 최초의 신자가 된 이호진 씨도, 광화문에서 만난 ‘유민 아빠’도 세월호 유가족이었다.

교황은 예외적으로 카프레이드 도중에 직접 내려 그의 손을 잡았고 가족들의 간절한 마음이 담긴 편지를 받아 자신의 옷 속에 간직했다. 방한 기간 내내 그의 가슴엔 세월호 가족들이 전달한 노란 리본이 달려 있었는데 18일(현지시각) 바티칸으로 돌아가는 전세기 기자회견에서 교황은 이렇게 말한다.

“세월호 추모 리본을 유족에게서 받아 달았는데 반나절쯤 지나자 어떤 사람이 내게 와서 ‘중립을 지켜야 하니 그것을 떼는 것이 좋지 않겠느냐’고 하기에, 인간적 고통 앞에서 중립을 지킬 수는 없다고 말해줬다.”

세월호 가족인 김형기 씨는 교황께 이렇게 부탁했다.

“지금까지 진실을 은폐해온 정부를 믿을 수 없다. 가족들에게 어떤 고난과 고초가 닥칠지 모른다, 두렵다. 그 때 교황님이 우리를 도와 달라.”

참담하다! 어떤 자들이 이들을 괴롭히며 두려움에 떨게 하는가?

‘세월호 특별법 괴담’이란 것이 급속히 퍼지고 있다. 오로지 ‘진상규명’ 만을 요구하는 세월호 유족들을 ‘시체장사’하는 사람 정도로 매도하고 있는 내용이다.

여론조사 전문기관 한국갤럽이 7월 29-31일까지 성인 1016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를 보면 진상조사위에 ‘수사권을 쥐야 한다.’라는 물음에 찬성 53%인데 반대는 절반이 안 되는 24%에 불과하다.

연령대 별론 30대는 66%, 40대는 64%, 20대는 57%, 심지어 보수성향이 강한 50대도 49%가 찬성하고 있다. 60대 이상의 찬성 27% 대 반대 34% 제외 하곤 전 연령대에서 찬성이 더 높게 나오고 있다.

세월호 특별법은 세월호 가족뿐만 아니라 국민 다수가 원하고 있는 것이다. 세월호 유족에 대한 패륜적인 공격은 이런 여론과 무관해 보이지 않는다. 국민과 가족을 이간시키기 위한 괴담인 것이다.

‘유민 아빠’ 김영오씨의 초인적인 단식은 40일이 훌쩍 넘어가고 있다. 사랑하는 딸아이의 죽음을 가슴에 묻은 채 이제 그의 생명 불꽃도 서서 히 사그라지고 있다.

자갈치 시장에서 활짝 웃는 대한민국 대통령의 모습을 TV뉴스에서 보며 문득 ‘유민 아빠를 위로하는 교황의 자애로운 슬픈 미소’가 떠올랐다.

저작권자 © 뉴스사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