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삼천포도서관 전경.
정말 좋아하는 그림책 중에 『How to Live Forever』라는 책이 있습니다. Colin Thompson의 작품으로, 책들이 옹기종기 모여 있는 도서관을 사실주의에 가까운 일러스트로 보여줍니다.

그리고 제목의 200년 전에 사라진 『How to Live Forever』라는 책이 알려주는 대로 수많은 책이 기다리고 있는 회랑을 지나다보면 탁 트인 밤하늘과 우주가 기다리고 있습니다. 그 과정이 정말 숨 막힐 듯 환상적입니다.

그림책의 영향 때문일까요? 도서관을 방문할 때마다 어떤 비밀이 숨어 있을 것 같은 묘한 기분을 느끼게 됩니다. 이 세상의 책이 웅크리고 있는 곳이 도서관인데, 정말 영원히 사는 법을 알려주는 마법의 책도 있을지 어떻게 알겠어요.

사천시의 대표 도서관은 두 곳입니다. 삼천포 도서관은 1990년, 사천도서관은 1991년에 건립됐으니 사천군과 삼천포시가 통합된 1995년 이전에 이미 자리를 잡아 지역주민들의 지혜의 보고가 되었습니다.

두 도서관 중에 먼저 찾아간 곳은 삼천포도서관입니다. 시내도 들어서기 직전의 좌룡동 삼거리에 위치해 있어 삼천포로 접어들었다는 관문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도서관이 관문이라니 참 멋지지 않나요? 마치 지혜의 상징인 느낌을 주니 말입니다.

삼천포도서관은 지하까지 포함해서 4층 시설입니다. 1층은 어린이자료실, 2층은 디지털미디어실, 3층은 일반자료실이며 각 층에는 열람실이 따로 있어서 책을 보거나 공부를 할 수 있습니다. 식당 및 편의시설은 당연히 지하에 있겠죠? 전형적인 도서관 구조입니다. 옛날 생각 참 많이 나더군요.

과거 학창시절에 도서관을 무던히도 자주 찾았습니다. 당시 도서관 입장료로 100원을 냈었는데요, 물론 나중에 도서관을 나설 때 다시 받아갔던 기억도 납니다. 이제 생각해보니 조금 이상하네요. 왜 그랬을까요? 여하튼 시험기간에는 공부하는 장소였고 심심할 때는 책도 빌려볼 수 있었으니 놀이터로서 부족함이 전혀 없었습니다.

▲ 사천도서관 전경.
또 이성에 대한 호기심이 왕성하던 그 때는 아주 약간의 일탈의 창구가 되기도 했습니다. 교회에 다니는 친구들이야 일명 교회오빠라는 말처럼 신앙생활을 빙자한 공식적인 만남을 가졌다고 하지만, 그럴 주변머리도 없는 친구들은 도서관에만 가야 과거 국민학교(초등학교) 여학생들을 어쩌다가 라도 만날 수 있었으니까요.

남녀 열람실이 구분돼 있었으나 식당 또는 등나무 아래 쉼터에 있다 보면 여학생들이 쉬러 나오는 모습을 보게 되었고, 실제로 그렇게 만나서 반갑다 인사를 하고 친구의 친구가 엮여서 사귀는 모습도 많이 봤습니다. 그야말로 부러움의 대상이었죠. 나에게도 그런 행운이 올까 하는 마음에 여드름 가득한 까까머리들이 죽어라고 찾았던 것 같습니다.

삼천포도서관에서도 제법 많은 학생들을 볼 수 있었습니다. 이유는 아니나 다를까 시험기간이기 때문이고요. 허미선 사서 선생님의 말에 따르면, 과거의 현재의 도서관 이용률은 상당히 차이가 난다고 합니다.
예전에는 별다른 행사를 하지 않아도 늘 바글바글 댔는데, 요즘은 정말 다양한 문화행사를 개최하고 있어도 과거만큼 반응이 뜨겁지 않다고 하네요.

삼천포도서관에 등록된 책은 대략 14만권 정도 되지만 대출이용자는 대략 300명 선이라는 것도 하나의 지표로 삼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사실 자동차가 없으면 방문하기가 쉽지 않다는 교통편의 부족도 하나의 원인으로 삼을 수 있겠습니다.
▲ 사천도서관 3층 일반열람실을 이용하는 아이들.

그런 의미에서 사천도서관의 이용률은 조금 양호합니다. 시내 한 복판인 사천읍 평화리에 있어 교통이 편리하고 접근성이 좋기 때문입니다.

삼천포도서관과 마찬가지로 1층 어린이자료실과 2층 디지털미디어 그리고 3층의 일반자료실로 구분돼 있어 시설은 똑같습니다. 보유한 장서도 비슷한데, 차이는 역시 이용자가 조금 더 많다는 정도입니다.

앞서 간략하게 언급했지만 요즘 도서관에서는 다양한 문화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북스타트를 비롯해서 저자를 초빙해 이야기를 듣는 강연회와 매달 다양한 행사가 펼쳐지고 있는데요, 독서교육에 관심 있는 부모님이라면 도서관행사를 적극 활용하면 참 좋겠다 싶었습니다.

참, 평소에 정말 궁금했던 것도 해소를 했네요. 수많은 사람들이 책을 만지다보면 어쩔 수 없이 상할 수밖에 없는데요, 사천도서관 윤선혜 과장님을 만났을 때 어떻게 처리하느냐고 좀 물었습니다.

연간 평균 5천여 권이 새로 들어오고 2~3천 권을 폐기하게 되는데, 과거에는 책이 필요한 낙도나 오지에 기탁하기도 했지만 책의 과잉시대를 맞아 이젠 헌책을 원하지 않는다고 하네요.

또한 도서관의 직인이 찍힌 책이라 안타깝게도 개인에게 넘기진 않는다고 합니다. 책 욕심이 있는 사람으로서 아깝다는 생각이 간절했습니다. 하하~

▲ 삼천포도서관 3층 일반자료실 소경.
요즘 작은도서관 운동이 펼쳐지면서 아파트나 주택가에 도서관이 많이 개설되고 있습니다. 백범 김구 선생이 그런 말씀을 하셨죠.
 
“오직 한없이 가지고 싶은 것은 높은 문화의 힘이다.”

문화의 힘은 곧 지적 소양에서 나온다고 생각하는 터라 작은도서관 운동은 참 긍정적인 변화가 아닌가 싶습니다.

미국의 경우 맥도널드 가게는 1만2000여 개이지만 공공도서관은 그보다 많은 1만6600여개나 됩니다. 사립도서관까지 치면 12만2000여 개에 달합니다. 미국이라는 강대국의 근원이 도서관에 있지는 않나 하는 생각을 계속 해보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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