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선한 작가의 사천.삼천포 愛 빠질 만한 이야기 - 33

정면에서 바라본 사천어린이영어도서관 모습
사람은 저마다 꿈꾸는 소중한 로망이 있죠. 개인적으로는 언젠가 밝히기도 했지만 온 집안을 책으로 가득 채우고 편안한 의자에 앉아 시간가는 줄 모르고 읽는 겁니다.

그런 로망을 현실로 재현한 공간이 바로 도서관인데요, 온 벽면이 책으로 가득한 장소에 가면 마치 맛있는 식사라도 대접받은 양 속이 든든합니다. 그래서 여유만 된다면 전 세계의 유명한 도서관이란 도서관은 몽땅 방문해보고 싶은 욕망도 있었습니다.

그러다 만난 책이 前 국회도서관장 유종필의 『세계 도서관 기행』인데요, 얼마 전 지방선거에서 관악구청장으로 당선됐던 사람이죠? 인류 지성의 시원(始原)인 알렉산드리아 도서관부터 세계 각국의 유서 깊은 도서관을 모두 소개하는데, 이 책을 보면서 정말 출세하고 싶다는 생각을 처음으로 해봤습니다. 정치인쯤 되니까 이런 기행도 가능하지 않았을까 싶어서 말이죠.

해외 유수의 도서관 기행은 꿈도 못 꾸는 처지라 지역의 도서관이라도 순례를 나서겠다는 마음으로 처음 찾아간 곳이 바로《사천어린이영어도서관》입니다.

사실 그 앞으로는 여러 차례 지나갔지만 막상 방문해야겠다는 생각은 못해봤습니다. ‘어린이’라고 대상을 분명히 하는 명칭에 어른으로서 가기가 조금 저어됐지만 무턱대고 찾아가보니 첫 감상은 ‘참 좋다~!’입니다.

사천어린이영어도서관에 들어가면 제일 먼저 만나게 되는 아동열람실 전경.
아이들이 좋아할 원색의 향연에 눈높이에 맞춰 자리를 지키고 있는 영어책들 그리고 뛰어다니기 좋아하는 아이들의 성향을 고려한 열람실과 눈을 건물 밖으로 돌리면 싱그러운 녹색의 잔디까지, 이런 곳이 있으면 저절로 공부가 될 것 같은 기분입니다.

한 바퀴 돌아보고 나서 도서관 열람실을 지키고 있는 김명준 사서교사를 통해 많은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여러 가지 들은 바와 따로 살펴본 바를 좀 정리를 하면 이렇습니다.

현재 어린이에게 영어책을 공급하고 영어교육을 하는 전문도서관은 경남에 단 세 곳만 있다고 합니다. 그 중에 하나가 사천시에 있다는 건데요. 2층의 아기자기한 건물에 2만여 권의 영어책을 보유하고 학습 및 대출을 해주고 있습니다.

아이들이 세계인으로 커나갈 수 있도록 영어라는 외국어를 친숙하게 받아들이도록 구성하고 수준별 학습을 통해 노는 것처럼 자연스레 영어를 습득할 수 있도록 한다는 게 설립목적입니다.

도서열람실에 입장하면 아이의 영어수준이 어떻게 되는지 북레벨을 살피고 어떤 책을 골라야 할지 동선이 명확하게 드러납니다. 그렇게 실력에 맞춰 책을 고르고 책상에 앉아 책을 읽을 수 있게 되어 있습니다.

요즘은 영어공부를 비교적 일찍 시작하는 경우가 많은데요, 어린 아이들도 놀이하듯 공부가 가능하게 유아열람실도 있습니다.

아무래도 성인에 비해 집중력이 발휘되는 시간이 떨어지고 자제력이 약한 아이들에게 책만 보라고 강요하는 것도 조금은 무리겠죠. 이에 도서관에서는 멀티미디어실인 Cyber Space와 애니메이션 등을 볼 수 있는 DVD Room도 갖춰두고 있습니다.

어린이 눈높이에 맞게 제작된 나지막한 대출시스템
사천어린이영어도서관은 영어라는 주목적 외에 한 가지 테마가 더 있습니다. 바로 사천시가 지향하는 항공우주라는 테마가 도서관 전체에 배어있는데요, 유아열람실의 책꽂이도 날아가는 우주선 모양을 하고 있고, 스터디를 할 수 있는 2층의 Class Room도 Galaxy와 같은 우주천문을 연상케 하는 이름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곳에서 수준별 학습이 행해지고 때때로 학부모를 위한 교육도 이뤄지고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영어교육에 대한 학부모들의 이중적 태도에 대해서도 지적을 하고 싶습니다. 저는 외서수입을 전문으로 하는, 그 중에서도 어린이 영어책을 수입해 보급하는 인터넷서점에서도 직책을 맡고 있습니다.

이에 어린이 영어책과 영어교육 그리고 영어교육시장의 흐름에 대해 다른 사람들보다는 조금 이해도가 높은 편이라고 할 수 있겠죠. 대략 5년 정도 지켜본 바에 의하면, 일부 학부모들은 심할 정도로 무책임한 모습을 보이기도 합니다.

현재 영유아 출판시장은 대략 1조 원 수준이며 이 중에 영어교육시장이 상당 부분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언어습득이 용이한 어린 시절에 좀 더 쉽게 영어교육을 시키겠다는 부모의 열의와 열망이 반영됐다고 하겠는데요, 그 열의만 높다는 것이 문제가 되는 현상이 두드러진다는 겁니다.

책과 학습 자료만 무한정 공급하고는 그것이 전부인양 방기하는데, 아이와 함께 발 맞춰 간다는 게 중요합니다. 아이는 어른의 거울이라는 말처럼 부모가 먼저 공부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책 읽는 모습을 보여주는 자세가 필요합니다.

《사천어린이영어도서관》의 경우, 2011년에 개관해 4년차에 접어들었을 뿐이라 교육과정이 완성되어 있지 않았고 현재는 아이들을 위한 커리큘럼을 완성하는데 집중하고 있지만 나중에는 학부모를 위한 과정도 준비할 거라고 합니다. 자녀교육에 조금 힘이 부친다면 단기강좌를 통해 정보를 구하고 나중에 학부모 과정이 완성되면 도움을 얻는 것도 한 방법이겠습니다.

김명준 사서교사의 말에 따르면, 2011년에 개관을 했으니 4년차로 접어드는데 의외로 모르는 분들이 많고 그게 조금 안타깝다고 하는데요, 대출시스템이 훌륭하게 완비되어 있어 대출을 위주로 방문하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어린이도서관이지만 성인도 이용이 가능하니까 당당하게 출입을 하셔도 됩니다.

사천시 도서관 기행, 다음에 계속 이어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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