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3 학생들도 입시 걱정 내려놨다 ‘제9회 강철컵’ 본선·결승전 열리던 날

▲ ‘날아라 슛돌이’ 팀의 12번 김규진 학생이 후반전에서 두 번째 골을 넣은 후 기뻐하는 모습이다.
‘제9회 강철컵’ 축구대회 본선 경기와 결승전이 열렸던 지난 25일 오후 삼천포고등학교 운동장 트랙에 서서 열렬히 친구를 응원하던 한 학생이 들뜬 목소리로 외쳤다.

“비 맞으면서 축구 하는 게 제일 재밌지!”

경기 시작 전부터 쏟아지기 시작한 비가 갈수록 세차게 내렸지만 사천·삼천포의 ‘열혈남아’들은 젖은 잔디밭이 미끄러워질수록 더 힘을 내는 모습이었다. 응원하는 학생들도 지치는 기색 없이 경기가 끝날 때까지 뜨거운 환호와 격려를 보냈다.

필드에서는 용남고와 사천고 학생들로 구성된 ‘날아라 슛돌이’ 팀과 삼천포고와 삼천포중앙고 학생들이 모인 ‘오꾸닭’ 팀이 ‘강철컵’ 우승을 놓고 격돌 중이었다.

▲ 트랙에 서서 끝까지 뜨거운 응원을 펼친 ‘오꾸닭’ 팀의 응원단. 이들은 경기 내내 한시도 쉬지 않고 갖은 추임새와 함성, 파도타기로 친구들을 격려했다.
삼천포고등학교 출신의 강현철·강한철 두 형제가 축구대회를 처음 창설하며 ‘사천지역 고등학생들이 축구를 통해 마음껏 에너지를 발산하길’ 바랐던 것이 큰 성과를 거두고 있는 듯 했다.

지난 17일 예선전(16강)에 이어 8강전과 결승까지 치른 이날, 대회 우승컵은 2대 1로 역전극을 펼친 ‘날아라 슛돌이’가 차지했다. 사천지역 고등학교 팀이 우승 한 것은 대회 창설 이래 처음 있는 일.

이번 대회 최우수선수상을 받은 우승팀의 주장 정재호(용남고·3) 학생은 “3년 째 이 대회에 참가하고 있는데 항상 첫 경기에서 졌어요. 올해는 우승해서 정말 감격스럽네요”라며 기뻐했다.

역전패를 당한 ‘오꾸닭’의 김정훈(삼천포중앙고·2) 학생은 “비록 졌지만 정말 재밌었고 즐거웠어요”라며 의연하게 말했다. 같은 팀의 김규성(삼천포중앙고·2) 학생은 “이렇게 강철컵 대회에 와서 축구 하면 사이가 서먹했던 친구하고도 친해져서 좋다”며 이 대회가 사천지역 남고생들에게 남다른 의미가 있음을 이야기 했다.

현재 강철컵추진위원회 회장을 맡고 있는 강현철 씨는 “고등학교 학생들의 생활이 학업·진로 고민에만 초점이 맞춰져 있는데 이렇게 잠시라도 하고 싶은 것을 하도록 해 주는 것이 대회의 취지”라며 “앞으로는 고성, 하동, 남해 고등학생들도 참여하도록 확장해 볼 계획”도 전했다.

올해로 9년 째 이어오고 있는 이 대회는 체계적인 자체 규율과 운영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학생들이 각자 팀원을 꾸릴 때 타 지역 학생은 2명으로 제한된다거나 하는 등의 세부 규칙들을 엄중하게 지켜야 한다. 이번 대회에서 그 규정을 벗어난 한 팀은 실격되기도 했다.

강 위원장은 이에 대해 “이 대회가 단순히 축구만 즐기는 게 아니라 법과 규칙, 사회적 합의를 지키고 타인과의 약속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도 배워가는 곳”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이번 대회에는 총 15개 사천지역 고등학교 축구팀의 250명 학생들이 참가했고 연세대학교 축구동아리 ‘KICKS’ 회원 25명도 심판 등을 맡으며 대회 운영에 참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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