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선한 작가의 사천·삼천포 愛빠질 만한 이야기 - 31
이런 실안의 풍경을 가장 편안하게 감상할 수 있는 곳이 있으니 바로 모충공원(慕忠公園)입니다. 이름 그대로 이순신 장군의 넋을 추모하며 1953년 4월 21일(음력 3월 8일) 장군의 탄신일에 맞춰 개원한 공원입니다. 실안 해안도로를 따라 많은 차량이 오가는 길목, 그 입구에 위치해 있어 도도하게 흐르는 사천만과 붉게 물드는 남해안의 정경이 바라볼 수 있습니다.
사천지역 대부분의 공원이 최근에 조성돼 시설이나 여러 가지 면에서 사랑을 받고 있는 반면에 모충공원은 오래된 만큼 주민편익 면에서는 많이 떨어집니다. 하지만 예로부터 지금까지 초등학교 소풍장소로 주로 활용돼 왔으니 어린 시절의 추억이 곳곳에 숨어있는 곳입니다. 이순신 장군의 넋을 기린다는 명분도 좋고, 조용하고 인근에 유흥지가 있는 것도 아니라 아이들 통제하기 쉽다는 것이 아마도 최고의 메리트였지 싶네요.
이젠 사람들의 발길도 많이 줄어서 휴일에 가도 조용하기 그지없습니다. 바다로부터 올려다보면 꽤나 높은데, 뒤쪽의 입구에서 오르면 이순신 동상이 있는 곳까지는 땀도 나지 않을 야트막한 언덕 수준입니다. 붉은 아스콘 바닥을 따라 공원으로 들어서면 이내 깊은 그늘을 드리우는 숲길이 있습니다. 한여름에도 시원한 바닷바람이 어루만져주는 곳이라 언제든 마음을 차분하게 가라앉혀준다는 기분입니다.
현재 사천시에서 거북선 최초 출격지 및 최초 승전지라는 사료를 바탕으로 성역화사업을 벌이고 있습니다. 대략 세 가지 방안을 모색하고 있는데, 어떤 방안이 추진되든 간에 모충공원은 개발이 됩니다. 사실 모충공원 하나만을 강조하며 외지 관광객의 방문을 기대한다는 것은 조금 무리겠죠. 앞으로 새롭게 면모할 거라고 하니 다소 기대도 되지만, 혹시나 추억이 허물어질까봐 걱정하는 분들도 있을 겁니다. 이런 것도 감안해서 개발이 됐으면 좋겠습니다.
사천시에서 가장 유명한 공원은 아무래도 노산공원(魯山公園)이지 싶습니다. 노산공원에 대해서는 예전에 박재삼 시인과 함께 소개한 바가 있는데요, 하지만 앞으로 사천지역에서 가장 유명한 공원은 아무래도 용강동의 용두공원(龍頭公園)이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누워있는 용 와룡산의 머리에 위치해있고 주변 풍경이 그야말로 환상이니 눈이 즐거운 것이 첫째요, 가족과 함께 공원나들이를 하고 싶은 사람, 연인과 데이트를 즐기고 싶은 사람, 걷기운동을 하고 싶은 사람, 자전거 트레킹을 하고 싶은 사람 심지어 드라이브族들까지 만족할 환경이 두 번째입니다.
수려하기 짝이 없는 와룡산의 산세와 와룡저수지의 고요한 물결이라는 천혜의 자연을 그대로 끌어들여 공원으로 만든 곳입니다. 멀찌감치 바라본 용두공원은 참 평화로워 보입니다. 유모차를 끌고 나온 젊은 새댁들이 낮은 나무 사이를 걷고, 허리 굽은 할머니들은 쑥 캐느라 정신이 없습니다. 그 앞으로 졸졸 소리 내며 흐를 듯 개울물이 따라갑니다.
파릇파릇한 봄을 지나 신록이 짙푸른 여름을 관통해 가을로 가면 만산홍엽이 휘감을 테고, 겨울이 와 가끔 눈이라도 내려주면 동화 속 풍경이 펼쳐질 것 같습니다. 아이들 재잘거림, 아낙들의 수다, 초록 잎을 훑고 가는 바람이 사르륵 사르륵 5월을 가로질러 갑니다.
현재 용두공원과 와룡저수지를 잇는 길에는 데크로드 조성사업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아직 미 개통 구간이 남아있긴 하지만 거의 단장이 끝나 조만간 제 모습을 드러낼 것 같습니다. 그날이 정말 기다려지네요.
어릴 때 소풍 떠나기 전날 마음이 유독 설렜던 이유 중에 하나가 소풍 가방에 한 가득 담아갔던 먹을거리 때문이기도 했습니다. 엄마가 정성들여 싸준 김밥과 함께 손을 잡고 시장에 가서 골랐던 과자들을 꺼내먹을 생각에 두근거렸죠. 청춘시절에는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있다는 그 자체가 가장 좋았지만, 그 때도 정성들여 만든 음식을 연인에게 먹일 생각에 즐거웠습니다.
지금도 가족모임으로 가끔씩 도시락 싸들고 도심 외곽 나들이를 하는데, 연세 지긋한 어머니께서 음식을 만드시느라 행복한 투정을 하십니다. 소풍은 그렇게 사람들 들뜨게 합니다. 행복하건 불행이 드리우건 다사로운 봄날은 올해도 어김없이 찾아왔습니다. 파릇하고 싱그러운 초록이 머물러 있을 때 공원으로 소풍 다녀오는 것은 어떨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