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즈음 술이 늘었다. 정확히 말하자면 만취되는 경우가 많아졌다. 어느 날 작정하고 주량을 점검해 보니 평소라면 술기운에 기분이 좋아지고 목소리가 다소 높아지는 정도의 양인데도 필름이 끊길 정도로 대취하는 것을 알았다. 세월호 참사가 일어난 후 생긴 현상이다.

가벼운 증상이긴 하나 일종의 트라우마를 겪고 있는 것이다. 문득문득 떠오르는 세월호 아이들의 억울한 죽음에 대한 비탄, 솟구치는 분노로부터 탈출하기 위해 대취케 하는 뇌 속의 잠재적 기제가 작동하는 것이 아닌가 짐작해본다.

외상 후 장애는 일상생활에서 쉽게 경험할 수 없는 사건들, 이를테면 천재지변, 화재, 전쟁, 신체적 폭행, 고문, 교통사고 등의 피해를 당하거나 그 밖의 대형사고 등을 겪은 뒤에 발생한다. 지금 대한민국 국민들은 경하고 중하고 간에 세월호 참사 관련 ‘외상 후 장애’, 아니 지금도 진행 중이니 ‘외상 중 장애’를 앓고 있다.

세월호 침몰 참사 때, 해경이 도착한 즉시 배에 들어갔다면 모두를 구조하는 것도 가능했을 것이라는 검찰의 진단이 나왔다. 검경합동수사본부가 대검찰청의 디지털포렌식센터를 통해 받은 시간대별 세월호의 기울기를 분석해 보니 해경이 침몰하던 세월호에 도착한 9시 30분부터 106도 뒤집힌 10시 17분까지 47분 사이에 선체에 진입했다면 300명의 승객을 구조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실제로 학생들이 부모에게 보낸 카카오톡을 보면 학생들은 해경의 구조 헬기와 경비정의 도착에 안도하며 선실에서 머무르고 있었다. 해경이 이 때 선실에 들어가 알렸다면, 아니 조타실에서 안내방송만 했더라도 교사들과 학생들은 질서정연하게 퇴선하였을 것이고 지금도 살아 있을 것이다.

맹자는 사람은 누구나 남의 불행을 차마 내버려두지 못하는 마음(不忍人之心)을 가지고 있다했다. 어린아이가 우물에 빠지게 되면 누구나 뛰어가서 아이를 구하게 되어있는데 이것은 칭찬을 받기위한 것도 아니고, 구하지 않았을 때 듣게 될 비난이 두려워서도 아니라고 했다. 단지 사람의 본성이 그러하기 때문이라 했다. 물속으로 빠져들어가는 학생들을 멀뚱멀뚱 바라만 보고 있던 해경들은 도대체 어떤 존재들인가?

유명 사립대 교수로 알려진 김 모 교수는 지난 9일 SNS 페이스북을 통해 “대통령이 세월호 주인인가, 왜 유가족은 청와대에 가서 시위하나, 유가족이 무슨 벼슬 딴 것처럼 생난리를 친다. 이래서 미개인이란 욕을 먹는다”고 주장했다.

이 자는 맹자 말씀을 빌러오지 않더라도 ‘사람도 아니다!’ 입이 더러워 질까 더 이상 언급하지 않겠다. 추악하고 부패한 커넥션으로 엮인 무능한 정부가 미개할 뿐이지 국민은 그렇지 않다. 세월호에서도 선장과 간부선원들은 비굴하게 맨 처음 도망쳤지만 비정규직 하급 승무원인 박지영씨는 “선원들은 맨 마지막이다.
 
너희들 구하고 난 나중에 나갈게”했지만 돌아오지 못했다. 많은 사람을 구조한 진도 대마도 김현호씨는 밤마다 술을 마시지 않으면 잠들지 못한다, 구하지 못한 아이들이 눈에 밟혀서이다. 정신치유 전문가인 정혜신 박사는 유가족, 생존자, 관계자 나아가 국민들에 대한 치유가 시급하다고 말한다. 그의 말을 인용해 보자.

“먼저 세월호 참사에 책임이 있는 모든 사람과 구조를 샅샅이 밝혀내는 일에 나서야한다. 이 참사에 결정적인 책임이 있거나 치명적인 상처를 준 사람들을 끝까지 찾아내서 반드시 그에 상응하는 처벌을 요구해야 한다. 나치를 척결하듯 집요하게 끝까지. 그런 독소적 요소를 제거하는 것이 치유의 본질이다. 정신과 의사가 1 대 1 심리 상담을 1천 시간 하는 것보다 1만 배는 더 치유적인 일이다. 그거 외면하고 심리치유 센터를 짓고 심리치유 사업비 1천억 원을 들인들 아무 의미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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