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선한 작가의 사천·삼천포 愛빠질 만한 이야기-30

언젠가 이 코너를 통해서 밝혔던 내용이지만 낚시는 참 해보고 싶습니다. 가정이 무너지는 가장 나쁜 취미 중에 하나가 낚시라는 말처럼 해악을 강조하는 말도 많지만, 어쩐지 강태공의 세월을 엮는 곧은 낚시는 정말 해보고 싶습니다.

▲ 두량저수지공원 둑방 아래에는 고요한 숲길이 있습니다.
사실 입문이라는 게 낚시용품점에 가서 기본 채비 사들고 던지면 되는 건데 왜 이렇게나 어렵게 생각할까요. 그래서 두량저수지공원에서 붕어를 낚아 올리는 조사님을 보고 맨 처음 느꼈던 감정이 부러움이었습니다.

두량저수지공원은 사천읍 두량리에 있는, 말 그대로 두량저수지를 지척에 끼고 조성한 공원입니다.

공원의 사전적 의미가 “국가나 지방 공공 단체가 공중의 보건ㆍ휴양ㆍ놀이 따위를 위하여 마련한 정원, 유원지, 동산 등의 사회 시설”이라고 되어 있는데요. 이렇게만 보면 두량저수지공원은 보건, 휴양, 놀이시설은 전무한 대신 정원과 유원지와 동산의 역할은 충분히 하는 정도라고 정리할 수 있겠네요. 다시 말해서 천혜의 자연조건을 그대로 공원으로 삼았다고 보면 될 것 같습니다.

그렇다고 지자체 차원의 투자가 없는 것도 아닙니다. 진입로 공사를 비롯해서 자치단체 차원의 기반공사를 하고 있으니 나중에 어떻게 변모할지는 모르겠습니다. 다만 지금 현재의 모습 그 자체로도 충분히 아름답다는 건 분명합니다. 여하튼, 지금은 조사님들이나 꾸준히 찾는 곳인데요. 앞서 이야기한 것처럼 휴일을 맞아 찾았더니 아가씨 조사님께서 열심히 붕어를 건져 올리고 계시네요.

▲ 두량저수지공원에서 낚시를 즐기는 아가씨 조사님.
두량저수지에는 아기자기한 휴식처가 참 많습니다. 봄에는 벚꽃으로 가득한 그늘도 있고 둑방길을 따라 오가는 재미도 있습니다. 그 곁으로는 가족단위로 쉴 수 있는 공간도 있고, 떨어진다고 죽지 않을 만큼의 높이에 철제 구름다리도 걸려 있습니다. 삐걱거리는 철제다리가 은근히 운치 있는데요, 한 가지 우려 되는 것은 날카로운 쇠붙이에 손을 베일 것만 같아 안전에 조금만 더 신경을 썼으면 좋겠다 싶은 느낌입니다.

고요한 두량저수지 곁으로는 숲속을 산책할 수 있는 오솔길이 있습니다. 겉으로는 빽빽할 것 같아도 그 속을 거닐면 자리를 펴고 누울 수 있는 편안하고 널찍한 그늘이 있어, 여름에는 가족단위의 피서객이 참 많이 찾는 편이죠. 아니 겨울만 아니면 피톤치드를 느끼며 고즈넉하게 시간을 보낼 수도 있는, 조용한 시간을 원하는 연인과 가족에게는 최고가 아닐까 싶기도 합니다.

진주시와 접경에 있는 두량저수지공원에서 사천시로 내려오게 되면, 사천읍 가운데 있는 수양공원을 만나게 됩니다. TV예능프로그램 1박2일에서 소개를 한 곳입니다. 예전에는 산성공원이라고 불렀던 곳이고 그래서 수양공원이란 이름 자체를 모르는 분도 많은데요, 산성공원은 일제가 붙였던 이름입니다. 사천시 정명 600주년을 기념해서 개칭한 것이므로, 편하고 익숙하더라도 산성공원보다는 수양공원으로 부르는 게 좋겠죠.

▲ 수양공원의 고즈넉한 3.1의거 광장
수양공원은 입구가 여러 곳이지만 어느 길이든 약간의 경사가 있는 산책로입니다. 그리고 조금만 걸어 들어가면 깊은 그늘이 있는 숲길을 만나게 됩니다. 도심에서 이렇게 정돈된 숲길을 만나기란 그렇게 쉽지가 않죠. 개인적으로는 어릴 때 개구리잡고 메뚜기잡고 놀던 동네 뒷산이 생각나서 무척 즐거워하는 곳이기도 한데요, 과거에는 왜구도 침입하지 못할 정도로 경계가 삼엄한 곳이었을 겁니다.

수양공원은 세종 24년(1442년)에 건립돼 조선조 마지막까지 사천읍성이라는 이름으로 존속된 역사적인 곳이었습니다. 또한 1597년 정유재란 당시에 가장 치열한 전쟁을 벌인 곳이기도 했습니다. 그러니 일제에게는 얼마나 싫은 곳이었을까요.

그래서인지 한일 강제합병 당시 읍성 철거령으로 사정없이 무너뜨린 곳이기도 한데요, 과거 선조들이 치열하게 싸웠던 성곽은 불과 300m만 여기저기에 훼손된 채 남아 있다가 공원으로 재탄생된 겁니다. 그러니 어지간하면 일제가 붙인 산성공원이라는 이름은 쓰지 않는 게 좋겠죠.

수양공원 정상에 이르면 사천읍내를 한 눈에 내려다볼 수 있는 옛 사천읍성의 북문인 침오정(枕鰲亭)이 있습니다. 만월이 뜨는 밤에 더욱 아름다워 사천시 홈페이지에서는 “달맞이가 아름다운 사천읍성 명월”이라고 소개하는 곳입니다. 예전에 남문으로 영화루(永和樓), 동문으로 제경루(薺景樓)가 있었다고 하는데 일제가 허물어버려 그 흔적도 남지 않았고, 침오정도 여기에 있었을 거라는 추정으로 1988년에 4층 규모로 새로 건립했습니다.

▲ 과거 사천읍성의 북문의 위치에 지금의 침오정이 건립되었습니다.
과거 조선조 백성들은 지대가 제법 높은 이 곳을 통해 사천읍성을 통과했을 겁니다. 지대가 제법 높은 곳이라 지게 짐 매고 달구지를 끌고 지나가려면 꽤나 고생을 했겠으며, 성문을 지키는 포졸들은 근엄한 표정을 지으며 지켜보고 있지 않았을까요. 물론 왜놈들도 그 때문에 힘겨운 전쟁을 했을 겁니다. 침오정이 예전에 북문이었다고 생각하니 정말 이런저런 상상이 꼬리를 물고 일어섭니다. 살랑살랑 부는 바람을 느끼며 이런 이야기를 만드는 재미도 참 쏠쏠하다 싶습니다.

수양공원은 야경이 참 아름다운 곳이고 시원한 바람이 불어오는 곳이라 여름밤에는 작은 음악회가 종종 열리곤 합니다. 자연을 벗 삼는 숲 속 공원에 울려 퍼지는 음률의 향연, 미소가 절로 지어지는 풍경이다 싶네요. 이런 음악회 소식은 뉴스 사천에서 꼬박꼬박 전하고 있으니 챙겨놨다가 아이 손을 잡고 즐겨보는 것도 좋겠습니다.

사천시 공원 순례 이야기, 다음에 계속 이어서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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