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대한 전쟁무기 그리고 항공의 역사 사천 항공우주박물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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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대한 전쟁무기 그리고 항공의 역사 사천 항공우주박물관
  • 배선한 객원기자
  • 승인 2014.05.01 13:5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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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광장의 비행기들.
유년시절을 돌이켜보면 어린이날은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배가 불렀습니다.

요즘 같이 풍요롭지 않아서 선물이 오간다거나 이런 건 아니었지만 오가는 어른들이 건네는 따뜻한 말 한 마디가 진심으로 기분 좋았고 그날 하루는 괜히 들뜨는 기분이었습니다.

다들 바빠서 대공원이나 유원지로 놀러가는 일은 가뭄에 콩 나듯 드물었고, 대신 아카데미완구 표 타이거탱크와 같은 조립식 장난감이 생기기도 했습니다.

그렇게 한 해 두 해 쌓인 장난감과 조립병정은 너덜너덜하게 변하기 일쑤인데, 그 때는 또 그것대로 녹이고 붙여서 전쟁장면을 재현한 디오라마를 만들기도 했습니다.

“때려잡자 김일성, 무찌르자 공산당!”이라는 구호와 반공교육이 일상화된 그 시절에는 탱크, 비행기 등 전쟁무기가 등장하는 포스터를 눈만 돌리면 가득했습니다. 그래서인지 전쟁놀이 자체가 굉장히 익숙했네요. 이렇게 전쟁놀이를 했던 과거의 기억이 불쑥 튀어나오는 곳이 바로 사남면 유천리에 위치한 사천 항공우주박물관이었습니다.

▲ 항공우주박물관.
사천 항공우주박물관은 국내 유일의 종합항공기 제작회사인 한국항공우주산업이 건립한 곳으로, 2002년에 개관했다가 계속해서 증축과 시설 및 전시물을 보완하면서 2012년에는 300만 명의 관람객이 돌파했습니다.

말 그대로 항공우주에 어울리는 시설물이 전시돼 있는데요, 고흥의 나로호 우주박물관과 비교하자면 돔상영관을 제외하곤 사천 항공우주박물관이 훨씬 낫다는 게 개인적 감상입니다.

관람은 주로 네 가지로 나눠서 할 수 있습니다. 입구에서부터 확인이 가능한 야외전시장과 항공 우주관, 자유 수호관입니다. 그리고 체험을 병행하는 항공산업관이 있습니다.

매표소를 지나면 제일 처음 만나게 되는 것이 한국항공우주산업 KAI가 KT-1를 제작하기 전까지 공군 기초훈련기였던 T-37C이고, 이어서 대한민국 최초의 국산 경비행기 부활호가 전시돼 있습니다.

▲ 대통령 전용기 내부모습.
부활호 뒤로는 박정희 전 대통령이 타고 다니던 대통령전용기가 떡 하니 버티고 있는데요, 실내가 공개돼 있는데 할리우드 영화에 종종 등장하는 에어포스원(Air Force One)을 생각했다가는 반드시 실망하게 됩니다.

비행기 내벽에 그의 과거 사진만 가득해서 문득 유신 홍보관을 연상케 하거든요. 뭐, 야외전시장 반대쪽 끄트머리에 에어포스 원도 전시돼 있으니 비교해보는 것도 좋겠습니다. 제가 방문했을 때는 비가 와서 실내출입을 차단돼 있었는데, 일단 비행기 규모면에서 엄청나게 차이가 나네요.

고흥 우주박물관과 비교해서 훨씬 낫다는 생각을 하게 된 이유가 이 야외전시장 때문입니다. 널따란 광장의 한쪽 면에는 비행기가 가득 들어서 있고 반대편에는 탱크, 미사일, 헬리콥터 등 전쟁무기가 가득 채워져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실내전시관은 테마와 기획력으로 연출이 가능하지만, 비행기와 탱크 등 야외광장의 다양한 전시품목은 유관기관의 지원이 없다면 어지간해서는 보여줄 수 없기 때문입니다.

항공우주박물관 건물에 들어가면 오른쪽으로는 항공우주관, 왼쪽으로 자유수호관이 있습니다. 항공우주관에 들어서면 아기자기한 비행기 모형들이 잔뜩 진열돼 있는데요, 지켜보는 재미가 꽤나 쏠쏠합니다.

▲ 항공우주관에 진열된 비행기 모형들.
어릴 때 조립완구를 한꺼번에 모아서 보는 기분이라고나 할까요? 여기에는 라이트 형제보다 300년 전에 진주성 상공을 날았다는 비차(飛車)의 모형도 전시돼 있네요. 이층으로 이뤄져 있는데 바닥의 안내표지를 따라 걷다보면 자연스레 맞은편의 자유수호관으로 이어집니다.

자유수호관에는 한국전쟁과 관련한 유품 등이 2600점 정도 전시돼 있는데, 이곳에서 참 놀라운 사실을 확인했습니다.

모택동의 장남 모안영(毛岸英)도 한국전쟁에 참전했다가 미군의 폭격으로 전사했다고 되어 있었습니다. 한국전쟁 당시 아들을 보낸 사람이 또 있죠? 바로 미국의 8군사령관이었던 제임스 밴 플리트(James A Van Fleet) 장군도 외아들을 한국전쟁에서 잃었습니다.

사실 이는 그 두 사람만의 일이 아닙니다. 아이젠하워 미국 대통령의 아들 존과 전임 8군사령관이었던 워커 장군의 아들 샘 그리고 클라크 UN군 총사령관의 아들 빈도 한국전쟁 당시 최전선에서 싸웠고 모두 사망했습니다.

뿐만 아니라 당시 참전 장군의 아들 중에 참전한 이는 모두 142명으로 이 중 25%인 35명이 사망 및 실종됐습니다. 일반 군인의 8%와 비교하면 엄청나게 높은 수치죠. 지난 해 박근혜 정부의 고위 공직자들의 아들 16명이 군대기피를 목적으로 한국 국적을 포기했던 사실과 비교하니 참담하기까지 하네요.

▲ 우리나라 최초의 경비행기 부활호.
항공우주박물관 바로 위에는 항공산업관 건물이 있습니다. 우리나라 항공 산업의 발전사를 확인할 수 있고 무엇보다 이곳에는 체험을 할 수 있습니다.

이 건물 2층에는 에비에이션 캠프를 신청한 학생들에게 첨단 항공우주기술을 간략하게나마 느껴볼 수 있도록 체험과 교육을 준비하고 있는데요, 언제이든 기회가 닿으면 꼭 한 번 체험케 했으면 좋겠습니다.

애도와 추념으로 조용히 맞이하는 5월 가정의 달, 자녀와 함께 박물관 나들이가 어떨까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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