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4지방선거를 40여 일 앞두고 대형 참사가 터졌다. 승객 수백 명을 태우고 인천에서 제주로 향하던 ‘세월호’가 갑작스런 사고로 침몰한 것이다. 4월 22일까지 확인된 사망자만 100여 명. 실종자도 200명에 가깝다.

이로 인해 온 나라가 슬픔에 빠졌다. ‘대한민국이 멈췄다’고 표현할 만큼 충격 또한 컸다. 사천시민에게도 예외는 아니었다. 속보를 전하는 언론매체에서 마치 나와 내 이웃의 일인 양 눈을 떼지 못했고, 저마다 일이 손에 잡히지 않는 눈치였다. 학교에선 수학여행을 비롯한 크고 작은 체험행사를 잠정 연기했고, 각종 축제와 후원행사 그리고 동문체육대회도 연기되거나 취소되는 운명을 맞았다.

‘세월호’ 참사는 선거를 코앞에 둔 예비후보자들에게도 영향을 미쳤다. 유권자들에게 명함을 돌리는 것조차 눈치 없거나 염치없는 행동으로 비치면서 사실상 모든 선거운동이 멈췄다. 새누리당 후보를 정하는 경선도 마찬가지다. 여론조사와 선거인단 투표를 거쳐 19일까지 후보를 결정하겠다던 당초 계획은 취소되고 새로운 일정도 나오지 않은 상태다. 애도의 글인지 홍보성 멘트인지 구분하기 힘든 선거출마자들의 문자메시지만 휴대폰을 달궜다.

사고지점과 거리도 상당하고, 사고 희생자들과 직접적 인연을 찾기도 쉽지 않을 터, 그럼에도 사천시민들까지 이토록 아파하고 큰 충격에 빠진 이유는 뭘까. 그 배경에는 대규모 희생자를 낸 사건 자체가 던지는 안타까움도 있겠으나, 사건 발생 이후 드러난 ‘세월호’ 관계자의 무책임함과 정부기관의 무능한 사고수습 과정이 더 크게 자리하고 있음이다. 선출직 공무원에 도전하는 이들이 반드시 새겨야 할 대목이다.

시장이 되고 도지사가 되고, 또는 시의원, 도의원이 되겠다고 나서는 사람들이라면 이번 기회에 스스로를 한 번 더 돌아보라. ‘나는 얼마나 정의로운가?’ ‘내 이익과 공공의 이익이 충돌할 때, 나는 무엇을 선택할 것인가?’ ‘대중에게 나를 믿고 따르라고 할 만큼 내가 신뢰를 주고 있는가?’ ‘내 주장 못지않게 남의 말에도 귀 기울일 줄 아는가?’ 무엇보다 ‘대중을 이끌어 나가기에 충분히 준비되었는가, 능력이 있는가?’ 등등.

준비되지 않은 사람, 충분한 능력을 갖추지 못한 사람이 배의 키를 잡고 있다면 ‘사천호’ ‘경남호’도 ‘세월호’와 같은 운명을 맞게 될지 모를 일이다. 깊은 슬픔에 잠긴 이 시기, 예비후보들은 시민의 대표가 되기에 부족함이 없는지 스스로 살피는 귀한 시간을 얻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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