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는 무엇으로 지켜지는가. 국가권력, 공권력으로 유지되는가? 천만에 말씀이다.

국가에 대한 국민들의 믿음에 의해 지켜지는 것이다. 신뢰를 잃는 순간 국위는 땅에 떨어지고 국가는 위기에 처한다.
 
‘세월호’의 침몰과 함께 ‘대한민국 호’가 침몰할 위기에 직면하고 있다.

‘세월호’ 선장이 선박부 선원들과 함께 배를 버리고 구조선에 냉큼 올라탔을 때 선실에는 수학여행 차 승선한 나이 어린 학생들이 대부분인 승객들 300명 가까이가 선실에 갇혀 바다 속으로 빠져 들어 가고 있었다.

아이들은 ‘위험하니 선실에서 대기하라’는 안내 방송에 충실히 따른 탓 밖에 없었다. 손녀 손자 같은 아이들 수백 명이 객실에 갇혀 있다는 것을 뻔히 알면서 그는 자기 목숨을 살리기 위해 현장에서 도주했다. 실로 어처구니가 없다.

아닌 밤중 홍두깨 마냥 수학여행 학생들이 탄 여객선 조난 사고를 보도로 접한 국민들이 곧 이은 ‘수학여행 학생들 전원 구조!’란 방송에 안도하며 생업으로 돌아 갈 때 청천 벽력같은 소식이 날아들었다.

‘실종자 290여명!’. 그 후 탑승자 수는 5번, 구조자 수는 7번이나 바뀌었다. 이 수치도 정확하다고 장담하지 못한다.

박근혜 정부는 안전을 최우선 과제의 하나로 설정하며 기존의 ‘행정안전부’를 ‘안정행정부’로 굳이 개칭을 하면서까지 강조했다.

안행부 산하 그 이름도 거창한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줄여 중대본)’는 가장 기본적인 ‘사람 수’의 덧셈 뺄셈도 하지 못하는 무능함의 극치를 여실히 보여 주었다. 이런 처지이니 초동조처가 제대로 될 리가 없고 조난 승객들을 살릴 수 있는 결정적인 시간을 허송한 결과 아이들과 승객들을 사지로 몰아갔다.

이를 지켜본 실종자 가족들의 분노는 극에 달해있다. 아이들이 물속에 잠겨있고 촌각을 다투는데, 정부 기관은 물론 수많은 구조 인력들이 우왕좌왕 제대로 대처를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교과부 장관은 구조된 학생들이 충격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맨땅에서 추위에 떨고 있는 와중에 팔걸이의자에 떡하니 앉아서 컵라면을 먹는 장면을 연출해 졸지에 ‘황제라면’이라는 신조어의 주인공이 되었다.

안행부 국장이란 자는 사망자 명단 앞에서 기념 촬영을 하려고 해서 물의를 빚어 옷을 벗었다. 그가 박근혜 대통령 이름으로 전수한 훈장의 첫 주인공이었다니!

국민들의 고통과 슬픔을 공감은커녕 이해조차 못하는 이런 자들이 고위 공직을 꿰어 차고 있는 이상 희망은 없다.

각 부처 각료, 관료만 탓 할 것이 아니다. 대한민국 정부의 컨트롤 타워는 청와대이다. ‘세월호’가 침몰한 16일, 오후 5시 10분께 세종로 정부청사에 마련된 ‘중대본’을 찾은 대통령은 “구명조끼를 학생들은 입고 있다하던데 그렇게 찾기가 힘듭니까?”라는 질문을 했다.

이 대화를 듣고 본 국민들은 눈과 귀를 의심하며 경악했다. 아이들이 물속에 잠긴지 벌써 몇 시간이나 지났지 않은가?
 
온 국민이 일손을 놓고 눈물바람으로 발을 동동 굴리고 있는 시점이었다. 대통령은 시스템으로 움직이는 지위다. 다른 데도 아니고 ‘중대본’을 시찰하는 대통령에게 정확한 상황을 보고할 사람이 청와대에는 한 명도 없었단 말인가? ‘이것은 나라도 아니다!’

‘대한민국 호’에 승선한 국민들은 두 눈 크게 뜨고 지켜보고 있다. 선장과 선원들이 이 총체적 난국을 어떻게 헤쳐 나갈지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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