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lbstbildnis, 1500

▲ Selbstbildnis, 1500
자신의 얼굴을 스스로 그린 것을 자화상(self-portrait)이라고 부른다. 우리는 제법 유명한 화가들이 그린 자화상을 잘 알고 있다.

Vincent van Gogh는 자화상을 많이 그린 화가로 유명하지만 그는 안정적인 정신상태의 소유자가 아니었기 때문에 그의 자화상에는 왠지 모를 불안감과 혼란스러움이 묻어나는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우리나라 공재 윤두서가 그린 자화상은 불과 가로 20.5㎝, 세로 38.5㎝의 작은 종이위에 그렸고 또, 300년이 지난 그림이지만 지금도 우리에게 충격적인 느낌으로 다가온다. Gogh 보다는 아니지만 그의 삶도 슬픔이 많았다.

그가 그의 자화상에서 눈을 강조한 것은 슬픔의 표현일 것이라는 이야기들도 이러한 그의 삶에 바탕을 두고 하는 이야기다. 그의 얼굴과 눈은 정면을 응시하고 있는데 이는 조선회화에서 왕의 어진(御眞) 외에는 시도하지 않았던 가히 혁명적인 기법이었다.

그런데 공재보다 200년이나 앞서 지금의 독일 뉘른베르크에서 태어난 Albrecht Durer의 자화상도 정면을 응시하고 있다. 정면을 응시할 뿐만 아니라 얼굴을 정면으로 보여주고 있고 스스로 A, D라는 사인을 남겨 그가 그린 스스로의 얼굴이라는 것을 분명히 하고 있다.

그가 그의 자화상에 사인한 년대는 1500년인데 이 시기는 아직 신성로마제국의 범위 안에서 각 제후국들이 프로이센이라는 새로운 세력으로 결집하려는 무렵이다.

Durer는 헝가리출신의 아버지 밑에서 금세공 조수로 일하다가 독일 르네상스 회화의 개척자 M.볼게무트에게 사사(師事)하였는데 이 때 목판기술도 익혔다.

당시의 모든 예술가들이 그러했듯이 그도 이탈리아 여행을 통해 새로운 감각의 그림을 그렸는데 이 때 그가 그린 수채풍경화는 독일예술에서 처음으로 발견되는 순수풍경화라고 할 만하다. 이탈리아에서 귀국 한 후 그는 스스로 A.D.라는 사인을 그림에 표기하기 시작했다.

그가 그린 자화상은 이전의 자화상과 구분되는 중요한 요소들이 있다. 먼저 배경의 완전한 제거를 들 수 있다. 즉, 완전한 어둠 속 자신의 모습을 비추는 빛이 오른쪽 이마 위쪽을 비추고 있는데 이탈리아 여행 동안 그도 분명하게 중세 회화에서 ‘빛의 전도사’ 카라바지오의 영향을 암암리에 받았음을 증명하고 있다.

또, 그의 자화상은 원근감이 희박하다. 당연히 검은 배경이라서 그렇지만 인물 자체를 정면으로 그림을 그리는 바람에 얼굴 윤곽에서 원근감이 뚜렷하지 않다.

이러한 표현방법은 독일의 전통에 따른 것이라고 보는 견해도 있으나 오히려 이것은 Durer의 독창적인 방법일수도 있다.

뿐만 아니라 그의 근엄한 표정과 머리카락위로 반사되는 빛, 옷깃을 살짝 여미고 있는 오른손 등 전체적인 모습에서 진리의 형상(Vera icon)이라는 대전제를 자신의 초상화라는 도구를 빌어 표현하려 했을지도 모른다.

저작권자 © 뉴스사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