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선한 작가의 사천삼천포愛 빠질 만한 이야기-24

▲ 속까지 시원하게 터지는 풍경이자 천혜의 비경.

누구나 그렇겠지만 막상 해보면 별 것 아닌데 시작하기 전에는 소풍 가기 전날처럼 마구 설레는 것이 있죠. 개인적으로 그런 것 중에 하나가 바로 섬 여행입니다. 로빈슨 크루소처럼 아무도 살지 않는 무인도에 난파되는 것도 아닌데, 괜히 이것저것 마구 챙겨야만 할 것 같은 기분인겁니다. 하지만 따로 배를 전세내거나 하지 않는 이상, 배편이 닿는 모든 곳은 낙오 걱정 따위는 할 필요도 없는 유인도입니다. 그저 입출항 시간표만 잘 살피고 멋지게 돌아보고 오면 되죠.

사천지역 섬 여행을 해보자는 마음을 먹고 나니 단박에 떠오르는 곳이 신수도(新樹島)였습니다. 가깝고 깨끗하며 무엇보다 언제든지 갔다가 나올 수 있는 가까운 곳이라는 소리를 들었기 때문입니다. 더 이상의 정보는 섬 명칭의 유래 정도나 찾아봤을까요? 막상 갔다 오니 이렇게 좋을 수도 있을까 싶을 정도로 참 기분 상쾌하네요. 도심과 지척에 있음에도 이렇게 태고의 신비와 원시의 적막함이 살아있는 곳이라니!

신수도를 향하는 여객터미널의 풍경도 새롭습니다. 그동안 이 앞을 아무 생각 없이 지나쳤는데 아기자기한 도선장의 풍경이 괜히 사람을 들뜨게 하는 겁니다. 싱그러운 초록도 보이고 집들도 참 소담스럽습니다. 특히 언덕바지에 있는 풍차가 낯선 도시를 방문한 것처럼 생경하게 느껴지고 항구 분위기를 살리는 느낌입니다. 물론 사진으로 찍었을 때 말입니다.

배를 이용하는 느낌도 참 즐겁습니다. 시골마을에서 완행버스를 이용하는 느낌이라고나 할까요?

도선장에 매표소는 있지만 표를 파는 사람은 따로 없고 그냥 배에 타고 있으면 와서 수금을 합니다. 배에서 우연히 만난 두 명의 어르신의 대화도 참 정겹습니다.

“행님, 몸은 괘아느십니까?”

“어, 어데 갔다 오노?”

(까만 봉다리 두 개를 들어올리며)

“담배하고 이것저것 좀 샀씸다.”

저절로 미소가 지어집니다.

그렇게 배는 출발했는데 10분 후에 하선이네요. 섬 여행이 부담스럽다는 분도 이 정도면 걱정할 것 하나도 없을 것 같네요. 아마 풍랑주의보가 내려도 그냥 운행하지 않을까 싶을 정도입니다. 아 참, 여객선은 자동차도 네 대 정도 수송가능한 차도선이지만, 그렇게 큰 섬이 아니고 도로도 군데군데 자동차가 양방향 통행할 수 없는 곳도 있으니 그냥 몸만 건너가는 게 가장 좋습니다.

▲ 곳곳에 산재한 쉼터.

앞서 언급했던 것처럼 출발하기 전 신수도가 어떤 곳인지 자료를 좀 찾아봤습니다. 한국민족문화대백과에 신수도(新樹島)는 부속도서와 산봉우리가 쉰두 개라고 해서 쉰두섬이라고 불리다가 일제강점기 한자식 지명으로 바뀌면서 신수도로 개칭됐다고 되어 있는데요, 이 설의 참고문헌이 『한국도서백서(韓國島嶼白書)』(전라남도, 1996) 『도서지(島嶼誌)』(내무부, 1985)입니다. 근거치고는 연식이 좀 짧죠?

그래서 국토지리정보원을 찾아봤더니 『해동지도』에 이미 신수도(新樹島)로 표기되어 있다는 기록이 있습니다. 그리고 영조 33년(1757년), 각 읍에서 편찬한 읍지를 모아 만든 여지도서(輿地圖書)에도 마찬가지 기록이 있습니다.

신수도의 다른 이름은 심수도이기도 한데요, 『신증동국여지승람』에서 심수도(沈水島)로, 『대동지지』에서는 심수도(深水島)로 수록되어 있습니다. 그래서 규장각에서 심수도를 검색했더니 지승(地乘) 사천현에도 심수도가 나와 있네요. 지승은 해동지도보다 20~30년 정도 늦게 발간된 조선시대 각도(各道) 군현(郡縣)의 행정과 도로, 산과 강, 군사와 역사 등을 그림으로 상세히 수록해놓은 지리서입니다.

지리서 외에 그 이전의 기록도 있는데요, 조선왕조실록 중 성종(成宗) 12년 (1481년) 1월 5일의 기록을 보면 왜구 방비와 관련해서 정승과 의정부가 사천 심수도(深水島)에 진영을 설치하면 쉬울까 어려울까를 논의합니다. 그리고 당시 경상도 관찰사이던 김자행(金自行, 1412~1489)에게 진의 설치 여부를 살펴보라고 시키는 내용도 있습니다.

조선은 세계에서도 유래가 없을 정도로 기록이 잘 보존돼 있는 나라입니다. 임금이 사관들에게 잘못 명한 것을 정정해 달라고 요구했다는 말까지 기록해둘 정도이니까요. 따라서 어지간한 지리정보 또한 조금만 손품(?)을 팔고나면 알 수 있는데, 일제가 지은 이름이라는 둥 잘못된 정보가 퍼지는 일은 좀 없었으면 좋겠습니다.

▲ 10분 남짓한 뱃길에 만나는 올망졸망한 섬들.

다시 처음으로 돌아와서, 가깝지만 섬이라는 이유만으로 멀게만 느껴지는 곳이 신수도입니다. 사천이 한려해상국립공원의 한 가운데 위치해 있다면 그 중에서도 수려한 경관을 가장 편하고 쉽게 느낄 수 있는 곳이죠. 그래서 2010년 6월에 행정안전부가 선정한 ‘한국의 명품 섬 Best 10'에도 올랐죠. 그만큼 자연경관이 참 좋습니다.

신수도가 명품 섬이 되면서 4년 간 국비 20억 원, 지방비 5억 원 합계 25억 원 관광개발 사업비를 지원받게 됐는데요, 사천시는 2014년 올해 말까지 휴양형 시설을 갖추고 관광자원화를 추진하고 있습니다. 일단 명품 섬 계획이 완공되고 나면 연간생산 160억 원, 고용 810명, 소득 140억 원, 부가가치 270억 원, 조세 25억 원, 수입 45억 원 등 640억 원의 경제파급 효과가 있을 거라고 기대하고 있습니다.

뭐 이런 관광효과 분석은 부풀리는 게 기본이라서 미심쩍지만, 잘 되면 정말 좋고 아니어도 편하게 힐링 섬 여행을 할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되는 것이니까 나쁠 이유는 없겠죠.

신수도 이야기는 다음에 이어서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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