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 그라벤 해자 위의 놀이(Die Freude des Eis auf dem Wallgraben) 1618

▲ 발 그라벤 해자 위의 놀이(Die Freude des Eis auf dem Wallgraben) 1618

봄이 중턱에 다다르고 있는 이즈음 다시 겨울의 그림을 이야기하자니 뭔가 어울리지 않는 느낌이다. 하지만 뭐 어떠랴 그림은 그림일 뿐.

사냥꾼의 귀환(Die Rückkehr der Jäger)를 그린 Pieter Brueghel(the Elder)의 열렬한 지지자였던 Esaias van de Velde는 1587년 네덜란드 암스테르담 출신이다. 그의 스승은 그의 아버지와 Gillis van Coninxloo로서 두 사람 다 풍경화의 대가들이었다. 벨데는 1612년 하를렘에 있는 St. Luke 길드에서 당대의 유명한 화가들과 교류하면서 그림을 그렸다.

지난 2월 폐막한 러시아 소치의 동계올림픽 스피드 스케이트 부문에서 금메달을 휩쓴 네덜란드 선수들이 결코 하루아침에 이루어지지 않았음을 이 그림을 통해 알 수 있다. 이 그림이 1618년의 그림이니 지금으로부터 400년 전에도 그들은 얼어붙은 강 위에서 스케이트를 타고 놀았던 것이다. 우리가 조선시대에 언 강위에서 과연 스케이트를 탈 수 있었을까? 아마도 그 때, 우리 조상들은 그런 생각조차 못했을지도 모른다. 누가 더 잘나고 못났다가 아니라 문화가 다르다는 이야기다.

이 그림은 오크판 위에 그린 그림으로서 그 질감이 그림에서 그대로 느껴진다. 벨데의 그림은 이러한 풍속화와 풍경화가 주를 이루는데 여기 이 벨데의 그림은 네덜란드 회화역사에서 특별히 Dutch Golden Age(황금시대)를 알리는 그림이다. Dutch Golden Age의 유명한 화가로서는 ‘루카스 반 레이덴’과 ‘피테르 아르첸’을 시작으로 우리에게 널리 알려진 그림인 ‘행복한 술꾼’을 그린 ‘프란스 할스’, ‘진주 귀걸이를 한 소녀’를 그린 ‘요하네스 베르메르’, 마침내 그 정점에 있는 ‘렘브란트 판 레인’이 있다.

강 옆으로 다 허물어진 성곽 주위로 파여진 垓字(해자)에 고인 물이 얼어붙은 얼음판 위를 동네 사람들이 스케이트의 초기 모델로 짐작되는 신발을 신고 얼음을 지치고 있다. 그런가 하면 오늘날 아이스하키 스틱의 원조쯤으로 보이는 막대기를 들고 있는 모습도 보인다. 네덜란드는 지표면이 바다보다 낮기 때문에 내륙수로가 잘 발달되었고 그 내륙의 수로가 얼어붙으면 이런 풍경이 곳곳에서 펼쳐졌을 것이다. 오래 전부터 자연을 수용하고 극복했던 네덜란드 사람들이 오늘날 남부럽지 않게 사는 것이, 이 그림을 보면서 약간은 수긍이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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