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열경쟁 자존심대결’에 끝 안 보여

사천읍시장에 떡값 가격파괴 현상이 지속되고 있다.

“이거 팔아봐야 남는 거 없습니다.”
사천읍 시장에 있는 어느 떡집 주인장의 말이다. 장사꾼이 ‘남는 거 없다’고 하는 게 우리 사회의 대표적 ‘3대 거짓말’ 중 하나라는 우스갯소리가 있을 정도지만 떡집 주인장의 표정은 심각했다.

9월4일 늦은 오후, 떡집 진열대에는 빛깔고운 여러 종류의 떡이 먹기에 적당한 양만큼 포장되어 손님을 기다리고 있었다. 그리고 유난히 큰 글씨로 적어 놓은 ‘1개 1000원’이란 푯말이 눈에 띄었다. 손님들은 떡을 맞춰 주문하기보다 낱개로 포장되어 있는 떡을 몇 개씩 사 가는 경우가 많았다.

“다른 지역에는 1개에 2500원에서 3000원 정도 받고 팝니더. 그러니 진주나 삼천포에서도 떡 사러 이리로 온다 아입니까. 팔아도 남는 것도 없고 그짝 사람들(다른 지역 떡가게 주인들)한테 욕만 얻어 묵고 있심니더.”

현재 사천읍지역 떡값이 그야말로 ‘가격파괴’ 그대로다. 상인들의 말을 빌면 낱개로 포장된 떡 1개에 2000원 정도는 받아야 수지가 맞다. 삼천포와 진주지역에서도 그 정도 가격대로 형성돼 있는 것으로 봐서는 무리 없는 주장으로 보인다.

가격파괴 현상의 원인은 과열경쟁과 자존심 대결(사진은 기사내용과 무관)

그러면 읍시장에는 왜 이런 현상이 일어나고 있는 것일까?
한 마디로 과열경쟁에 자존심 대결의 결과다.

문제의 발단은 시장 안에서 서로 마주보고 있는 ‘ㄱ떡집’과 ‘ㅅ떡집’의 대결. 십 수년째 같은 자리에서 떡을 만들어온 쪽과 이제 1년쯤 된 신생 떡집의 ‘손님모시기’ 경쟁이 지난 3월부터 슬슬 달아오르기 시작했다.

여기에 사천지역 떡집들이 연합해 만든 사천제병협회에서 정한 규칙이 무너지면서 불이 번졌다. 규칙이란 낱개로 팔 때는 반드시 포장한 상태이어야 한다는 것.

그러나 일부에서 손님들에게 맛뵈기로도 주고 봉지에 덤으로 얹어주기도 하면서 규칙은 깨졌다. 규칙을 깬 쪽에 타격을 주기 위해 협회 전체가 연합하면서 한 때 500원까지 떡값이 내려갔다.

갈등이 길어지자 협회 회원들 사이에도 골이 생겼다. 가게 수익도 줄었고, 협회가 적절히 대응하지 못하는 데 불만이 컸다. 현재 사천제병협회는 사실상 식물상태다.

“도협회에서 나와 중재를 시도했지만 허사였지예. 시에서도 우리가 알아서 할 일이라꼬 안 나서고. 결국 우리 협회에서 해결책을 찾아야 하는데 그 역할을 제대로 못하니까 언자 아예 모임이 안됩니더.” 사천제병협회 박재완 총무의 말이다.

사천읍내 떡집은 10곳. 그 가운데 7곳에서 낱개로 포장된 떡을 팔고 있다. 포장된 떡이 반값인데 반해 주문형 ‘맞춤 떡’은 정상적인 가격을 받고 있다. 주문하는 것이 두 배로 비싼 셈. 이러다보니 소비자 입장에선 맞추기를 꺼려하고 낱개로 사려는 분위기다.

가격파괴가 공동체성의 파괴로 이어지지 않을까 염려된다.

상인들의 상술과 자존심 대결에서 비롯된 떡값파동, 어디까지 갈까.

지금 상황에선 ‘당분간 끝이 안 보인다’고 해야겠다. “누가 망하는지 두고 보자” “망하더라도 끝까지 가 볼 참이다” 이런 말들이 상인들 사이에 쏟아져 나오고 있다. 그리고 이 여파는 인근 지역에도 서서히 나타날 것으로 보인다.

모든 물가가 오르는 상황에서 떡값이 반값이니, 추석을 앞둔 주부들은 즐겁다. 그러나 한 편으론 걱정도 되는 모양이다. “싸서 좋긴 한데, 왠지 불안합니다. 나중에 많이 오를 것 같기도 하고....” 어느 주부의 말이다.

이 주부의 불안은 공동체성의 파괴와도 맥을 같이 하는 듯하다.
“2박3일 제주도 놀러도 가고, ‘형 아우’ 하며 밥도 같이 먹고 하던 사이가 이렇게 변할 줄 몰랐다.” 한 떡집 주인의 말이다.

결국 사천읍시장에 부는 ‘떡값파괴’ 바람은 우리 사회에 만연한 지나친 경쟁과 그에 따르는 ‘공동체 파괴’ 현상을 그대로 보여주는 듯해 씁쓸하다. 

이런 떡값파괴 현상에 ‘굿이나 보고 떡이나 먹자’고만 하기엔 시민들의 마음 한 편이 꺼림칙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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