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 Thomas oder Heilung eines Lahmen Villanueva)1670

떨어진 바지를 입고 거기다가 목발까지 짚은 걸인이 사제로부터 축복을 받고 있다. 뒤쪽으로 보이는 사제 둘은 약간은 못마땅한 표정으로 일부러 두 사람을 외면하지만 은근히 걸인과 사제에게 관심을 가지고 있다.

짙은 검은 색 사제복은 이 그림의 구조상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는데 축복을 해 주는 사제의 뒤로 보이는 배경과 그 곳에 있는 사람은 거리가 매우 멀거나 아니면 시간적으로 다른 시간대에 있음을 강조하기 위한 하나의 장치로 볼 수 있다. 이를테면 현재의 상황은 사제의 옷처럼 매우 검고 어둡지만 그 뒤편으로 보이는 장면에서 상황이 반전될 것임을 암시하고 있다.

뒤편의 그림에 묘사된 사람들이 워낙 작고 희미해서 잘 보이지는 않으나 자세히 보면 거기에는 놀라운 장면이 있다. 목발을 짚은 걸인이 벌떡 일어서서 계단을 걸어내려 오고 있고 그 뒤로 짙은 검은 색 옷을 입은 사제가 있음을 알 수 있다. 사제의 축복을 받은 앉은뱅이 걸인이 치료되어 일어서는 기적을 이 그림은 하나의 화면에서 시차를 두고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검은 색 옷의 또 다른 효용가치는 뒤편의 희미한 그림 속에서도 잘 구분되어 지도록 한 작가의 놀라운 또 하나의 장치였던 셈이다.

이 그림은 Bartolome Esteban Murillo의 작품으로서 그는 17세기 후반의 스페인 바로크 회화를 대표하는 화가이다. Murillo는 또 스페인 반종교개혁의 미적인 이상을 표현하는 작가를 대표한 사람으로서 가장 스페인다운 화가로 알려져 있다. 그의 그림은 부랑아나 서민의 생활을 따뜻한 눈길로 묘사한 특이한 화풍으로서 이 그림도 그러한 맥락으로 이해 할 수 있다. 1660년 그의 고향 세비야에서 아카데미를 창설하고 초대회장이 되어 후진지도에도 노력했다.

이시동도법(異時同圖法)은 우리나라 조선시대 대표적 화가였던 겸재 정선의 박연폭포에서도 활용되었는데 겸재의 그림은 폭포의 떨어짐을 좀 더 사실적으로 느낄 수 있도록 하는 장치였다면 Murillo의 그림에서는 동일한 장소에서 시간차를 두고 벌어지는 두 사건의 추이를 알게 하는 장치로 활용되고 있다. 그림의 제목에 있는 성 토마스가 예수님의 제자인 토마스인지 아니면 스페인의 또 다른 토마스인지는 알 수 없으나 그가 서민에게 기적을 행하는 것으로 보아 분명 위대한 성자임에는 틀림없어 보인다.

 

저작권자 © 뉴스사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