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종포마을에서 바라 본 일몰
지난 5일, 종포 해안도로가 드디어 개통했습니다.

그 동안 차 한 대만 겨우 지날 수 있는 좁은 포장도로였다가 공사한다고 논두렁으로 빙글빙글 돌아가게 만들더니 어느 새 왕복 2차선의 아스팔트로 멋지게 새 단장했네요. 정말 드라이브할 맛이 납니다. 나들이의 계절이 서서히 다가오기 시작하니 새 길 개통 소식이 더더욱 반갑게 들리네요.

그러고 보니 다음 주 수요일이면 꽁꽁 얼었던 대동강 물도 풀린다는 우수(雨水)입니다. 아직은 눈이 내리는 시기이지만 이내 눈은 봄비로 바뀌고 잠자던 개구리가 깨며 사람들은 밖으로 나서기 시작하겠죠. 바야흐로 춘풍이 부는 시절이 도래했습니다.

그러나 여전히 추운 건 사실이니 찬바람보다는 훈기가 도는 실내에서 바깥을 바라다보는 풍경이 좋겠는데, 종포마을에서 당간마을을 지나 남양동 대포마을까지 이어지는 사천만 해안도로는 드라이브하기에 가장 어울리는 곳이 아닌가 싶습니다. 낙조가 드리울 때면 최고의 기분을 만끽하게 될 것 같습니다. 그래서 이 길의 이름도 석양길입니다.

예전에 서해 증도로 여행 갈 때였습니다. 내비게이션이 안내하는 길을 따라 가는데, 지도상으로는 바다 한 가운데를 가로지르고 있건만 양옆으로 보이는 것은 시커먼 뭍이었습니다.

어인일인가 했더니 서해 갯벌을 가로지르는 상황이네요. 밀물 썰물 상관없이 검고 짙구나…. 하고 갯벌에 대한 인상이 정해졌는데, 사천만 해안도로를 달린 이후에 인상이 수정됐습니다. 넓고 새카맣기만 한 게 갯벌이 아니라 때로는 푸른 물이 넘실대기도 한다는 걸 말이죠. 사천만은 밀물과 썰물의 모습이 확연하게 차이가 납니다.

싸늘한 날씨라 좀 한산한 편이지만 겨울을 벗어나면 새들이 보금자리를 찾듯 많은 사람들이 찾아듭니다.

갯벌체험을 하려는 단체들, 바다와 낙조를 배경으로 사진 찍기 여념 없는 연인들, 늘씬한 몸매와 구릿빛 피부를 자랑하며 해안가를 달리는 사람들, 자전거 하이킹을 하는 사람들, 여기저리 펼쳐진 휴게시설로 캠핑 나온 가족들 등등. 가만 생각해보니 이거 모두 다 해봤네요.

장화 신고 뻘밭에 들어가 보기도 했고, 낙조 사진 찍기는 갈 때마다 한 것 같습니다. 피겨 퀸이 광고하는 워킹화를 신고 두어 달 씩씩하게 걸었고 손님들이 찾아오면 멀리 갈 것 없이 이곳으로 달려와 고기를 구워먹었습니다.

반응 정말 장난 아니었습니다. 아이들은 갯벌에서 노닥거리느라 바쁘니 따로 신경 쓸 필요 없죠, 시원한 바닷바람 맞으며 지글지글 익는 고기에 소주잔을 기울이노라니 술이 술술 넘어가는 겁니다. 계속 놀러 오겠다는 걸 말리느라 욕봤습니다.

사천만 해안도로는 누구나 한번쯤은 가보셨을 것 같지만 그래도 다시 한 번 정리를 해볼까요. 먼저 종포마을에서 이번에 새로 포장된 2차선 도로를 향해 달려가면 당간마을로 접어듭니다. 길의 초입에 조성된 근린체육시설에서 적당히 몸을 풀고 사천대교 아래까지 속보로 왕복하면 40분 정도 걸리죠.

▲ 이국적 정취를 뿜어내는 풍차형 화장실.
가는 길에 갯벌체험용 부잔교가 설치돼 있고 그 앞에는 네덜란드를 연상케 하는 풍차가 있습니다. 화장실에 딸린 부속건물인데요, 풍차가 다소 뜬금없기는 하지만 아무렴 어떻습니까. 이국적 정취에 사람들이 좋아하는 건 분명하니까요.

갯벌 탐방용 부잔교는 4m 폭에 길이는 대략 150m 정도 되는데, 연인이 함께 가면 정말 좋습니다. 출렁출렁 거리는 다리를 함께 건너다보면 ‘흔들다리 효과(Suspension Bridge Effect)’를 기대해 볼 수 있을 테니까요.

남강댐물이 사천만으로 방류되면서 수생태계가 허물어졌다고 하지만 갯벌의 힘은 여전합니다. 환경부 국립환경과학원에서 지난 2012년에 사천만을 조사했더니 국제적 멸종위기야생동물인 수달을 비롯해서 Ⅱ급 2종인 흰목물떼새, 붉은발말똥게 등 361종이 관찰됐다고 합니다.

아이들과 함께 갯벌체험을 하면서 이런 걸 살펴보는 것도 좋겠죠. 조금 심하게 놀아서 지저분해졌다면 풍차가 딸린 화장실에서 적당히 씻으면 되겠습니다.

갯벌체험시설에서 조금만 더 달리면 지중해 풍의 테이블이 딸린 휴게시설이 있습니다. 여긴 경쟁률이 나름 치열합니다. 펜션에 놀러갔을 때 흔히 볼 수 있는 바비큐 데크와 비슷한 시설이라 날씨가 좋은 계절에는 주말은 물론 평일에도 빈자리가 없을 정도죠. 무더운 여름철에는 휴게시설 뒤편 공터에 텐트를 치고 밤을 지내는 가족도 참 많이 보입니다.

▲ 은근히 귀여워 사랑받는 사천대교 아래의 간이 전망대
경쟁률이 치열하기로는 팔각정도 못지않습니다. 굽어진 길 오목한 곳에 위치해 있어 들판 한 가운데 있다는 느낌을 주죠. 이어서 낙조 감상의 명당인 낙조마당을 지나면 사천대교가 있습니다. 사천대교 아래에는 오가는 사람들의 편의를 위한 간이전망대가 있는데요, 시설물이 은근히 귀엽습니다. 사천대교를 배경으로 사진을 찍을 수 있는 위치라 아이어른 할 것 없이 다들 좋아하는 장소입니다.

계속해서 달리면 팔각정과 비슷하게 널브러져 고기 구워먹기 좋은 휴게시설이 있고, 이 석양길의 끝에는 전어로 유명한 대포 어촌체험마을이 있습니다.

대포 마을 앞 바다에 밀물이면 잠겼다가 썰물에 얼굴을 드러내는 ‘한여’라는 커다란 여가 있는데요, 그래서 예전에는 마을 이름도 한여마을이었다가 대포마을이라고 바뀌었다고 합니다. 썰물 때는 신비의 바닷길이 열려서 걸어서 갈 수 있다고 하지만 한 번도 가보진 못했네요.

매년 8월이면 사천시에서 노을마라톤대회를 개최하고 있죠. 초전공원에서 출발해 석양길을 달려 대포마을을 반환점 삼아 돌아오는 게 풀코스인데요, 가장 무더운 계절이라 힘든 건 기정사실이지만 노을을 보며 달리기 때문인지 은근히 인기가 많습니다. 지금부터 부지런히 체력보충해서 올해는 석양길을 끝까지 달려보는 걸 목표 삼을까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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