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illleben mit Rebhuhn und Eisenhandschuhen) 1504

▲ (Stillleben mit Rebhuhn und Eisenhandschuhen) 1504
생명 없는 것들이나 이미 죽어버린 것들을 그리기 시작한 것은 아마도 고대시절부터 있어왔을 터이지만 서양 회화에서 본격적으로 이런 사물들을 그리기 시작한 것은 16세기부터 시작한다.

야코프 데 바르바리(바르히)(Jacopo de Barbari)가 화면의 하단에 메모형식을 빌어 표기해 놓은 이 그림 「철장갑과 자고새가 있는 정물」을 그린 시기는 1504년으로 되어 있다. 아마도 정물화로서는 거의 초기의 작품에 해당하는 것이다.

바르바리는 이탈리아 출신의 화가로서 태어나기는 이탈리아 베니스였지만 죽기는 네덜란드에서 사망하였다. 그의 이런 행적으로 보아 그는 이탈리아 북부, 즉 독일, 네덜란드, 벨기에에 이탈리아 회화의 전파자일 것으로 추정해 볼 수 있다.

정물화는 꽃이나, 책, 물고기나, 과일 혹은 악기 등의 다양한 물체들을 일정한 장소에 배열하고 그리는 그림이기 때문에 작가의 사전배열(구도)이 어떤 그림보다도 절대적인 그림이다. 물건들은 대게 실내의 특정 공간 혹은 테이블 위에 정렬이 되어 그려져 있는데, 작가의 의도에 따라 아주 다양한 정물들이 이용되기도 한다.

예를 들면 ‘발렘 헤다’의 그림에 등장하는 해골이나 나침반 등의 정물들은 삶과 시간의 의미 있는 관찰을 통해 작가의 가벼운 권고로부터 삶의 철학에 이르는 메시지가 숨어 있기도 한다.

그림을 보면 꿩과에 속하는 자고새 한 마리가 쇠로 만들어진 장갑과 함께 화살에 사선으로 꿰여져 벽에 걸려 있다. 화가는 그림의 이름을 화면위에 그려진 메모지 위에 써넣었다. 죽은 새의 모습이나 장갑을 묘사는 사진만큼 정교하고 섬세하다.

특히 중세 기사들이 전투나 사냥할 때 착용했던 벙어리장갑(Chavlier Mitten)에 반사되는 빛을 정확하게 표현함으로 장갑의 금속성을 절묘하게 부각시켰다. 이 빛에 대한 영감은 그 뒤 카라바조에 의해 계승되어 회화의 표현에 엄청난 변화를 가져 오기도 한다.

자고새의 목 부위를 관통한 화살을 그대로 두고 장갑과 함께 화면을 구성한 것은 전체적으로 종적 이미지에 국한되어 있는 것을 극복하기 위한 작가의 세심한 주의가 느껴진다.

그것도 완전한 수평보다는 장갑 쪽으로 약간 쳐진 화살을 그림으로서 죽은 자고새보다 상대적으로 부피가 작은 장갑 쪽으로 시선을 분산시킴으로서 전체적으로 균형과 조화를 이루고 있다.

인물화의 역동성은 없지만 삶의 과정과 그 사이로 관통하는 시간의 흐름을 그림으로 표현해내 정물화는 보는 이로 하여금 깊은 사색과 더불어 자신의 삶에 대한 반성적 태도를 가지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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