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산 오동동 사무실 근처 골목길에 있는 여관에서 생활 할 때가 있었다.

시간 구애 받을 일 없이 출입이 자유로운 여관이니 주변 사람들이 술 한 잔 마시고는 수시로 들어와서 코를 골고 갔다.

무상출입 하는 취객들을 위해 난 항상 문을 걸어 놓지 않았다. 그러다보니 정말 불청객인 양상군자들이 들렸다 가는 모양이었다.

그 날 밤에도 고주망태가 된 후배 둘이 어깨동무를 하고 들어와서 들고 온 술로 난장판을 벌이고 모두 깊은 잠에 들었다.

몇 시쯤 되었을까. 눈 위를 번듯 스쳐 지나가는 섬광을 느꼈다. 몇 번이고 여관털이에 당하지 않았다면 그 날 밤도 그 빛을 무시하고 그대로 잠에 골아 떨어졌을 것인데 순간적으로 여관털이라는 직감이 왔던 것이다.

가만히 실눈을 떠 보니 내 눈을 스친 섬광은 방문에서 들어오는 한 줄기 빛이었고 그 빛은 복도의 희미한 소화 등 불빛이 살짝 열린 아주 가느린 문틈 사이로 들어 온 것이었다.

그런데 한참동안이나 불빛이 더 커지지 않았다. 착각한 모양이라 여기고 다시 잠을 청할까 하는데 불빛이 조금씩 커져 가지 않는가?

아주 미세하게 조금 씩 문이 열리고 있었던 것이다. 난 누워 있는 채로 이불 밑에서 몸의 관절을 풀기 시작했다.

손가락을 옴지락거려 몸의 잠을 깨우고 손목, 발목을 살살 움직여 급히 움직여도 무리가 없도록 준비운동을 한 것이다.

손가락 한 마디 정도의 불빛이 들어오고 문이 그 만큼 열렸을 때 재빠르게 일어나며 문을 확 당기자 한 괴한이 문고리를 잡은 채 그대로 딸려 들어왔다.

얼마나 놀랐을 것인가?

혼비백산하여 혼이 반 쯤 빠진 그 놈의 팔을 등 뒤로 비틀어 제압을 한 후 내 방의 취객들을 깨우려 했지만 일어나지 못했다.

얼마나 술에 골아 떨어졌던지 걷어차도 돌아눕기만 하지 깨지 않았던 것이다. 할 수없이 혼자서 주인 방으로 녀석을 밀고 갔다.

두 손으로 녀석을 제압하고 있으니 다른 사람의 손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녀석이 횡설수설하기 시작 했다. 놈은 아직 정신이 없는 가운데서도 빠져 나갈 궁리를 하는 것이었다.

“ 형님, 제가 방을 잘 못 알고 들어갔던 모양입니다. 제 친구와 같이 왔는데 보이지 않아서요.”

“야, 남의 방에 들어오면서 운동화 신고 들어오는 놈이 어디 있느냐, 도둑 말고? 내가 여러 번 당했는데, 오늘 잘 만났다. 너 혼 좀 나야 하겠다.”

그런데 이번에는 아무리 소리쳐 불러도 여관 주인이 나타나지 않는 것이 아닌가? 주인 방문을 열려고 한 쪽 손을 푸는 순간 녀석이 손톱으로 내 손등을 할퀴었다.

순간 손을 놓았고 녀석은 ‘걸음아 날 살려라’며 줄행랑을 놓아 버렸다.

이 일을 두고 사람들은 내가 간이 크다고 했다. 그래서 내가 한 말이다,

“내 간이 큰 게 아니라 도둑 간이 적은 것이요. 도둑이 제 발 저린 다는 말도 있잖소? 도둑은 도둑질 할 때 간이 콩알 만 하게 쪼그려 들게 되어 있거든 그러니까 발도 저리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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