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천시의회 총무위원회가 사천의 대표 축제 중 하나인 사천세계타악축제 예산을 대폭 깎아버렸다. 6억 원 예산 가운데 도비 1억3000만 원만 남기고 시비 4억7000만 원을 모두 없앤 조치로, 사실상 축제 폐지를 선언한 셈이다. 축제를 통한 지역경제 활성화를 기대하는 지역민들이 많고, 내년에는 지방선거까지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참으로 ‘줏대 있는’ 결정이란 평가를 들을만하다.

그러나 총무위원회의 이번 결정, 과연 최선이었을까?

물론 최근 몇 해 사이 사천세계타악축제를 두고 말이 많았다. 프로그램이 너무 식상하다거나 지역 예술인들의 참여가 적다는 등 내용을 둘러싼 불만에서부터, 축제 비용에 비해 관광객 유인 효과가 적다는 효용성 논란, 나아가 기부금 모집 사용과 비용 정산의 부적정성 등 예산 집행을 둘러싼 논란까지 소재도 다양했다.

그 과정에 초기 축제를 제안하고 이끌었던 예술인은 섭섭한 마음을 안고 떠났고, 뒤이은 사천문화재단 체제는 역시 제 자리를 잡지 못한 채 관계자가 형사고발 당하는 수모까지 겪어야 했다. 이 정도면 ‘총체적 난국’이란 표현도 어색하지가 않다.

문제는 ‘그렇다고 축제를 없애는 것이 능사냐’는 거다. 타악축제는 우리 지역 고유의 농악을 모티브로 했다는 점에서 지역성과 전통성을 내세울 수 있다. 또 타악은 예나 지금이나 흥을 돋우기에 알맞아 많은 사람들을 참여하게 만들고, 음악과 함께 다양한 볼거리를 제공한다는 점에서 축제적 요소가 강하다. 그런 만큼 지금의 타악축제가 지닌 여러 가지 문제점을 잘만 극복하면 성공적인 축제로 거듭날 수도 있다는 얘기다.

사천시의회 총무위가 예산 삭감의 칼을 빼들기까지는 고민이 깊었을 줄 안다. 타악축제가 거듭되는 동안 드러난 문제점이 썩 개선되는 것 같지도 않고, 새로운 청사진을 보여 달라는 의회와 지역민의 요구에 만족스런 답을 내놓지도 못하는 사천시가 답답했을 것이다. 어쩌면 축제를 한 번 쉬더라도 도약을 위한 극약처방이 필요하다고 판단했을 수 있다.

하지만 축제를 한 번 하고 말고가 쉬운 일이던가. 특히 국비와 도비를 지원받아야 하는 경우에는 더더욱 그렇다. 타악축제의 경우 도비가 지원되는 만큼 한 번 끊기면 미래를 알 수 없다. 축제를 준비하고 홍보하는 측면에서도 업무의 단절이 주는 충격은 크다.

따라서 ‘아예 타악축제를 열지 말자’는 얘기가 아닐 바에야 사천시의회 총무위의 이번 결정은 다시 생각해볼 문제다. 축제를 주관하는 사천문화재단의 구성과 위상 재정립에서부터 타악축제의 방향, 예를 들어 세계축제로 계속 가져 갈 것인지 아니면 무대를 국내로 좁힐 것인지, 또는 축제를 통합하거나 시기를 다르게 조절할 것인지 등등 여러 가지 발전 방안을 집행부에 촉구하고 때론 해결방안을 제시하는 게 먼저다.

사천시로서도 그저 지역주민의 원성만 핑계 삼아 축제 당위성을 호소할 게 아니라 근본적 변화를 꾀하는 진정성을 보여야 할 것이다. 깊이 있는 고민이 뒷받침 됐다면 설령 축제를 없애겠다고 한들 어찌 탓 할까.

지방자치제 실시 이후 대한민국은 축제의 홍수를 겪고 있다. 그만큼 크고 작은 축제가 넘쳐난다는 얘기다. 그 가운데 눈에 띄는 축제 하나 갖는 일, 지자체로서는 쉽지 않은 일이다. 이번 기회에 사천시가 가진 모든 축제를 펼쳐 놓고 점검해 보는 시간이 필요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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