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의지’ ‘학부모 참여’ ‘민주적 절차’ 세 박자 맞춰

교복을 살펴보는 학부모들
삼천포중학교(교장 임창섭)가 사천지역 학교로서는 처음으로 교복 공동구매를 추진하고 있다. 이 일에 학교장은 물론 학부모들도 발 벗고 나서고 있어 학교운영의 좋은 본보기가 되고 있다.

삼천포중이 교복 공동구매에 관심을 가진 것은 2년 전부터다. 교복 디자인이나 품질, 실용성 면에서 다른 학교 교복에 떨어진다고 생각한 교사와 학부모들이 교복 개선 필요성에 공감했다.

나아가 학교운영위원회에서 이를 공동구매 형태로 구입하기로 결정했다. 공동구매방식을 채택하면 같은 품질이라도 값싸게 구입할 수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실제로 공동구매는 개별구매에 비해 적게는 20%에서 많게는 50%가까이 싸게 구입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지역의 교복 업체들이 기존의 교복 원단이 쌓여 있다는 하소연을 해옴에 따라 당장 실행하지 못하고 2년 가까이 늦췄다는 게 임창섭 학교장의 설명이다.

지난 3월18일에 열린 학부모총회 모습

그리고 올해 들어 학교운영위에서 다시 한 번 교복 공동구매를 결의함에 따라 이를 추진하고 있다.

먼저 학운위는 교복선정위원회란 자체 기구를 만들어 옷감과 디자인을 결정했다. 이 과정에서 교복선정위는 샘플만 정했을 뿐 학생과 교사, 학부모들이 선호도에 따라 스스로 선택할 수 있게 했다는 점이 눈에 띈다.

이 결정은 3월18일 열린 학부모총회에서 이뤄졌다. 이제 남은 것은 교복 제작업체를 정하는 일. 그래서 교복선정위를 해체하는 대신 이날 학부모총회에 참석한 학부모들 가운데 7명으로 교복공동구매위원회를 구성했다.

그리고 4월3일 교복 공동구매 입찰 공고를 냈다. 여름/겨울 교복과 체육복까지 한꺼번에 공급할 업체를 찾으며, 낙찰가 결정은 샘플 전시와 설명회 후 공동구매위원회 협의로 결정한다고 밝혔다. 설명회는 오는 15일, 업체와 가격 결정은 17일에 있을 예정이다.

교복 선호도를 투표하는 학생들
낙찰방식을 최저가격으로 하거나 예정가격에 가까운 업체를 택하는 방식으로 하지 않고 공동구매위원회의 협의로 결정하도록 한 것은 다소 모험이다. 업체 선정 이후 뒷말이 나오기가 쉽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학교와 공동구매위원회는 자신감을 보이고 있다. 좋은 품질과 나은 사후보장을 위한 선택이었으며, 구매위원들 모두가 부정한 견해를 담지 않기로 서약서까지 작성했다는 설명이다.

학교측과 학부모들의 이런 노력으로 삼천포중학교는 머잖아 사천지역 최초로 공동구매를 통해 교복을 마련하게 됐다. 하지만 사천에서 왜 더 일찍 교복 공동구매 학교가 나타나지 않았을까 하는 의구심이 생긴다.

그 이유에 관한 교육계의 입장을 간단히 정리하면 “골머리가 아파서”이다. 일일이 학부모들의 동의를 구하는 일도 어렵거니와 진행과정에서 이런 저런 잡음에 휘말리기 쉽기 때문에 엄두를 내지 못한다는 것이다.

삼천포중학교 전경
그런 점에서 삼천포중은 이를 잘 극복하고 있는 셈이다. 이와 관련해 임창섭 교장은 “학부모들에게 맡겨 놓으니 너무 잘 하신다”라며 학부모들의 적극적인 참여를 칭찬했다. 또 교복구매 업무를 맡고 있는 삼천포중 안현선 교사는 “민주적 절차를 밟아 나가는 것이 가장 큰 힘이었다”라고 말했다.

반대로 공동구매위원회 정석만 위원장은 “뭐니 뭐니 해도 학교장을 비롯한 학교의 의지가 없으면 불가능한 일”이라며 학교장의 의지를 강조했다.

학생들 교복이 비싸다는 것도 종종 뉴스거리가 되는 세상이다. 그만큼 거품이 많을 수도 있고, 빈부격차가 커다는 얘기일 수도 있다. 한 학교에서 일어나는 작은 일이지만 교복공동구매는 민주적 절차와 참여의 중요성을 다시 한 번 보여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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