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대근 기자
우리 지역의 큰 축제 중 하나인 항공우주엑스포가 막을 내렸다.

올해 사천시는 ‘해양에어쇼’라는 새로운 카드를 꺼냈다. 최근 정동면 예수리에 조성된 ‘항공우주테마공원’에 이어 엑스포의 정체(?)를 타개하기 위한 포석으로 보였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주행사장인 사천비행장의 열기를 고스란히 옮기지 못했다는 평가가 많았다. 사천비행장에서 펼쳐진 본행사의 비중이 여전히 높았고, 관객을 삼천포대교까지 다시 모으기에 해양에어쇼는 아직 생소했다.

엑스포 10년을 한 해 앞둔 시점에서 새로운 흥행요소가 필요하다는 점은 분명해 보인다. 그러나 그 대안이 꼭 행사장의 다원화 등 양적 팽창에서 찾아야 하는지 의구심이 든다. 더구나 장기적으로 산업박람회로서 발전을 모색하고 있다면 더욱 면밀하게 검토해야 할 부분인 것 같다.

물론 주행사장이 공군 주둔지이기 때문에 관람객이 불편을 겪는 것도 사실이다. 행사장 내 사진촬영이 제한되고, 오후 5시에 퇴장해야 하며, 매년 임시시설을 설치했다가 행사 후 철거해야 하는 탓에 편의시설 개선이 더디다는 단점도 있다. 이는 관람객뿐만 아니라 행사를 준비하는 실무자들에게서도 자주 들을 수 있는 이야기다.

그러나 축제의 즐거움은 공간과 시간에 비례하지 않는다. 군부대 안이라는 공간적 제약과 오전 10시부터 오후 5시까지라는 시간의 제약이 오히려 보다 강렬한 흥행요소로 부각될 여지는 얼마든지 있다는 생각이다.

군복을 갖춰 입은 보안요원들이 행사장을 누비는 광경이나, 오후 5시 전 퇴장을 알리는 군용차의 방송소리, 혹은 카메라를 켤 때마다 주위 부대관계자의 눈치를 살피는 광경도 엑스포의 한 부분으로 자리 잡은 듯 보였다. 이 낯선 요소들은 ‘내가 지금 군부대 안에 마련된 행사장에 있다’는 것을 끊임없이 떠올리게 만드는데, 이러한 자각은 불편함보다 더 큰 흥미로움을 유발시키곤 했다. 마치 불가마 찜질방에서 먹는 아이스크림처럼 짜릿하면서도 달콤하기까지 했다.

에어쇼의 흥행은 양립할 수 없는 두 요소가 어울리면서 발생하는 것이라 생각한다. 전투를 전제로 제작된 비행기가 하트구름을 만들어내는 광경에 절로 탄성이 터지는 것도 이 때문이다. 비슷함이 모여 자아내는 조화는 아름답다. 그런데 양극단에 대립하며 존재하던 것들이 서로 어우러질 때 그 아름다움은 더욱 강렬해진다.

거듭된 전쟁이 항공산업을 발전시킨 것처럼 이 땅, 지구에 대한 인류의 염증이 커질수록 우주산업이 발전할지 모르겠다. 그만큼 하늘과 우주에 대한 열망이 커질 테니까 말이다.

경남사천항공우주엑스포의 흥행과 발전을 고민하는 데 있어서도, 애초부터 조화로운 요소를 찾아 엮어내기보다는 되레 이질적이고 낯설며, 어쩌면 불편하기까지 한 것에서부터 찾아보는 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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