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음식, 우리도 만들 수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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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음식, 우리도 만들 수 있어요”
  • 심애향 기자
  • 승인 2013.10.14 11:1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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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문화여성농업인들, 마늘고추장 만들기에 팔 걷어붙이던 날! 매콤한 고추장 담으며 달콤한 이야기 나누며 전통문화도 익혀

지난달 30일 사천농업인회관에는 마늘고추장의 알싸하고 달짝지근한 냄새가 군침을 돌게 했다. 매년 한국여성농업인사천연합회(회장 양선옥)가 주최하는 ‘귀화여성과 여성농업인의 한국전통음식체험’ 행사가 펼쳐지고 있었던 것.
이날 행사에는 베트남, 필리핀, 캄보디아 등 국제결혼을 통해 한국으로 귀화한 다문화여성농업인 10여 명과 한여농사천시연합회 회원 35명 등 45여 명이 참여해 ‘마늘고추장’을 만들었다.

▲ '이선미'라는 한국이름이 더 익숙한 닉소핍 씨. 캄보디아에서 정동면으로 시집 온 영민한 새댁. 마늘고추장 시연을 야무지게 챙겨보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다문화 새댁들 한국어 요리강연도 쏙쏙 이해
대여섯 명씩 한 조가 되어 둘러앉은 여성농업인들 사이로, 한참 앳돼 보이는 새색시들이 눈에 띄었다.
“이선미.” 캄보디아에서 사천 정동면으로 시집온 닉소핍 씨는 이름을 묻는 말에 주저 않고 한국이름을 말했다. 시집온 후 한국인으로 귀화 한 그는 ‘선미’로 불리는 것이 더 익숙하다.
곤명면에 살고 있는 필리핀인 밀라니 씨는 한국어로 진행된 요리시연이 어렵지 않았느냐는 질문에 “대부분 알아들었다”며 “시어머니랑 같이 만들어본 적이 있는데 고추장이 안 맵고 맛있다”고 환하게 웃었다.
일상 대화를 문제없이 나눌 만큼 한국어 실력이 좋은 다문화여성들은 일신요리학원 김미숙 원장의 마늘고추장 만들기 설명과 시연을 어렵지 않게 알아듣고 중요한 내용은 받아 적기도 했다.

“한국 전통 발효음식들 건강에 좋고 맛도 좋아요”
3년 쯤 전, 베트남에서 곤명면으로 결혼이주 한 판티배휴 씨는 시어머니와 같이 살지 않아서 한국 음식들을 이것저것 혼자 만들어 본단다.
“고추장 만드는 법은 잊어버렸는데 오늘 다시 배웠어요. 된장 만드는 것도 배우고 싶어요. 된장찌개 정말 맛있어요. 처음에는 좀 이상한 맛이라고 생각했지만 먹을수록 맛있어요.”
여행 삼아 ‘다른 나라의 정취’를 잠시 느끼는 것은 누구라도 반가워하겠지만 삶의 환경이 완전히 다른 곳에서 자신을 맞춰가는 일은 쉽지 않다. 옆에서 함께 막대주걱으로 고추장을 버무리던 허숙향 씨가 한마디 거들었다.
“이 색시들이 우리 문화를 잘 받아들여서 놀랍고 좋아요. 우리한테야 이 음식들은 나고 자라며 먹은 것이라도 이들한테는 얼마나 낯설겠어요. 맛있다고 말하고 잘 먹어서 참 고맙고 좋네요. 이 행사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해줘 고맙고요.”

▲ 고추장은 물론 된장, 김치찌개도 너무 좋아한다는 조연수 씨(오른쪽에서 세 번째)와 비빔밥을 가장 좋아한다는 뿌이띠뚜엣 씨(오른쪽 첫 번째).
역시 베트남에서 온 뿌이띠뚜엣 씨는 지난해 12월에 사천읍 선진리로 시집 왔다. 시누이와 함께 행사에 참여 했는데 아직은 고추장이 좀 맵단다.
“혼자서는 못 만들지만 시누이 같이 하면 만들 수 있어요. 재밌어요.”
중국 흑룡강에서 온 조연수 씨는 사천읍에 살고 있다. 그는 아이처럼 즐거워하며 또렷한 눈빛으로 옆 언니들이 하는 것을 눈여겨보고 있었다.
“이렇게 큰 주걱으로 고추장을 젓는 것은 처음 해봐요. 한국 전통음식이 건강에 좋은 거 알아요. 특히 된장. 저는 김치찌개도 좋아해요.”

다문화여성들은 이방인 아닌 옆집 ‘올케, 며느리들’
양선옥 회장은 이번 행사에 직접 재배한 고추와 집에서 고아온 마늘을 가져와 재료로 내놓았다.
“비가 온다고 해서 그 짐들을 어떻게 다 옮기나 걱정했는데 다행히 날씨가 맑아 기쁩니다. 이런 행사는 협조해 주는 사람들이 없으면 진행하기 힘들어요. 오늘 참여 인원도 많고 한여농사천연합회 회원들도 적극 참여해줘서 참 고맙습니다.”
“다문화여성분들은 농촌에서 우리와 이웃하고 지내는 옆집 올케, 며느리들이에요. 제가 바라는 것은 이런 행사를 통해 그들이 지속적으로 한국 전통음식에 관심을 갖고 배우는 거예요.”
각 조별로 담은 고추장을 손가락 끝에 찍어 맛을 봤더니 밥 생각이 절로 났다. 비빔밥을 가장 좋아한다는 뿌이띠뚜엣 씨가 한 대접 나물밥에 한 숟갈 척 비벼 먹을 생각을 하니 미소도 절로 났다.
 
▲ 한여농사천지부 양선옥 회장은 이날 행사를 위해 직접 농사지은 고추를 가져왔고 마늘도 집에서 고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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