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시절 보리밭에 얽힌 추억 이야기!

 보리밭에 얽힌 추억! 생각만 해도 가슴이 설렙니다. 아스라한 옛 기억이 되살아납니다. 왜일까요? 보리밭에 얽힌 수많은 추억 때문입니다.

▲ 정동면 예수리 오인숲 근처 보리밭. 벌써 보리 이삭이 피어나고 있습니다.

  어린 시절(1970년대 쯤) 우리는 언제 어느때나 보리밭에 들어갈 수 있었습니다. 겨울이 끝날 무렵이면 어른들은 아예 아이들을 보리밭으로 내몰기까지 했습니다. 한겨울 따스한 기운이 조금이라도 감돈다 싶으면 동네 꼬마들은 약속이나 한듯 너도 나도 보리밭으로 모여들었습니다.차범근 선수 흉내를 내며 신나게 공을 차고 놀다가 지치면 자치기로 종목을 바꿔 해지는줄도 모르고 놀았습니다. 요즘 아이들에게 그 때 그 시절 얘기하면 학원은 언제 가냐고 의아해 합니다. 그 땐 진단 평가도 일제 고사도 없던 시절입니다.  

▲ 정동면 고읍리 고읍들판의 보리밭. 멀리 옛 동헌 자리에 우뚝 서있는 이팝나무가 보입니다.

  눈이 내려도 바람이 세차게 불어도 여리디 여린 보리순은 꿋꿋하고 강인하게 겨울을 이겨냅니다. 어른들은 그 여리디 여린 보리순을 마구 밟고 다녀도 좋다고 했습니다. 학교에 가고 올 적에도 신작로 길이 아니라 보리밭을 밟으며 다니라 했습니다. 밟으면 밟을수록 더 튼튼히 자라나는 것이 보리순이었기 때문입니다.

▲ 연초록 보리밭. 보리순이 하루가 다르게 쑥쑥 자라고 있습니다.

  정월 무렵이면 보리순을 뽑아 찌개도 끓였습니다. 보리순에 된장을 풀어 끓이면 '보리순 찌개'가 됩니다. 어린 보리 잎은 영양 성분이 시금치보다 높아 노화 억제 작용을 하며 암 예방과 성인병 예방에 탁월한 효과가 있다고 합니다. 물론 최근에 알게된 정보입니다. 하지만 쌀쌀한 날씨에 콧등이 시큰해지고 다리가 아플 정도로 부지런히 보리를 밟아야 했던 그 시절. 보리순이 식탁에까지 오르는건 별로 달갑지 않은 일이었습니다.

▲ 산과 들이 한데 어우러진 고읍 들판의 드넓은 보리밭

  3~4월이 되면 보리는 하루가 다르게 키가 커집니다. 햇볕이 쨍쨍 내리쬐는 따스한 봄날에는 하루에 2cm까지나 자란다고 합니다. 심심풀이로 보리피리 만들어 머리가 어질어질 하도록  불며 놀았습니다. 노고지리(종다리)가 보리밭 둥지에서 알을 품을 쯤이면 아이들에게 보리밭은 출입금지 구역이 됩니다.

▲ 노고지리 둥지가 있는 보리 고랑

  보릿대가 부러지면 수확이 줄어들기 때문입니다. 그래도 아이들은 어른들 몰래 보리밭을 누비며 술래잡기도 하고 누워서 하늘 보기 놀이도 해봅니다. 보리밭은 엄마 품처럼 너무나 포근하게 느껴졌기 때문입니다.

▲ 보리밭 둑길에 피어난 민들레

  보리밭 옆 밭둑엔 민들레도 피어납니다.

▲ 보리밭 옆 논가에 피어난 황새 닮은 황새냉이

  보리밭 옆 논가엔 황새냉이도 하얗게 무리지어 피어납니다.

  보리밭! 이젠 아련한 추억으로만 남아있습니다. 요즘 아이들은 보리밭에서 놀 수 있는 시간도 없거니와 들어가 볼 수 있는 보리밭도 흔치 않습니다.

 보리밭 축제하는 곳에 데려가 엄마 아빠의 '보리밭에 얽힌 추억' 얘기라도 들려주어야겠습니다. 

 일제고사에 멍든 아이들 몸과 마음을 조금이나마 치유해 줄 수 있는 연초록 보리밭을 찾아 나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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