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깎이 고수 '이용희' 선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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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깎이 고수 '이용희' 선생
  • 허귀용 기자
  • 승인 2009.03.20 15:3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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뜨거운 열정...좌절...그리고 현재와 미래
사천읍사무소 인근에 위치한 한 학원 사무실. 입구 문틈 사이로 수궁가의 구수한 노랫가락이 귓가를 때린다.

작년 전국 국악경연대회에서 대상을 수상하며 사천 판소리의 명성을 알렸던 소리꾼 이윤옥 선생이 학생에게 수궁가의 한 소절을 가르치고 있었다.

그 가락 사이로 이윤옥 선생과 오랫동안 호흡을 맞춰온 고수 이용희(52세) 선생이 반갑게 맞이한다. 국악의 불모지나 다름없는 사천에서 북과 채 하나만을 들고 올곧게 한 길을 걷고 있는 경남도무형문화재 제8호 사천판소리 고법 전수조교인 이용희 선생이 오늘의 주인공이다.

경남도무형문화재 제8호 사천판소리 고법 전수조교인 이용희 선생
‘고법’은 판소리에서 북을 치는 방법으로, 이 북을 치는 사람을 ‘고수’라 부른다. 이 선생은 사천은 물론 영남권에서 고법 분야에 독보적인 존재로 알려져 있다. 전국 국악경연대회에서 국무총리상을 수상한 유일한 고수이기도 하지만 그 만큼 영남권에서 실력을 인정받았기 때문이다.

올해 들어 이 선생은 몸이 두 개가 되어도 모자랄 정도로 바쁜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 평생소원 중에 하나였던 고수대회를 영남권에서는 처음으로 와룡문화제 때 열기로 했는데, 그 준비에 여념이 없기도 하고, 첫 대회라서 이것저것 신경 써야 할 부분도 많지만 개인적인 연습도 게을리 할 수 없어서다.

“고법 대회가 1회인데 부족한 게 많습니다. 예산이 부족하고, 장관상 정도 되어야 전국에서 참가자들이 많이 오는데 도지사상이 최고이다 보니 참가자 모집이 쉽지 않네요. 여러 가지 어려운 부분이 있지만 최선을 다해 보려고 합니다.”

충북 음성에서 태어난 이 선생은 부산에서 주로 생활하다가 결혼과 함께 지난 1985년도에 처갓집이 있는 사천으로 옮겼다. 지금은 제 2고향이나 다름없는 사천으로 이주하고 나서, 이후 10년 넘게 북과 채는 이 선생의 생활과는 거리가 멀었다. 사천에 온 이유가 처남과 횟집을 하기 위해서였다. 횟집은 3년 만에 접고 현재 삼천포에서 운영하고 있는 문구점으로 전업했다.

북, 채와 인연이 닿은 것은 1996년, 불혹의 나이를 일 년 앞둔 39살부터다. 대부분의 국악인들이 어린 시절부터 시작해 한창 물이 오를 정도 나이에, 갓 고수에 입문한 것이다.

사실 늦깎이로 북과 채를 든 데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었다. 어머니 고 허말순 여사의 영향이 컸다. 어린 시절 어머니는 동네에서 소문난 소리꾼이었고 했다. 어릴 때부터 어머니의 소리를 들으며 자란 이 선생은 자연스럽게 우리 국악에 관심을 가져 왔고, 오랫동안 꿈꿔왔던 소망을 뒤늦게 이뤘다.

이 선생의 첫 스승은 사천에서 오랫동안 고법을 가르쳐 온 경남도지방문화재 고 김재근 선생님이다. 이후 순천에 유명한 고수 선생으로부터 4년간 수학하고, 5년 전부터 우리나라 고법 명인 중에 한명인 중요무형문화재 추정남 선생 아래에서 가르침을 받고 있다.

“다른 사람이 30년간 해 온 것을 저는 10년으로 단축하려고 피나는 연습을 했습니다. 진짜 미치도록 연습을 했습니다. 하루에 10시간 넘게 했지요. 아내가 도와주지 않았다면 힘들었을 겁니다.”

전라도를 오가며 북과 채에 삶의 모든 것을 걸다시피 매달렸지만 그가 원하는 만큼 실력이 늘지 않아 실망과 좌절도 맛보기도 했다. 그러나 이 선생의 끝없는 열정을 꺾을 수는 없었다.

그렇게 10년간의 열정, 결국 이 선생은 지난 2006년 해남 전국국악경연대회 고법 대상(문화관광부장관상)에 이어 작년에는 이 대회에서 전국의 내로라하는 국악인들을 제치고 종합최우수상(국무총리상) 수상하는 영예를 안으며 한 단계 올라섰다.

“이제 대통령상에 도전해서 우리나라 국악계의 명인 반열에 들고 싶습니다. 또 전라도에 명인이 많아서 고법을 배우러 가는 사람들이 많은데, 경남지역을 고법의 명인 고장으로 만들어서 전라도 사람들이 경남으로 배우러 오게 만들고 싶은 게 앞으로 꿈입니다.”

그 꿈을 향해 북과 채에 영혼을 담은 이 선생의 손놀림은 오늘도 멈추지 않는다.

고 김재근 선생이 이용희 선생에게 선물한 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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