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미빛만 있는 개혁은 불가능할 지도 모른다

지금이 적기라고 진단한 화폐개혁은, 이제야 도마 위에 올려보기를 제안하는 수준임을 감안해서 과장된 표현일 수도 있다. <관련기사>

기껏해야 '논의 시작, 지금이 적시다'라고 표현해야 옳을 것이다.

그럼에도 뒤이은 칼럼을 성급하게 올리는 이유는 화폐개혁의 비용과 폐해를 밝히는 것이 균형있는 논의를 위해 필요하다는 요구에 부응하기 위해서이다.


우선, 화폐 개혁의 절실함에 대한 지금까지의 논의를 발전시키고, 가능한 부작용에 대해서도 짚어 보고자 한다.

논의의 촛점은 아래에 몇 가지로 추려내었다.

첫째로, 우리나라의 화폐가치가 객관적으로 어떻게 비추어지는가.

둘째로, 화폐인플레이션이 현대국가에서 가장 두려워하는 거품 붕괴와 어떤 관계가 있을 것인가.

셋째로, 화폐 개혁이 가져올 문제점은 무엇이 있을 수 있으며 어떠하게 대처할 것인가의 순서로 이야기를 풀어보고자 한다.


지난 칼럼에 대한 토론에서 밝힌 바 있듯이, 평생 살아온 시간만큼 써온 돈의 가치에 대해서 우리들은 객관적으로 평가할 감각이 무디어져 있다.

한 번 장을 볼 때마다 몇 만원을 쓰는 것이 요즘들어 희귀한 일은 결코 아닐 것이다.

단지 몇 주일 동안 쓸 물건들은 몇 십의 단위에서 계산해 오던 외국인들에게는 우리나라의 화폐가치는 흥미있기는 해도 선호할 만한 것은 아니다.

그것은 마치 어르신들이 소일삼아 가끔하시는 인터넷 고스톱의 게임머니와 같이 느껴지기도 한다.

게임머니!! 이것이 문제의 핵심이다.

자기가 정확히 얼마를 가지고 있는 지도 모르고, 얼마가 거래되는 지도 모르며, 그 가치와 현실의 괴리가 자꾸만 넓어지는 것이다.

이것은 현대 산업국가가 가장 두려워하는 거품 붕괴의 전부는 아닐지라도 핵심의 뇌관과도 같은 것이다.


정확한 가치평가가 결여된 컴퓨터로만 정확한 수치계산이 가능한, 가상세계에서는 안전하고 편안하지만, 현실세계는 종말로 치닺고 있는 나이든 아이들의 WWW(WORLD WIDE WEB)- 지구를 망라한 그물망의 한갖 물고기로 존재하고 느끼고 사고하게 하는 물적 기반인 것이다.

경단위의 가치를 가지고 생계를 연명하는 증권분석가, 거래자들 조차도 자신이 취급하는 금액의 가치를 알 수 없다.

이렇게 극단적인 비관론을 따라 가다보면 문제는 화폐개혁 같은 변화로는 해결할 수 없는 것으로 덩치를 짐작할 수 없게 만들기도 한다.

정확한 가치의 측정은 경제학의 분야이기 보다는 어쩌면 철학이나 종교의 범위로 전이, 혹은 도피되어야 할 지도 모른다.

거품을 피하려고 했는데, 나중에는 모든 것이 거품같아 보여 좌절하게 된다고나 할까?

아이를 목욕시키다가 목욕물에 아이를 같이 버리는 말도 안되는 전개가 되는 것이다.

무엇이 아이이고 무엇이 거품인지를 가름하는 것은, 우리가 알고 있는 것이 무엇이고, 모르고 있는 것이 무엇인가를 아는 것 만큼, 우리가 무엇을 소중하게 지켜야 하고, 무엇으로부터 스스로를 지켜야 하는 지를 아는 것의 문제이다.


가장 바람직한 상태의 경제생활은 자기가 쓰는 만큼을 헤아릴 수 있고, 사는 만큼도 셀 수 있는 상태이다.

되도록이면 열 손가락 안에서 해결할 수 있다면 좋겠다.

통장의 동그라미들이 줄어드는 만큼 자신의 재산을 강탈당한 느낌을 갖는 대신에, 그 잔고를 자기가 사용할 수 있는 가치와 바로 대입할 수 있는 관계가 본 시민기자가 추구하는 화폐개혁의 단계이다.


마지막으로 화폐개혁의 문제점을 짚어보자.

화폐개혁의 문제점은 앞에서 제기한 화폐개혁의 잇점과 분리될 수 없다.

우리는 이미 팽창된 가치평가에 너무 익숙해져 있다.

지금과 같은 상태를 유지하기 위하여 우리는 다시 천 배의 노력을 해야 한다고 느낄 지도 모른다.

몇 백억의 비자금이나 수익을 세던 사람은 상대적인 박탈감으로 다시 요요처럼 화폐를 팽창시키고자 할 지도 모른다.

운반하기에 편리한 검은 돈으로서 이용될 지도 모른다. 결국은 욕망의 폭주가 화폐개혁의 가장 큰 폐해가 될 수도 있다.

항상 동전에는 양면이 있고, 칼에는 양날이 있는 법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화폐개혁을 요구하는 이유는 그저 소박하게 말해서 아이들이 가게에 가서 과자를 하나 사 먹을 때, 자신이 지불하는 금액의 의미를 보다 쉽게 알 수 있기를 바라기 때문이다.

만원 보다는 열개가 훨씬 현실적이다. 현실적이라는 말이 더 이상 싸늘하게 들리지 않는 세상이 다가오기 위해서, 돈도 현실적으로 써보기도 하고 벌어보기도 하고 싶다는 바램을 표현하고자 하는 것이다.

그리 경제학적으로 와닿는 이유는 아닐 지 몰라도, 보다 따뜻하고 손에 잡히는 경제 생활을 위한 방편은 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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