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천맛집기행]요즘은 귀한 요리 된 '내장수육'에 찜과 탕까지

▲ 평화아구찜 식당의 으뜸 메뉴 '아구탕'. 아귀 내장이 넉넉히 들어 있다는 점이 특징이다.
금년 겨울은 유달리 눈도 비도 많고 춥다.
응달에는 잔설이 녹지 않고 그대로 얼어 있다. 경제도 얼어붙었고 사람들의 마음도 스산하다. 이럴 때는 좋은 사람들과 맛있는 음식으로 혀를 녹이고 마음을 달래는 것이 상수이다.

삼천포 사람들이 겨울 별미로 손꼽는 음식 중에 빠지지 않는 것이 ‘아귀’(토속말로 '아구')이다.
그래서 맛을 자랑하는 아귀 요리 집도 여러 집이 있는데 요리 방법도 약간의 차이가 있다.
삼천포에서 지역 사람들이 원조로 꼽아 주는 선구동에 위치한 '평화 아구찜' 집을 찾았다.

이 집에서 특히 소문이 나 있는 것은 아귀 수육이다. 아귀 수육이란 아귀 대창과 간과 고니 등을 삶아 건져내어 접시에 담아내는 것인데 오늘은 수육을 못 낸단다.
아귀가 많이 잡히지 않아서 아귀 탕에 내장을 넣고 나면 수육으로 따로 낼 게 없다는 것이 이유다.

“우리도 수육으로 팔면 편하게 돈이 되는데 그러면 탕의 질이 떨어지거든요.”

사장의 이야기이다. 자칭 할매라고 하면서 완강히 본명은 밝히려 하지 않으니 그냥 할매 사장이라 칭하자. 용현면 출신으로 용띠라 하니 금년에 62세이다. 요즈음 60대 초반을 할머니라고 하지 않는데 본인은 굳이 할매라고 한다. 젊었을 적에 은행에 다녔는데 소위 ‘잘 나갔단다’. 그러고 보니 인물이 한 가닥 하고도 남았겠다. 젊은 시절의 늘씬한 맵시가 남아있다.

▲ 평화아구찜 사장, 일명 '할매'. 음식은 물론 삶에 대한 긍지가 느껴졌다.
“잘 가다가 삼천포로 빠진다고, 우리 영감 만나 여기에서 요 모양 요 꼴로 산다오. 호호.”

말로는 남편 지청구를 하지만 속내는 그런 것은 아닌 모양이다. 자식 농사도 잘 지었고 장사도 잘되어서 가게 건물도 자기 손으로 세운 것이라는 긍지가 은근히 배여 나오고 있으니까.

사장의 권고로 아귀 수육 대신 아귀찜을 주문해 놓았는데 모처럼 온 길이고, 일행 중에 매운 찜 요리라면 고개를 흔드는 사람이 있어 억지로 수육을 하나 주문했다. 아무래도 대창이 부족한지 대창 수육 곁에 아귀 생선살이 접시 한 구석을 차지하고 있다. 아귀 수육에선 아귀 살코기는 불청객이다. 그만큼 맛의 차이가 크기 때문이다. 주로 여수, 제주도에서 온 아귀를 사용하는데 수육은 생 아귀 내장을 삶아 낸다. 아무리 겨울이라도 삼일이 지나면 수육으로 내지 않는다. 그래서 아귀 수육은 겨울에 먹는 음식이다.

▲ 맵지도 않고 짜지도 않은 것이, 그저 감칠맛만 입안에 가득 도는 아귀찜.
아귀찜이 맛이 있다. 원래 찜은 수육에 비해 한 수 밑으로 치는데 여기에서는 수육 못지않게 맛이 있다. 아귀 살점으로 찜을 한 것인데 신선한 생선 맛이 그대로 배여 나온다.
아귀찜 요리법은 여러 가지이다. 반 쯤 말린 아귀를 찜을 하는 집도 있고 아주 꼬들하게 말린 아귀를 쓰는 집도 있는데 여기 찜은 신선한 생 아귀를 사용한다. 조미료를 많이 가미한 것 같지도 않은데 그렇게 맵지도 않고 짜지도 않은 것이, 그저 감칠맛만 입안에 가득 돈다. 별미이다.

이 집 주 메뉴인 아귀 탕이 나왔다.
아귀 탕을 보는 순간 질급할 뻔 했다. 아귀가 가득 담긴 탕이 나온 것이다. 마치 돼지 뼈다귀가 가득 담긴 감자탕을 보는 듯하다. 보기만 해도 푸짐하다.
일행들은 이미 찜과 수육으로 어지간히 요기가 된 처지라 다소 질린 표정들이다.

▲ 평화아구찜 집의 또 하나 자랑 '내장수육'. 아귀를 주 재료로 하는 식당 가운데 내장수육을 내어놓는 곳은 흔하지 않다.
그런데 가만히 탕 안을 살펴보니 아귀 살점만이 있는 것이 아니고 대창도, 고니도 푸짐하게 들어있다. 용현 할매 사장 이야기가 허언이 아니었다. 이렇게 많은 아귀 대창을 탕에 넣으니 수육으로 낼 것이 없는 것이다. 식당 안에는 식객들이 가득 차 있다. 서민들의 푸짐한 한 끼 식사로 제격이다. 얼큰한 국 맛에 배가 부른 중인데도 숟갈이 자주 간다.

이번 맛 집 기행에는 뒤 이야기가 따른다.
그날따라 아귀가 먹고 싶다던 김 기자는 다음 날 하루 종일 배탈에 시달려야 했다, 과식 때문이다. 평소 대장 상태가 안 좋아 매운 음식은 사절하던 강 기자는 짱짱하게 건재했다, 찜을 그렇게 포식을 했는데도.

맛있는 음식에는 좋은 벗이 있어야 자리가 어울린다. 그래서 지인 한 분을 맛집평가단에 초청했는데, 식사를 마칠 무렵 살짝 나가서 밥값을 계산을 해 버렸다. 게스트로 온 양반이 졸지에 스폰서로 둔갑을 한 셈이다. 미안하기 짝이 없는 노릇이지만, 사람살이에 이런 즐거운 일탈이 반갑기도 하다. 정 선생, 고마워요~!

▲ 평화아구찜 상차림.

평화아구찜 전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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