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강댐시민대책위 박종순 위원장 “안보가 가장 큰 문제”

남강댐 용수공급 증대를 통한 부산광역상수원사업계획이 정치권에서 점점 탄력을 받는 분위기다. 특히 집권당인 한나라당의 주요 당직자들이 입을 맞춘 듯 낙동강 취수 포기 발언을 공공연히 쏟아내고 있다. 나아가 물 문제를 둘러싼 논쟁에서 서부경남권만 고립되는 조짐도 보이고 있다. 이에 남강댐 운영수위 상승 결사반대 시민대책위원회를 이끌고 있는 박종순 위원장을 만나 최근의 움직임과 변화에 어떤 입장인지 들어보았다.

△최근 서부경남 5개 시군과 공동대책위를 꾸리고 있다. 뜻이 잘 통하는지...

=남해가 좀 미온적인 반면 하동 산청 진주는 뜻을 함께하고 있다. 하지만 우리 사천과는 입장이 조금씩 다른 것 같다. 우리는 생존권이 걸린 문제로서 전면 백지화를 요구하는 입장이지만 다른 지역은 정부가 피해보상과 새로운 대책을 내놓았을 때 끝까지 반대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박종순 위원장

△그렇다면 사천의 입장에선 정부가 어떤 대책을 내놓아도 반대할 것이란 얘긴가?

=그렇다. 지금 상황으로 봐선 제대로 된 대책이 나올 리가 없다. 지금 조건으로도 초당 7000천톤 방류할 수 있다. 굳이 보조수로를 더 만들겠다는 것은 지금 말하는 것처럼 최대 초당 5520톤 흘리겠다는 게 아니다. 1만톤 이상 흘리겠다는 뜻이 숨어 있다. 이는 전문가들의 주장이다. 이럴 경우 어떤 대안이 있겠는가. 둑을 높이고 배수펌프장 가동하는 것만으로 침수를 막을 수 없다.

△예전에는 꾸준히 대책을 세워달라는 주장을 펴온 것으로 아는데.

=그건 지금까지 상황에서 발생한 피해에 대한 조치로서 요구한 것이다. 수자원공사 보고서에 따르면 사천만 바닥에 토사가 쌓여 해마다 3cm씩 높아지고 있다. 그래서 준설을 요구한 것이다. 준설 뒤에는 물흐름이 빨라져 침수위험이 줄어든다. 또 어민들에게 피해보상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과거에는 초당 1750톤 방류했을 때를 기준으로 보상했지만 지금은 5000톤이 넘을 때가 많다. 당연히 추가 보상해야 한다.

△최근 부산에 사는 사천출향인들 사이에도 ‘물을 나눠 먹자는데 야박하게 군다’며 광역상수원사업을 반대하는 지역정서를 비판하는 목소리가 많다.

=정말 안타까운 일이다. 내 친구나 동생으로부터도 비슷한 말을 들었다. 진짜 물이 남아돌고 사천지역에 별 피해가 없으면 왜 나눠먹지 않겠는가. 이는 내용을 잘 몰라서 생기는 일이다. 따라서 우리 지역에서 궐기대회하고 집회 열고 하는 것은 좀 미루더라도 정확한 내용을 온 국민에게 알리는 일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정확한 내용이라면 어떤 내용을 말하는 건가?

=당연히 항공산업과 군사시설이다. 이는 국가기간산업이며 안보가 걸린 문제다. 계획처럼 남강댐 수위를 올리면 사천만 침수는 불 보듯 뻔하다. 한 번 침수로 엄청난 국가적 손실이 발생할 것이다. 낙동강을 포기하는 것도 문제다. 그동안 국가 차원에서 15조원이란 돈을 들여 낙동강 수질 개선에 힘쓰지 않았는가. 그렇다면 당연히 낙동강 물을 먹어야지.

△시민들이 그런 내용을 일일이 알진 못하더라도 정책입안자나 정치인들은 다 알지 않을까?

=수자원공사나 국토해양부에서 거짓보고를 하고 있기 때문에 정치인들에게도 정확한 사실이 전달되지 않는다고 본다. 한나라당 국회의원들도 실상을 제대로 알지 못할 것이다.

지난 2월26일 사천시청광장에서 열린 남강댐 운영수위 상승 반대 궐기대회 모습.

△이번 남강물 사태가 결국엔 ‘정치적 거래’로 끝날 것이란 추측이 나돈다. 이는 결국 부산광역상수원사업의 강행을 의미하는데...

=여당 정치권에서 이 내용을 잘 안다면 철회할 것이라 믿는다. 그래서 여러 경로를 통해 건의서한을 보낼 생각이다. 그래도 강행한다면 법적소송까지 진행해야 되지 않겠나.

△그런 원칙을 끝까지 지켜나가기 위해서는 사천시민들의 의지가 중요한데 시민대책위가 너무 형식적이지 않은가.

=그 점이 문제다. 대책위 구성만 했지 참여도가 낮다. 젊은 사람들이 적극 나서줘야 하는데...

△대책위 출범 당시부터 진보적 성향의 단체들도 참여 의사를 밝힌 것으로 안다. 이들의 움직임은 없는가?

=지난 번 집회에 별로 안 보였다. 최근 부위원장 자리를 몇 개 달라는 얘기를 하던데, 그 게 내 맘대로 하는 게 아니잖은가. 회의를 열어 결정해야 할 문제다.

△앞으로 어떤 계획을 세우고 있는지 알려 달라.

=당초 19일에 진주에서 서부경남대책위 이름으로 궐기대회를 가질 예정이었으나 강행할지 미지수다. 11일 오전11시에 진주시청에서 관련 회의를 가진 뒤 결정할 것이다. 개인적인 생각으론 집회에 힘쓰기보다 정확한 실상을 각 기관과 정치권에 알리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본다.

남강댐 사천시민대책위는 사회단체와 직능단체를 중심으로 지난 2월17일에 출범했으며 출범 이후 서부경남대책위 모임만 몇 차례 가졌을 뿐 자체 모임은 갖지 않았다. 이런 가운데 한나라당 집행부는 부산과 대구의 새 취수원확보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어 사실상 정부 계획을 받아들이는 모양새다. 반면 강기갑 국회의원은 경남의 야당 의원들과 함께 10일 오후 국회에서 국토해양부 노재화 수자원정책관 등을 불러 긴급현안간담회를 갖고 남강댐 용수증대사업의 전면 백지화를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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