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 “좀 더 신중할 필요가 있다” 문 “국가가 계속 투자해야”

지난 16일 티비토론에서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와 민주통합당 문재인 후보가 KAI 매각 문제에 대해 부정적 발언을 했다. 사진은 토론회 화면 캡쳐
대한항공의 본입찰 포기로 KAI 정부지분매각 작업이 불투명해진 가운데 지난 16일 열린 대선 후보자들의 3차 TV토론회가 영향을 줬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이날 두 후보가 KAI 매각 문제에 대해 부정적 발언을 했기 때문이다.(물론 대한항공은 이를 인정하지 않았다.)

하지만 꼼꼼히 뜯어보면 두 후보의 생각에는 조금 차이가 있음이 느껴진다. 이날 KAI 매각 문제를 먼저 꺼낸 건 문재인 후보다.

그는 항공우주산업을 발전시키려면 사천의 카이(KAI)를 중심으로 항공클러스터를 조성해 발전시켜야 함을 강조하면서 “그런데 이명박정부가 무산하고 카이 민영화 하려고 매각 작업 중에 있다. 국가가 장기적 비전을 갖고 계속 투자하고 지원해야 하는데, 잘못된 거 아니냐?”라고 박 후보에게 물었다.

이에 박 후보는 “카이 중심으로 해서 사천/진주 일대 중심으로 클러스터 만들어야 한다고 본다. 내 공약에도 있다. 민영화 과정서 여러 가지 이야기들 있는데 그 부분에 대해 신중할 필요가 있다”고 답했다.

이것만 놓고 보면 두 후보 모두 KAI 매각에 부정적인 것처럼 보인다. 그렇기에 17일 대한항공이 본입찰을 포기한 것도 이 영향이 있는 것 아니냐는 일부 추측이 나오기도 했다.

하지만 문 후보는 “국가가 장기적 비전을 갖고 계속 투자해야 한다”고 말해 사실상 지분매각 자체를 반대했고, 박 후보는 “민영화 과정에 신중할 필요가 있다”고 말해 다소 애매한 입장을 취했다.

그런데 그 이전까지 두 후보가 속한 정당의 동료의원들 주장을 살펴보면 차이가 좀 크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박근혜 후보가 속한 새누리당의 사천남해하동 지역구 출신 여상규 의원은 기자간담회나 대규모 집회현장 등 틈 날 때마다 KAI 지분 매각 필요성을 강조해왔다. 심지어 “민영화란 표현 자체가 잘못이고 그냥 ‘새 주인 찾기’”라며 “투자 능력 있는 민간기업이 제대로 맡아야 항공산업이 성장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반면 문재인 후보가 속한 민주통합당 김기식 의원은 “정부가 KAI 지분을 충분히 가진 상태에서 지속적인 투자를 해야만 항공선진국들과 경쟁할 수 있다”며 “문 후보가 당선되면 매각작업을 중단시키겠다”는 뜻을 밝혔다.

한쪽은 지분매각에 ‘찬성’, 다른 한쪽은 지분매각에 ‘반대’니, 엄밀히 말해 KAI 정부지분매각 문제를 바라보는 두 후보의 시선은 전혀 다른 셈이다. 우리나라 항공산업에 관심 있는 유권자들은 KAI 완전 민영화를 더 바랄까 국가 주도 발전을 더 바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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