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천맛집기행]해산물 넘치는 삼천포에서 틈새 공략 '30년'

▲ 삼천포에서 곱창전골로 소문난 '보광식당'을 찾았다. 납작한 냄비에 곱창과 순두부, 갖은 야채와 당면을 엊은 곱창전골이 푸짐하게 한상 차려졌다.
올 겨울은 춥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늦가을에서 초겨울까지 입는 추동복을 한 번 딱 입고 세탁소로 보내야 했다. 갑작스럽게 겨울이 성큼 와 버린 탓이다.

이런 때 이르게 빨리 온 겨울에 알맞은 식당을 찾아 나섰다. 곱창전골 집이다. 해산물이 가득한 남도 항에 무슨 곱창요리라니? 구찬홍 사장의 말이다.

“원래 일식요리가 전공이라면 전공인 셈인데요. 삼천포는 해산물이 흔한 곳이라 생선을 재료로 하는 가게는 많으니까 남들이 잘 하지 않는 것을 해 볼까 해서 궁리한 것이 곱창전골이었지요.”

역발상이다. 구 사장의 이런 생각이 맞아 떨어져서 30년 넘게 삼천포에서 성업 중이다.

▲ 구찬홍 사장
‘보광 전골’은 동동 복개 천 옆에 있는 식당이다. 주위에 오래된 이름난 식당들이 많이 있다. 삼천포에서는 식당 골목이라 할 만하다. 겉보기엔 규모가 작아서 식탁이 홀에 6개 방에 6개 달랑 있을 뿐이다. 하지만 2층에 연회장이 있어 한꺼번에 제법 많은 사람을 받을 수도 있겠다.

구 사장은 서울에서 내려와 근처 경성식당에서 8년 동안 주방장으로 직장 생활을 했다.
당시 그러니까 30년도 더 전에 모 텔레비전 프로그램에 복어 요리사로 소개 되었을 정도로 복어 요리의 명장이었다. 그래서 여러 군데 스카우트 제의가 있었지만 자기 업소를 하고 싶었단다.

그러나 복어나 해물을 재료로 하는 식당을 삼천포에서 연다는 것이 자기가 일했던 식당에 대한 예의도 아니고 의리에도 맞지 않는다고 생각했던 모양이다. 그래서 복어와는 거리가 먼 곱창을 택하고 현재 있는 식당 맞은편에 세를 얻어 장사를 하다가 마침내 자력으로 건물을 지어 현재 영업하고 있다.

묻지도 않은 말을 구 사장이 먼저 한다.

우리 집에는 우리 식구가 먹을 수 없는 음식을 내 놓지 않아요. 곱창이 국내산이 아니라고 의심하는 손님이 있으면 나가라고 해요. 곱창을 세척하는데 상당히 힘이 들긴 하지만 절대로 세제 따위는 쓰지 않습니다. 밀가루도 사용하지 않아요.”

아무래도 요즈음 광우병 때문에 소비자들의 소고기에 대한 경계심이 많아진 때문일 것이다.

밑반찬이 여러 가지 나오는데 다 맛깔스럽다. 미역무침, 달래무침, 배추나물이 나왔다. 배추 나물은 된장에 버무려 깊은 맛이 있다. 게장도 한 접시 내 놓았다. 양념게장인데 맛이 있어서 한 접시 더 부탁했다. 찬 만들기는 부인의 몫이란다.

“우리 집에는 절대 반찬을 재사용하지 않아요. 아무리 깨끗하게 먹는다 해도 사람들이 음식을 먹을 때면 침도 튀고 하잖아요? 남이 먹다 남은 것을 어떻게 다시 내 놓아요?”

▲ 겨울에는 보글보글 끓이면서 먹는 요리가 제격이다. 곱창에 갖은 양념과 채소들이 어우러져 군침이 돈다.
이 집에는 여느 음식점마냥 ‘우리 집은 남은 음식을 재사용하지 않습니다.’라는 문구가 달려있다. 그런데 이 문구를 삼천포에서 제일 먼저 사용했단다. 이후 시청에서 권장하여 모든 음식점으로 전파됐단다. 음식 재활용 방지에 있어 효시인 셈이다.

곱창전골이 이 집의 대표적인 메뉴이다.
모양은 그다지 특별한 것은 없다. 당면이 깔려있고 시금치와 곱창이 보글보글 납작한 냄비에서 끓고 있다.

곱창 양도 많은 것 같지는 않다. 그런데 맛이 있다. 그다지 짜지도 않으면서 의외로 기름기가 입에 많이 바치지 않는다. 아마 육수에서 그 맛이 나오는 모양이다.

주문하면 면 종류가 육수 국물에 한 번 삶아 나온다. 이른바 퓨전식이다.
식성에 따라 대접에 나온 밥을 곱창전골에 비벼 먹기도 하고, 밥을 볶아 달라면 야채와 함께 전골냄비에서 볶아 주기도 한다.

“우리 집에는 김장을 절대 하지 않아요. 왜냐면 내가 워낙 김치 담그는데 골병이 들어서 다시는 우리 집사람에게 그런 고생시키지 않겠다고 결심했지요.”

▲ 전골을 어느 정도 먹고 나면 라면사리를 넣어 먹을 수 있다. 그리고 또 마지막에 밥을 볶아 먹어도 맛있다.
소년 시절 서울 대형 음식점에서 조리 기술을 배우면서 이틀 밤을 새우며 김장 속에 들어가는 무를 썰었단다. 그 시절 고생이 얼마나 뼛속 깊이 사무쳤으면 다시는 김장을 처에게 시키지 않겠다고 했을까?

이제 아들에게 인천에 곱창 집을 내 주고 재료는 택배로 보내 주고 있다. 분점인 셈이다.

구 사장은 사진작가이기도 하다. 가게에 걸려 있는 사진들은 다 본인의 자작들이다. ‘고진감래’라고 젊어서 한 고생의 대가로 여유로운 취미생활도 즐기고 있는 모습이다.

“지금 이렇게까지 밥술이나 먹게 된 것이 어디 내가 잘나서 그렇게 되었겠습니까? 다 시민들의 협조와 사랑 덕분이지요. 항상 감사하게 여기고 있습니다.”

그래서인지 구 사장은 사회봉사 활동도 열심히 한단다.

이제는 정말 봄가을이 없는 시대가 와 버린 것인지 모르겠다. 가을인가 하였는데 겨울이 갑작스럽게 닥쳐 와 버렸으니 말이다. 추적추적 겨울비라도 내리는 밤이라면 딱 맞는 음식이 곱창전골이다.

▲ 구찬홍 사장은 사진작가로도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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