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지 부족 외교력 미숙 등 정부책임론이 대세

KAI가 자체 개발한 훈련비행기 T-50 사진출처 : KAI
한국항공우주산업(주)이 추진하던 고등훈련기 T-50의 아랍에미리트 수출이 실패로 끝나자 그 원인을 두고 다양한 진단이 나오고 있다.

지난 26일 한국항공과 대한민국 정부가 공을 들여온 T-50의 UAE 수출이 좌절됐다는 소식이 알려지자 한국항공 관계자들은 물론 일반 시민들까지도 안타까운 마음을 표시했다.

그러면서 UAE 수출이 왜 실패했는지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대체로 정부책임론이 강하게 제기된 가운데 한 군사평론가는 T-50의 성능이 너무 뛰어났기 때문이라는 주장도 폈다. 또 다른 주장도 있겠으나 이 두 가지 주장을 간단히 살펴보자.

대통령 의지 부족, 사장 교체... 정부책임론

먼저 정부책임론의 화살은 이명박 대통령으로 곧장 향한다. 군수품 그것도 1대에 2500만 달러씩 하는 고등훈련기를 사고파는 문제는 국가 대 국가의 문제로 봐야 한다는 인식이 보편적이다.

정부책임론의 핵심은 지난 국민의 정부와 참여정부에서 T-50수출에 공을 들인 것에 비해 이명박 정부는 거의 손을 놓고 있었다는 것이다. 청와대 안보전략비서관이 주재하던 수출사업TFT을 없앤 것이나 한국항공 사장 등 주요 임원들이 UAE 아부다비 왕궁에 발길을 끊은 것 등이 이야기된다.

특히 민주당 송영길 의원은 “낙하산 인사가 문제였다”면서 한국항공 김홍경 사장을 겨냥하기도 했다. 정해주 전 사장이 UAE 모하마드 세이크 왕자와 호형호제 하며 좋은 분위기를 조성했는데, 현 정부 들어 사장이 교체되면서 대화창구가 막혔다는 지적이다.

이런 주장은 지난해 10월에 한국항공 안팎에 나돌았던 ‘정해주 사장 복귀설’을 떠올리게 한다. 당시 김홍경 사장은 부임한지 두어 달 밖에 되지 않았을 때다.

따라서 황당했던 이 소문은 그럼에도 설득력 있게 들렸다. ‘T-50의 UAE 수출이 벽에 부딪혀 있으며, 이 문제를 풀 사람은 정해주뿐’이라는 게 정 사장 복귀설의 핵심이었다. 심지어 “UAE에서 정 사장하고만 얘기하겠다면서 귀를 막고 있다”는 얘기도 흘러 나왔다.

이밖에 외교력을 꼬집으며 정부책임론을 펴는 주장도 있다. 이 같은 주장은 정부 스스로도 인정하는 듯하다.

내일신문이 정부 관계자의 입을 빌어 보도한 바에 따르면 “대통령이 친서를 보낸 사실을 공개하고 김형오 국회의장이 왕자와 면담한 내용이 알려지면서 수출조건만 까다롭게 만들었다”는 것이다. 정부 스스로 방산외교 전략부재를 드러냈다고 지적했다.

T-50의 성능이 너무 좋아서 실패했다?

정부책임론이 대세인 가운데 공군 중령 출신의 김성만 군사평론가는 인터넷언론인 프레시안에 기고한 글에서 수출 좌절의 이유를 “T-50의 성능이 너무나 좋았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T-50 개발 당시 엄청난 개발비와 수요 부족을 이유로 공군에서 강하게 반대했던 기억을 떠올렸다. 그리고 반대를 극복하기 위해 개발 후 수출을 통해 판로를 개척하고, 전투기로 개조할 수 있을 정도로 성능 좋은 훈련기를 만들어야 한다는 목표를 세웠다는 설명이다.

그렇게 개발한 T-50은 실제로 그 성능이 뛰어나다고 한다. 하지만 성능이 뛰어난 대신 생산단가가 높아 가격경쟁력이 떨어지는 단점이 있다고.

또 훈련기는 훈련기일 뿐이므로 초음속 기능이 있다거나 전투기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게 어찌 보면 불필요한 기능들이라는 지적을 했다. 따라서 고등 비행훈련에 불필요한 성능을 갖춘 고가의 비행기이므로 수출하는 데 애로를 겪을 수밖에 없다는 게 그의 결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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