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천맛집기행]소금과 후추로 간, 하루 숙성이 특징.. "다른 메뉴는 필요 없어"
삼천포에서 돼지갈비집으로 가장 오래되고 그만큼이나 지역민들에게 사랑을 받는 식당을 찾았다. ‘호야식당’이다. 상호도 정겹다. 집 주인 아이의 이름일 것이다. 흔히들 안주인을 부를 때 ‘아무개네’야 하니 자연스럽게 가게 이름이 되어 버렸을 것이다.
이 집은 도통 가게 꾸미기에는 관심이 없는 모양이다. 그 흔한 간판 조명도 넣지 않았다. 그래서 밤에는 간판 상호도 읽히지 않았고, 조그만 전등불이 들어와 있는 입간판으로 겨우 찾았다. 지역 사람들은 다 아니까 별 문제가 아닌 모양이다. 그러나 외지인들은?
‘내비게이션’에 의지하거나 지역 사람에게 물어보면 되겠다. 삼천포 사람들은 다 아는 듯 보이니까.
식당에 들어서니 우리를 맞이하는 사람은 안주인이 아니고 건장한 청년이다. 장유호(30) 씨다. 이 집 아들 ‘호야’다. 잘 생겼고 친절하기도 한데 아직 미혼이란다. 사장이고 어머니인 이영자(58세) 씨는 갑자기 찾아온 추위에 감기 몸살을 앓고 있어서 처음부터 끝까지 가게를 ‘호야’씨가 지켰다. 그래서 인터뷰도 총각 사장과 했다.
이 집 메뉴는 한 가지 뿐이다. 돼지갈비다.
차림표에는 된장찌개와 국수가 있는데 주문하는 손님들에 한해 옆집 식당에서 주문해 준다. 그러니 순전히 돼지갈비만 구워 먹는 집인 셈이다. 물론 고기만 달랑 구워 먹는 사람이 어디 있겠나? 그러니까 소주에 안주로 돼지갈비를 구워 먹는 곳이다.
그런데 명불허전이라고 돼지갈비 맛이 가히 일품이다.
갈비에 칼로 먹기 좋을 만큼 저미고 소금과 후추로 약간 간을 해서 하루를 꼬박 냉장실에서 숙성을 시킨 것이다. 광양 불고기 숙성하는 것과 비슷하다. 광양불고기가 쇠고기를 재료로 한다면 여기에서는 돼지 갈비를 그렇게 한다. 소금 간을 아주 적게 하여 간이 되어 있는 둥 마는 둥 하는데 그것이 솜씨가 아닐까?
“요즈음은 제가 대부분 하지만 아직 어머니를 따르지 못해요. 고기 부위마다 결이 다 달라요, 결에 따라 칼이 들어가는 것이 다 다르거든요.”
그렇다. 고기의 결을 잘못 잡아 칼을 잘못 넣으면 맛이 사뭇 달라진다. 그래서 '고기 맛은 칼 맛이 반'이란 말이 여기에서 나온다.
“언제부터 식당을 했어요? 오래되었다 들었는데.”
“제가 뱃속에 있을 때부터 시작했다고 들었습니다. 제가 금년에 서른이니까 30년 된 셈이네요. 아버님이 도축업에 종사하셔서 좋은 고기를 제때 공급하신 모양인데 처음에는 곱창도 하시고 여러 가지 부위도 다루고 했는데 언제부터인가 갈비 한가지로 확정하신 모양입니다. 저도 이제는 갈비는 결 따라 칼을 다루지요.”
주로 퇴근 시간 직장인들이 가게에 들러서 한 접시, 두 접시씩 사들고 집으로 간단다. 그래서 밖으로 나가는 갈비가 많은 날에는 정작 가게에서 팔 고기가 없어서 손님들이 가끔 헛걸음을 하기도 한다고, 일행 중의 누군가가 말을 거든다.
늦가을 밤은 어쩐지 사람을 추억의 공간으로 이끌어간다. 돌아오는 길은 바닷가 길을 택했다. 밤바다 위에 떠 있는 어선들의 집어등을 바라보니 옛 추억들이 엊그제 사실 같이 문득 문득 떠오른다. 일행들도 비슷한 느낌인 모양이다. 아무래도 한 차례 정도 술자리를 더 해야 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