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교사가 드는 걱정 "교육을 선거 대상물로 삼지 말라"

▲ 안철수 무소속 대통령 후보. 새로운 정책에 대해 말하고 있다.(사진출처 오마이뉴스)
무소속 대통령 후보 안철수는 7가지 정책비전을 발표했다. 평소의 소신을 축약한 그의 정책비전은 대통령이 당선되었을 때 그가 펼 정책의 방향을 현재의 상황을 토대로 하여 발표했다. 일단 대부분 공감이 가는 방향이다. 발표한 여러 비전을 구체화하는 것은 두고 볼 일이고 그의 당선이 선행되어야 할 일이므로 현재의 판단이나 평가는 무의미 할 수도 있다. 하지만 올해로 26년 이상 교직에 몸담고 있는 교사의 입장에서 그가 밝힌 “교육정책”에 대한 비전에 대해서는 몇 가지 걱정이 앞선다. 그 걱정을 밝히자면 다음과 같다.

먼저 안철수 후보가 밝힌 교육 정책 비전은 아래와 같다.

(3) 모든 가능성이 발휘되는 사회

교육이 문제입니다.

공부만 열심히 하면 좀 더 나은 내일이 온다고 믿던 그 시대가 옛날이야기가 되었습니다.

아이들은 아무리 공부해도 미래가 보이지 않습니다.

이대로는 안 됩니다. 산업화시대에는 획일적인 교육이 통했습니다.

하지만 창의의 시대에는 그런 교육은 더 이상 통하지 않습니다.

누구나 자기가 무엇을 잘 할 수 있는지 찾아낼 수 있도록 교육이 시대에 맞게 바뀌어야 합니다.

끝이 보이지 않는 입시지옥 속에서 우리 아이들이 꿈을 잃고 있습니다.

이제 교육과 우리 아이들의 미래에 대한 근본적인 처방이 필요합니다.

교육은 실험이 아닙니다. 새로운 시대에 맞는 새로운 교육이 우리 아이들을 살릴 수 있습니다.

학부모와 교사가 중심이 되는 대통령직속 교육개혁위원회를 신설해서 정부와 머리를 맞대도록 하겠습니다.

교육에 대한 정치가의 입장

대통령 후보가 되기 직전 그의 직업은 교수였다. 따라서 그가 생각했던 교육과 교육현실을 떠 올리며 이 글을 썼을 것이고 이 나라에서 내로라하는 교육전문가의 자문과 충고를 녹여낸 글임에 틀림없을 것이다. 하지만 그 고견으로 만들어진 교육정책비전은 처음부터 완전히 잘못된 입장에서 출발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즉 현재의 판을 뒤집고 출발하자는 생각이 이 비전의 시작점이다. “이대로는 안 됩니다.”라고 처음부터 현재의 모든 교육제도를 폄하하고 시작하는 것은 그가 교육현장에 있었던 사람으로서의 기본적인 태도가 아닌 것으로 생각된다. 이 정도 이야기를 하면 벌써 글 쓰는 나의 의식성향을 문제시하는 사람들은 “우익이구만!” 아니면 “수구꼴통”등의 단어를 떠올리며 나머지 의견은 깡그리 무시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나는 분명코 그런 성향이 아님을 밝혀 둔다.

다시 본론으로 들어가면 그가 완전히 뒤집고 새로 출발하자는 것도 충분히 이해는 된다. 뒤따르는 그의 말처럼 이 시대가 창의의 시대임에는 분명하니까 현재의 교육정책으로는 어렵다는 생각에 공감도 한다. 하지만 그가 대통령이 되어서 이 정책을 펴는데 그의 임기 동안 준비와 실행에 착수하여 소기의 성과를 낸다는 것이 어렵다는 것을 그의 참모들도 잘 알 것이다. 이 비전에 의견을 개진한 전문가들도 5년 정도의 기간 동안 교육정책의 기조를 혁명적으로 뒤집을 수 없다는 것을 너무 잘 아는데 이런 이야기를 교육정책비전의 모두로 꺼낸 것은 역시 대중적 선동이나 아니면 신선한 자극을 통한 정치적 분위기를 만드는 것에 그 목적이 있을 것이다. 그리고 그렇게 시간을 두고 실행한 결과가 '창의적 교육'이라는 그들의 희망과 목적대로 정착되는 것 역시 미지수다. 따라서 이 모두의 내용은 그저 정치적 발언으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 교육을 이렇게 정치에 이용했다는 것을 보며 현장 교사로서 느끼는 처음 생각은, 그도 역시 어쩔 수 없는 정치가라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 걱정이 된다.

꿈을 잃은 교육!

꿈을 잃은 교육은 정확한 진단이다. 하지만 왜 꿈을 잃게 되었는가를 고민하지 않고 바로 ‘새로운 교육’을 앞장세운다. “새로운”이라는 단어를 이용한다고 해서 모든 것이 새로워지고 잃었던 꿈이 갑자기 생겨나는 것은 아닐 텐데, 새로운 교육을 통해 실험이 아닌 방법으로 아이들을 살릴 수 있다고 이야기 한다. 80년 이래로 우리 교육은 늘 새로운 방법적 전환과 절차적 변화를 가져왔고 그 명분은 언제나 새로운 시대의 변화에 따른 것이며 새로운 패러다임의 변화였다.

하지만 그 이전 시절(엄혹한 독재의 70년대)의 교육보다 크게 진전된 것은 없고 오히려 위의 비전에 나오는 내용처럼 살인적 입시경쟁이 유지되거나 가중되어 왔다. 그러면 지난 30년 동안의 모든 정치가들은 이러한 교육의 문제를 보지 못했을까? 분명히 아니다. 그들도 대통령 선거 유세마다 교육을 들먹이고 그것을 오직 자신만이 해결할 수 있다고 외치며 집권 이후에는 늘 새로운 제도와 정책을 폈다. 하지만 그 새로운 정책의 결과를 채 보기도 전에 그들은 임기를 마쳤고 그 정책과 제도를 설명한 고급종이의 책자들은 그들의 임기 종료와 함께 각 급 학교 교무실에서 쓸쓸하게 폐지로 남게 되었다.

교육은 사람을 길러 내는 일이며 동시에 사람이 하는 일이기 때문에 투입과 산출의 기간이 길다. 짧게는 5년 10년, 어쩌면 30년, 50년을 기다려야 되는 일임에도 불구하고 정치논리로 그것을 단 몇 년에 어찌 해보자는 해방 이후의 60여년 동안의 정치적 편리주의가 오늘날의 교육을 황폐하게 만든 것이다. 즉 교육을 정치적 도구로 삼은 것이 가장 근본적 원인인 것이다. 이것이 꿈을 잃게 된 원인인데 어떤 정치가도 어떤 교육학자도 이 문제를 핵심으로 보지 않는다. 오히려 명석한 두뇌를 자랑하는 교육학자들은 그들의 알량한 지식으로 정권에 줄을 대는 방편으로 늘 새로운(?) 정책을 이야기하여 새 정권에 편승하고, 정치가들은 대 국민적 홍보의 수단으로 이들을 용인하고 또 동시에 이들의 교육정책을 정치적 선전의 훌륭한 도구로 사용해왔다. 꿈을 잃게 한 당사자들이 다시 꿈을 주겠다고 하는 아이러니를 역시 본다.

머리 맞대기

언제나 등장하는 멋진 말이다. 머리를 맞대고 고민해보자는 식의 이야기는 이제 그만하자! 현재의 교육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대통령이 주관하는 그 위원회에 등장하는 아주 똑똑하고 유능한 사람들이 아무리 머리를 맞대고 이야기 해 본들 정답은 나오지 않는다. 왜냐하면 이미 말했듯이 교육은 사람의 일이고 사람에 의해 이루어지는 일이기 때문에 정치적 정책으로 비전으로 이루어지는 일이 아니다. 즉 현장에 있는 교사들의 마음을 움직여야 하고 그 대상인 학생들의 마음을, 그리고 그들의 부모들의 마음을 움직여야 그 변화를 이끌어 낼 수 있는 일이기 때문이다. 다시 말하면 단순한 아이디어 몇 개로, 빼어난 정책 몇 개로 이 땅의 교육적 문제를 해결하고 위의 비전의 말처럼 시대에 맞는 창의적 교육 토대를 형성하지는 못한다. 처음부터 불가능한 일이다. 설사 이루어진다고 가정해도 엄청난 시행착오를 겪으며 천천히 이루어지게 될 것이다. 하지만 그렇게 이루어 진 결과가 기대와 같다는 보장도 역시 할 수 없다. 왜냐하면 가장 중요한 요소 즉, 교육은 사람들 모두가 조금씩 천천히 이루어내는 변화라는 생각이 애초에 없기 때문이다. 몇 명의 사람들이 머리를 맞댄다고 나올 답이었으면 왜 여전히 새로운 대통령마다 판을 뒤집으려 하겠는가?

대안

그러면 안철수라는 정치가의 이야기에 대한 대안은 무엇인가? 미리 말했거니와 글을 쓰고 있는 당사자인 나는 현장 교사다. 현장 교사가 가진 교육적 비전은 아주 얇거나 혹은 많이 엉성하다. 하지만 우리 현장 교사들은 분명한 방향은 있다. 오직 내가 가르치는 아이들이 좀 더 나은 삶을 살 수 있기를 바라는 것과 그들이 무지함으로부터 벗어나 이 사회의 건강한 사람으로 살아가는 것과 자신에게 다가온 불편부당함에 절차에 따라 항의할 줄 알고 동시에 타인을 배려하는 따뜻함을 가진 사람으로 살아가는 사람이 되기를 매순간 바라고 그렇게 매일을 보내고 일 년, 십년, 몇 십 년을 보낸다. 그것이 비전이고 그것이 정책이며 그것이 교육의 전부라고 믿어왔다. 그 중에 뛰어난 아이들은 스스로 길을 찾아 국가와 사회를 위해 헌신할 것이며 보통의 아이들은 뛰어난 이들이 하지 못하는 일을 하며 나름의 행복을 찾을 것이다. 현재도 그런 일은 이루어지고 있고 대부분의 학생들은 이런 우리와 함께 교육을 이루어 내고 있다. 비록 완전히 뒤엎어야 할 제도라고 보는 나쁜 제도이지만 그 제도 속에서 우리는 우리 스스로의 힘으로 변화를 이끌어 내려고 노력하고 있다.

그러니 새로운 대통령이 될 사람들에게 감히 말한다. 교육을 선거의 대상물로 삼지 말라. 교육의 새로운 정책을 이야기해서 그와 관련된 사람들이 그 정책에 표를 던질 것이라고 생각하지 말라. 그렇게 표를 얻어 대통령에 당선되면 그렇게 표를 던진 사람들에게 진정한 의미의 교육적 변화 욕구를 충족시켜 줄 수 있는가 반문해보라. 우선 대통령이 되어야 하니까 어떤 이야기라도 관계없다는 식의 진정성 없는 정책이나 비전을 교육 분야는 빼 달라. 그리고 교육문제에 관심이 있다면 현재의 교육적 문제점을 바꿀 수 있는 에너지를 교육현장에 공급하라. 이를테면 충분한 교육적 인프라와 가장 문제가 되는 취업의 여건을 확충하라. 그리고 서열주의, 학벌주의를 타파할 사회적 분위기를 조성하라. 그런 것들을 정치의 힘으로 할 수 있다면 교육은 저절로 변화하고 그러한 변화는 교육현장에 더 큰 시너지를 발휘할 것이다.

현재의 나쁜 제도를 바꿀 수 있는 것은 오직 그 제도의 문제점을 잘 알고 있는 교육현장의 아이들과 교사, 그리고 학부모들이다. 그런데 그 당사자들은 언제나 제도를 바꾸는 논의에서 제외된다. 아니 제외시켜버린다. 그 이유는 아마도 정치적 득실에 맞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정치적 득실이란 매우 복잡한 정치구조와 그것을 바탕으로 하는 정치적 이해관계를 배경으로 하는 것이기 때문에 이런 것과 무관한 현장의 순수한 목소리는 매우 많은 정치적 위험요인을 수반할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이 있을 것이다.

설사 아무리 현재의 제도가 나쁘다 하더라도 그것을 바꾸는 데는 최소한 몇 년, 어쩌면 더 이상의 시간이 소요되고 동시에 수많은 사람들의 진정성 있는 노력과 건강한 정치구조와 사회분위기가 조성될 때 가능할 것이다. 위의 비전이 정말 훌륭한 비전이 되기 위해서는 선결되어야 할 일이 너무 많고 따라서 현재의 비전은 비전이 아니라 선거용 홍보수단에 불과하고 진정성도 별로 찾아 볼 수 없는 장식용 발언으로 볼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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