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의계약 가능성에 중견간부급 24일 긴급 성명.. "노조와 공동투쟁"

한국항공우주산업㈜(이하 KAI) 관리자협의회가 "특정재벌에 특혜를 주기위한 KAI 지분 매각을 반대한다"며 '대한항공 KAI 인수 반대' 성명을 24일 발표했다. 뉴스사천 자료사진.
한국항공우주산업㈜(이하 KAI) 관리자협의회가 "특정재벌에 특혜를 주기위한 KAI 지분 매각을 반대한다"며 '대한항공 KAI 인수 반대' 성명을 24일 발표했다. 관리자협의회는 "노동조합과 함께 힘을 합쳐 나가겠다"고 밝혀, KAI노조 차원의 지분매각 반대운동이 사실상 모든 직원들로 확산됐다.

관리자협의회는 성명에서 "우리나라 항공산업을 대표하는 KAI의 지분 매각이 국가 항공산업의 미래보다 특정재벌에 특혜를 주기위한 졸속행정으로 추진되고 있는 현 상황에 더 이상 좌시할 수 없었다"며 "대한항공 밀어주기식 KAI 지분매각 추진을 즉각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또 "대한항공은 지난 2009년 재무구조약정을 체결한 후 아직도 졸업하지 못하고 있으며 오히려 부채비율은 해마다 급증하여 현재 830%에 달하는 부실기업"이라며, "투자여력도 없는 이런 기업이 대규모 투자가 필요한 항공산업을 이끌어 갈 수 있겠는가?"라고 반문했다. 이는 관리자협의회가 대한항공의 KAI 인수를 반대하는 핵심 이유이기도 하다.

KAI 관리자협의회는 인수 기업이 대한항공이 되어서는 안 된다는 점에서 노조와 뜻을 같이 했다.
KAI 관리자협의회는 중견간부급인 팀장(공통직 관리자)과 직장(생산직 관리자)들로 구성된 기구로서, 지분매각과 관련해 노조의 입장과 견해차가 있어 지금까지는 침묵을 지켜 왔다. 하지만 인수 기업이 대한항공이 되어서는 안 된다는 점에선 노조와 뜻이 같다.

따라서 관리자협의회까지 ‘대한항공 인수 반대’를 외치고 나선 것은 그만큼 위기의식이 커지고 있음을 의미하기도 하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관리자협의회장을 맡고 있는 구관혁 개발관리팀장은 "우리는 제조업 기반의 투자여력이 확실한 견실한 기업이 인수하는 건 나쁘지 않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2차 매각 공고 시기가 앞당겨지고, 수의계약 일정도 빨라지고 있어 위기상황으로 느낀다"며, "이젠 모두가 나설 때"라고 말했다.

실제로 KAI 지분매각 업무를 맡고 있는 한국정책금융공사는 9월 27일까지 2차 매각 참여자를 모집하고, 그럼에도 복수의 참여자가 나타나지 않을 경우 수의계약으로 매각을 추진한다는 계획을 갖고 있다.

또 진영욱 사장이 지난 9월 3일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수의계약까지는 가지 않겠다”는 뜻을 밝힌 바 있지만, 오는 10월 5일까지 수의계약 적격자를 찾겠다는 게 매각 일정표에 이미 나와 있어서 KAI 직원들로선 긴장을 늦추지 못하는 셈이다.

다음은 성명서 전문.

당사 지분 매각반대 투쟁 지지 성명서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당사 지분 매각에 관하여 우리 팀장 및 직장 협의회는 항공 산업을 제대로 끌고나가 항공입국의 꿈을 이루어줄 기업이 항공 산업의 주체가 될 수 있다면, 당사가 세계적인 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다는 기대 속에 그동안 진행되는 상황을 묵묵히 지켜보며 주어진 업무에만 전념하였습니다.

하지만 현재 진행되고 있는 상황은 국가 항공 산업의 미래를 생각하며 국가적인 사업으로 키우겠다는 의지보다는 단순히 [주인 찾아주기] 라는 명분 아래 모두가 반대하는 특정기업에 떠넘기기식 졸속 행정으로 추진됨에 안타까움과 분노를 느끼지 않을 수 없습니다. 항공 산업의 진정한 주인은 정치도, 경제도 아닌 항공기를 직접 개발하고, 생산하고, 수출해 온 우리 KAI 임직원 전체라는 사실을 적시하며, 단독입찰에 의한 수의계약이 확실시 되는 대한항공에 대한 지분 매각 반대를 분명히 하고자 합니다.

대한항공은 지난 2003년 그리고 2005년, 2009년 세 차례에 걸쳐 당사를 헐값에 인수 합병하려는 야욕이 무산되자 또다시 당사를 인수하여 항공 산업 전체를 공멸에 빠뜨릴 어리석은 욕심을 포기하지 않고 있습니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당사가 대한항공에 인수 합병될 경우,

첫째 이미 부채비율이 800%를 상회하는 대한항공의 부실과 함께 만성적자의 항공기 정비 및 제조 분야의 부실이 묶여 당사와의 통합을 통해 그 부실이 전가되면, 이는 국내 항공 산업 전반에 걸친 부실로 이어져 항공 산업 전반을 취약하게 만들 것이 명약관화 합니다.

둘째 대한항공과 당사의 중복 기능 및 대한항공의 투자여력 부재로 인해 구조조정이 불을 보듯 빤하게 진행될 것이고, 그에 따라 지난 십수년간 어렵게 확보한 항공 완제기 개발 엔지니어들의 유실은 물론, 수출전선에서 힘겹게 쌓아놓은 Know-How들이 물거품처럼 사라져 버리고 말 것입니다. 그로 인해 3,000여 당사 임직원 그 누구도 구조조정에 따른 생존권을 보장받을 수 없게 될 것입니다.

셋째 대한항공은 지금까지 항운, 육운, 해운을 통한 물류 유통 네트워크 구축을 회사의 비전으로 삼고, 단 하나의 제조사도 보유한 적이 없어 그들에게는 항공 산업을 육성해 나갈 힘과 능력이 없다는 것이 주지의 사실입니다. 우리나라 항공 산업은 국가 방위산업과 직결하는 중요한 산업으로 물류 전문회사가 이어받아 운영하는 것은 미래 항공입국의 꿈을 포기하는 것과 다름없는 일입니다.

넷째 대한항공과 당사는 그간 수차례에 걸친 당사 인수 시도로 인해 불거진 정서적 이질감으로 도저히 화학적 통합이 불가능한 상황으로, 만일 인수합병 진행이 계속될 경우 이로 인한 개발, 생산라인의 마비는 물론 항공 산업의 대혼란이 초래되어 국가 방위를 책임지는 항공기 생산 차질은 물론, 항공 산업 전반에 걸쳐 커다란 후퇴를 가져오게 될 것입니다.

그간 당사는 만성적인 부실을 털어내고, 2011년 상장기업으로 거듭나며 안정적 부채 비율 확보는 물론 연속 흑자 기반을 구축해 나가며, 훈련기 사업, 전투기 사업, 헬기 사업, 수출사업 등에 괄목할만한 성과를 만들어 가고 있습니다.

이러한 와중에 진행되고 있는 [당사 매각]은 단순히 기업 하나를 매각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나라 항공 산업의 후퇴를 통한 항공 산업의 포기를 선언하는 것과 같은 중대한 사안이 아닐 수 없습니다.

이러한 와중에 작금의 사태를 정확히 인지하고, [지분매각 반대 투쟁]의 전면에 서서 당사의 입장을 대변해온 당사 노동조합의 투쟁에 우리 팀장 및 직장 협의회는 전 비조합원의 염원을 종합하여 전폭적인 지지를 보내고자
합니다.

아울러 특정재벌에 대한 [지분매각 반대 투쟁]을 전개하는 과정에서 노동조합이 요청하는 물심양면의 지원 요청을 적극 수용하여 당사를 통한 우리나라 항공입국의 꿈이 계속적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하고자 합니다.

끝으로 우리 팀장 및 직장 협의회는 노동조합의 [지분매각 반대 투쟁] 지지와 함께, 우리의 개발, 생산, 영업, 관리 등 모든 부문에 걸쳐 주어진 업무에 최선을 다하므로 아무도 우리를 넘볼 수 없는 튼튼한 회사로 이루어 갈 것을 다짐합니다.


[팀장 및 직장 협의회의 선언문]

■ 우리는 국내 유일의 항공기 체계종합업체로서 국내 항공 산업의 진정한 주인인 우리를 배제한 대한항공의 지분인수를 결사 반대한다.

■ 정부는 항공 산업의 붕괴를 초래할 수 있는 특정 재벌 밀어주기식 매각 추진을 즉각 중단할 것을 촉구한다.

■ 우리는 [지분매각 반대 투쟁]을 주도하는 노동조합의 투쟁에 적극 지지하며 투쟁이 성공하는 그 날까지 함께 할 것을 선언한다.

2012. 9

한국항공우주산업(주) 팀장 및 직장 협의회 일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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