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선생의 오솔길] '어메이징 스파이더맨' 리뷰

▲ 인간이 슈퍼거미에 물려 슈퍼히어로가 된다는 엉뚱한 스토리를 뒷받침하는 우스꽝스런 옷

이전 이야기와는 많이 다른 이야기라고 광고를 해서 속는 셈치고 어메이징 스파이더맨을 보러 갔더니 그 결과는 역시 엉뚱한 방향으로 어메이징했다. 관객들의 수준을 매우 평가절하 하는 이러한 할리우드의 태도에 대해 불쾌한 생각과 함께 이렇게까지 해야 하는 그들의 고민, 즉 더 이상의 참신한 아이디어의 부재에 대해 씁쓸한 생각도 동시에 들었다. 

구성

슈퍼 거미에게 물려 거미의 속성과 동시에 슈퍼파워를 가지게 되는 주인공(앤드류 가필드 분:피터 파커)의 변화는 조금 구성을 달리하여 관객들을 설득하려고 하지만 사실 그 과정에 대한 충분한 사전이해를 가진 관객들이기 때문에 어떻게 묘사해도 관계없는 부분이 아닌가 싶다. 그렇지만 영화는 이 부분의 설명에 제법 많은 시간을 할애하는 것을 보면 특별하게 할 이야기가 없는 것임을 쉽게 알아차릴 수 있다. 

▲ 파충류의 유전자와 이종 결합되어 도마뱀 인간이 되는 코너스 박사. 황당하지만 의미심장하다.
 

이종 유전자 결합으로 만들어진 리자드(도마뱀)맨(리스 이판 분 : 커트 코너스 박사)의 등장은 시리즈마다 등장하는 악당의 유형의 하나로서 관객들에게 절대 악의 느낌을 주는 데는 무리가 있는 캐릭터다. 이것은 감독의 설정으로 보이는데 감독은 인간의 이중성에 대한 이야기를 이런 방식을 통해 이야기하고 있는 것처럼 느껴졌다. 사실 인간의 이중성이란 주제는 매우 무겁고 조심스러운 주제지만 이런 영화에서는 팝콘처럼 가볍게 쓰이고 있다.  

이전 시리즈 여주인공(엠마 스톤 분: 그웬 스테이시)은 스파이더맨의 진실을 모르고 있는 것으로 이야기가 진행되어 관객의 입장에서는 스파이더맨과 관객만이 직접 교류하는 느낌을 주었는데, 이는 사실 이런 종류 영화의 미덕에 가까운 것이었다. 하지만 이번 영화에서는 그러한 태도를 폐기하고 여 주인공이 사실을 알고 오히려 그를 돕기까지 함으로서 관객은 제3자로 멀어지는 느낌을 받게 된다. 

현대적 느낌과 시대적 분위기를 반영한 이러한 이야기의 구조는 전형의 파괴라는 이득은 얻었지만 스파이더맨과 관객의 양자구도에서 이루어지는 비밀스러움을 즐기는 것에서 이제는 관객이 여 주인공과 같은 느낌을 공유해야하는, 살짝 격하된 느낌을 가지게 되는데 이는 분명 손실에 가까운 것으로 생각된다.

 

제재

이종유전자 결합이라는 제재는 사실 우리 사회의 곳곳에 이미 깊이 뿌린 내린 것으로서 유행의 단계를 넘어 시대인식의 코드로 진화하고 있다. 하이브리드(변종)이라는 개념은 오래전 신화에서부터 현대의 첨단문명에 이르기까지 두루 사용되는 개념인데 최근 문명의 극적인 발달과 진보는 이러한 변종들의 대량생산과정이라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영화에서 도마뱀의 꼬리 재생이라는 지극히 단순한 소재를 과학적 픽션과 영화적 상상력으로 확대하여 리자드맨을 탄생시키는데 이는 사실 영국의 여류작가 M. W.셸리의 괴기소설 프랑켄슈타인 이야기와도 일맥상통하는 점을 발견할 수 있다. 이 모두가 하이브리드의 부분집합으로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런 영화의 바닥에 존재하는 또 하나의 흐름은 인간의 영생에의 욕망이다. 그것은 자본과 교묘히 결합하여 또 하나의 절대적 악으로 성장하고 있는데 지금의 의학기술과 생명공학은 이러한 인간의 불편한 욕망에서 비롯되었다는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진실이다. 

감독의 생각이 여기까지 확산되었음을 보여주는 증거가 코너스 박사가 운영하고 있는 생명공학 연구소이며 그 연구소에 박사를 고용한 고용주, 그리고 박사를 협박하는 존재를 영화에 슬쩍 등장시킴으로서 관객들은 자본과 완벽히 결합된 인간의 생명연장 욕망에 대해, 그리고 그 욕망의 실현에 대해 곰곰이 생각해보게 된다.  

수많은 할리우드 영웅영화의 바탕을 제공하고 있는 마블코믹스라는 이 만화책 출판사는 월트 디즈니로부터 시작되었는데 이 만화들의 공통된 주제는, 이 세계는 영웅들에 의해 유지되고 모든 절대 악으로부터 지켜진다는 것이다. 이는 마치 극단적 유의주의 혹은 전체주의의 냄새를 풍기는데 더욱 문제인 것은 그 영웅이 모두 미국적이라는데 있다.  

수많은 매체들을 통해 자랑한 뉴욕의 밤거리를 나르는 스파이더맨의 3D로 구현된 장면은 단지 어지러울 뿐이고 이전 시리즈에서 가끔씩 보였던 고독한 영웅의 느낌이 사라진 어메이징 스파이더맨은 많은 아쉬움을 주는 영화임에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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