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영화 아닌 지배주주 찾기.. 능력 있는 주인 찾아야”
매각 반대 외치는 KAI노조 “불쾌.. 출장 돌아오는 대로 따질 것”

▲ KAI 김홍경 대표이사
한국항공우주산업(주)(이하 KAI)의 정부 지분 매각 작업이 진행되는 가운데 KAI 김홍경 사장이 모든 직원과 그 가족들에게 장문의 편지를 보내 매각 당위성을 호소했다. 김 사장은 편지에서 현재 진행되는 작업이 ‘민영화’가 아니라 ‘지배주주 찾기’이며, 회사의 더 큰 도약을 위해서는 ‘책임 있는 주인’이 있어야 함을 강조했다.

7월 2일자로 쓰여 7월 5일 전후로 직원들의 가정에 배달된 편지에서 김 사장은 “오늘 저는 우리 KAI 가족들께서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고 궁금해 하시는 지분매각과 관련하여 말씀을 드리고자 합니다”라는 글로 운을 띄웠다.

이어 1999년 정부 정책에 의해 삼성항공, 대우중공업, 현대우주항공이 통합해 설립한 회사연혁과 지난해 6월 증권시장 상장 후 정책금융공사 26.4%, 삼성/현대/두산이 각 10%, 우리사주조합이 8.1%, 나머지 민간투자자가 35.5%를 갖는 등 KAI의 주주구성을 설명했다.

그러면서 “지분매각과 관련하여 일부에서 ‘민영화’라는 용어를 사용하는데, 우리 회사는 정책금융공사 지분 26.4% 외에 73.6%를 이미 민간에서 소유하고 있으므로 ‘지배주주 찾기’가 적절한 표현이라 할 수 있겠습니다”라며, 일반적인 ‘공기업 민영화’와 구분 지으려 했다.

김 사장은 4년간 부임하는 동안 회사의 더 큰 도약과 발전을 위해 제대로 된 주인이 반드시 있어야 함을 확신하게 됐다며, 그 이유로 세 가지를 들었다.

▲ KAI 김홍경 사장이 2일자로 직원들에게 보낸 장문의 편지. '지배주주 찾기'의 당위성을 강조했다.
첫째는 보라매사업, 중형기사업 등을 진행하려면 1조원 이상의 개발투자가 요구되는데, 현재의 지배구조로는 투자에 소극적이므로 투자여력과 의지가 있는 주인이 들어와야 한다는 것.

둘째는 세계시장에 T-50 등 완제기를 수출하려면 구매국의 다양한 산업협력사업들(Package)을 제공할 수 있어야 하는데 현재의 모습으로는 대응하기 어렵다는 설명이다.

셋째는 급변하는 세계적 기술을 빨리 흡수하고 융합하기 위해서는 세계적 경쟁력을 갖춘 거대 그룹과 통합해야 한다는 주장.

김 사장은 현재의 지배구조와 지분 매각 추진 상황을 가정집에 비유해 설명하기도 했다.

“집주인 4명 중 어느 한 명이 주도적으로 집을 가꾸기에는 환경적, 경제적 한계가 있어 제대로 가꾸지 못했는데, 이제라도 집을 잘 가꾸어줄 능력 있는 주인을 찾아주기로 한 것입니다.”

끝으로 김 사장은 “7월 중에 매각공고가 발표될 것”이라며, “지분매각에 대한 막연한 고용불안 보다 평소 해오던 좋은 모습을 보여줄 것”을 직원들에게 당부했다.

한편 ‘정부 지분 매각 반대’ 목소리를 쏟아내고 있는 KAI 노조에서는 김 사장의 이번 편지에 불쾌감을 감추지 않았다.

KAI노조 정상욱 비상투쟁위원장은 6일 뉴스사천과 전화통화에서 “국내 항공산업의 특성상 공기업화 해야 한다는 게 노조의 생각이다. 그런데 사장이 정부지분매각의 당위성을 역설하고 있으니 매우 불쾌하다”며, “김 사장이 출장에서 돌아오는 대로 강하게 따질 것”이라고 말했다.

김 사장의 편지 발송에 관해 KAI측에서는 “M&A가 진행되는 마당에 사장으로서 직원과 가족들에게 공식적인 얘기를 한 적이 없다. 이번 편지는 (매각의)정확한 의미를 알리는 차원”이라고 설명했다.

김 사장은 현재 영국을 비롯한 유럽에 출장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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