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들/바람 그리고 사람]요즘 길가에 피는 꽃나무 이야기

 

▲ 연분홍색 자귀나무꽃

날씨가 많이 무더워  비가 무척 기다려지는 시간입니다. 올 해엔 104년 만에 찾아온 가뭄과 무더위 때문에 애도 많이 태웠습니다. 우리 주변 가까이에 비가 많이 내리는 시기, 장마가 시작되는 시기를 알려주는 나무가 있습니다. 가뭄이 계속되다가 장마가 시작되는 싯점이면 해마다 어김없이 꽃이 피는 나무 입니다. 

요즘 우리 주변에서 가장 많이 볼 수 있는 자귀나무 입니다. '잠자는 귀신, 자는 일에는 귀신' 같다 해서 자귀나무로 이름 붙여진 나무입니다. 나무를 깍아 다듬는 연장인 자귀의 손잡이로 쓰는 나무라고 자귀나무로 불려지게 되었다는 설도 있습니다.

▲ 사천시청 아래 바닷가 해안도로에 핀 자귀나무꽃

자귀나무는 밤만 되면 잎이 합쳐진다는 뜻에서 야합수, 합혼수, 유정수라 불리기도 하고, 동네에 따라서는 꽃 핀 모양이 부채 같다 해서 부채나무, 소가 잎을 잘 먹는다 해서 소쌀밥나무, 소밥나무라 부르기도 합니다. 콩과 식물이라 콩깍지 같은 열매가 달리는데 시끄러운 소리를 내면서 흔들려 여설수란 이름도 가지고 있습니다. 여자 여, 혀 설, 나무 수란 이름 입니다. 물론 옛날 사람들 얘깁니다.
 

▲ 밭 가에 핀 자귀나무꽃

 대부분의 풀과 나무는 봄부터 여름이 시작되는 6월 중순 정도에 꽃이 피는데 자귀나무는 6월부터 8월까지 꽃이 피는 조금 독특한 특성을 지니고 있습니다. 옛날 시골에서는 '자귀나무 움이 트면' 늦서리 걱정 없이 곡식을 파종하고, '첫꽃이 피면' 팥을 심었다고 합니다. 자귀나무의 첫째 꽃이 피기 시작하면 팥을 뿌릴 때가 된 걸 알고, 대추꽃이 피면 서둘러서 모내기를 했다고 합니다. 대추나무도 6월이 다 되어서야 꽃을 피웁니다. 자귀나무와 대추나무는 새순이 늦게 나오는 게으런 나무의 대명사이기도 합니다. 

▲ 자귀나무 잎은 정확히 두쪽으로 나뉘어져 있다.

 자귀나무는 예부터 신혼부부 방 창가에 심어 부부 금실이 좋기를 기원했다고 합니다. 그 이유는 밤이 되면 펼쳐져 있던 작은 잎들이 서로 합해져 붙어버리기 때문입니다. 낮에는 잎을 수평으로 펴서 빛을 최대한 받아 들이다가 밤에는 잎을 마주 접는데, 이런 식물에는 자귀나무, 미모사, 자귀풀, 괭이밥 등이 있습니다. 낮에는 광합성을 해야 하니까 최대한 잎 면적을 넓혔다가 밤이 되면 에너지나 수분 증발을 방지하고, 잎을 먹는 초식 동물들에게 뜯어 먹히는 피해를 덜 받기 위해서 잎을 닫는 방법으로 방어태세를 갖추는 것입니다.

▲ 자귀나무꽃

 옛날 사람들 눈엔 이런 모습이 금실 좋은 부부처럼 꼭 껴안고 잠을 자는 것처럼 보였던 모양입니다.  실제로 꽃을 따서 말려 베개 속에 넣어두면 향긋한 꽃 향기가 머리를 맑게해주는 효과가 있어서 자연스럽게 부부 금실이 좋아진다고 합니다.

잎은 말렸다가 차로 다려 먹기도 하고, 사찰에서는 향 대용으로 태워서 부처님 앞에 피우기도 했던 요긴한 나무였습니다.

▲ 밭 둑에 핀 자귀나무꽃

 꽃 핀 모습 살펴보면 공작새 깃털 같기도 하고, 부채춤 출 때 펼치는 부채 같기도 합니다. 분홍색 수술이 스물 다섯개 정도 되는데 우산을 펼친것처럼 피었다 지기를 반복하면서 무려 백일 동안 화려하게 피어납니다.

▲ 한적한 길 모퉁이에 핀 자귀나무꽃

들판에서도 볼 수 있고, 산기슭이나 양지 바른 곳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데 최근엔 관상수로 정원이나 공원에도 많이 심고 있습니다. 대체로 추위에 약해서 중부 이남에서 많이 자랍니다.  자생지는 제주도 입니다.

자귀나무 꽃이 활짝 피는 시기. 장마가 시작되는 시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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