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산청 공장신축 결정’과 ‘정부 지분 매각’을 보는 다른 눈

한국항공우주산업이 국내 항공산업 사상 최대 규모라며 자랑했던 ‘에어버스사 A320 날개 하부 구조물 공급 사업’을 끝내 산청에서 진행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은 것으로 보인다.
한국항공우주산업(주)(이하 KAI)이 국내 항공산업 사상 최대 규모라며 자랑했던 ‘에어버스사 A320 날개 하부 구조물 공급 사업’을 끝내 산청에서 진행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은 모양이다.

27일 열린 이사회에서 ‘구조물 생산 공장 부지선정’ 문제를 논의한 끝에 산청군 금서제2농공단지로 결정하고, 조만간 산청군과 MOU(양해각서)를 맺기로 한 데 따른 것이다.

산청군이 공장 유치를 위해 △공장부지 무상임대 △폐수처리시설 설치 △고속도로 연결도로 개설 △직원 복지시설 지원 △주차장 설치 등 파격적인 지원책을 제시했던 것에 구미가 당겼던 모양이다.

사천시민들로선 아쉽지만 어쩌겠는가! 오로지 이익을 쫓는 것이 기업의 속성이고, KAI 또한 그 테두리를 벗어나지 못하는 기업이라 여길 밖에.

그럼에도 KAI의 이번 결정을 두고 사천의 시민사회에서 이런 저런 말들이 쏟아지는 것은 당연하다. 그 내용을 살펴보니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하나는 KAI에 대한 비난이고, 다른 하나는 사천시에 대한 비판이다.

그런데 공통점은 둘 다 감정에 치우친 경향이 많다는 것이다. 따라서 이 문제를 어떻게 바라봐야 할지 조금 더 살펴볼 필요가 있겠다.

KAI가 신규 공장설립부지 선정 문제를 두고 가장 고민한 것은 ‘어떻게 하면 투자비를 줄일 것인가’에 있었던 것 같다. 이는 어떤 기업이든 당연히 고민해야 할 점이다.

하지만 너무 지나친 점이 있다. 요약하면, ‘25미터 트레일러가 진입 가능하고 폐수처리시설이 갖춰진 평평한 2만 평(190m×230m)을 무상임대 해줄 것. 단, 2012년 4월중 공장 착공 가능할 것’이다.

주목할 점은, KAI는 사천시가 이런 조건을 충족할 땅을 제공할 수 없을 것이라는 점을 자체 조사를 통해 이미 알고 있었다는 점이다. 그래서 일찌감치 산청 금서제2농공단지를 염두에 두면서 산청군과 접촉을 하고 있었다.

여기에는 2011년 특별 채용된 부장급 직원 노아무개 씨가 간여했다. 노 씨는 산청 출신으로 산청군의회 의원을 지낸 바 있고, 현 정부 들어 한국농어촌공사 비상임이사를 맡는 등 친여권 인물로 분류된다.

김홍경 사장 역시 현 정부 들어 내려온 ‘낙하산 인사’인 셈이고, 이재근 산청군수 또한 새누리당 소속의 친여 인물인 점을 감안하면, ‘서로 손발이 잘 맞았을 것’이란 것 미뤄 짐작할 수 있다.

결과를 놓고 보면, KAI는 산청에 새 터를 닦음으로써 산청군으로부터 엄청난 특혜를 누리고, 산청군은 국내 유일의 완제기 생산업체인 KAI의 1000억 원 투자유치를 이끌어낸 셈이다. 이 과정에 이재근 군수와 정치무대 복귀 가능성이 열려 있는 직원 노 씨에게는 기업유치란 업적이 쌓일 것이다.

따라서 이번 KAI의 산청 진출은 경제논리뿐 아니라 정치논리가 결합돼 만들어진 결과로 볼 수 있다.

그렇다고 그 과정이 그리 아름다워 보이지는 않는다. KAI는 1조3488억 원 규모의 사업을 벌이면서, 가난한 자치단체에 지나치게 손을 벌렸다. 그 정도의 지원을 받아야만 수익을 낼 수 있는 사업이라면, 에어버스사와 애당초 계약을 하지 말았어야 했던 것은 아닐까.

만약 지나친 ‘저가 수주’가 맞다면, 그 꼬리표는 앞으로 이어질 사업 전반에서 좋지 않은 영향을 계속 미칠 수 있다. 이번 사업이 KAI의 협력업체를 통해 이뤄질 가능성이 큰 만큼, 협력업체에 돌아갈 이윤이 적을 수밖에 없고, 직원들의 임금 또한 그만큼 줄어들 것이기 때문이다.

자치단체가 기업유치를 위해 ‘얼마나 퍼 줄 수 있느냐’도 따져볼 문제다. 이번의 경우 산청군이 KAI에 베푸는 혜택은 대충 살펴도 100억 원대가 넘는다. 많게는 수백억 원에 이를 수도 있음이다.

이번 경우에 꼭 해당된다고 할 순 없지만, 기업유치를 위해 투자한 것에 비해 기대효과가 미미했던 경우는 허다하다. 손익분기점을 넘긴다 해도 그 혜택이 지역민들에게 골고루 돌아가기가 어렵거니와 설령 그렇더라도 기업에 혜택을 무한정 줄 수도 없지 않은가?

특정 기업에만 지나치게 혜택을 베푸는 것은 다른 중소기업들의 사기를 떨어뜨림과 동시에 특혜시비로 시끄러울 수밖에 없다. 그런 점에서 본다면 사천시가 KAI를 붙잡는 데 있어 어정쩡한 입장을 취할 수밖에 없었음이 어느 정도 이해된다.

끝으로 KAI와 KAI 직원들을 하나로 보는 시각을 경계할 필요가 있다.

KAI는 정부가 최대 지분을 가진 기업이다. 따라서 사장 또한 정권의 입맛에 맞는 인사가 맡기 쉽다. 이러다보니 KAI 경영진은 늘 중앙을 바라보는 경향이 강하다.

반면 그 밖의 대다수 KAI 직원들은 지역성이 강하다. 설령 고향이 이곳 사천이 아니라 해도 십 수 년 뿌리를 내리고 살아가는 우리의 이웃이자 사천시민인 것이다. 이미 우리의 이웃이자 사천시의 주인으로 살아가는 그들을 특별한 눈길로 바라볼 이유가 없다.

그런 점에서 보면 KAI의 이번 ‘산청 진출 결정’을 빌미로 ‘정부 지분 매각’ 반대 목소리를 흠집내는 것은 어울리지 않는다. KAI의 운명을 가름 짓는 중대한 결정은 ‘중앙’에서 이뤄지고, 그로 인한 영향은 ‘지역’에 미치는데, 다수의 KAI 구성원들이 이 '지역'에 있음이다.

다수의 사천시민들이 소수의 또 다른 사천시민들의 절규에 ‘내 몰라라’ 할 수 없는 이유다. 

저작권자 © 뉴스사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