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나무와 밤꽃 이야기

▲ 치렁치렁 달려있는 밤나무 꽃

 나무 타령의 한 대목을 보면 ‘춤이라도 추자나무, 삐까 번쩍 광나무, 입었어도 벚나무, 낮인데도 밤나무라는 구절이 있습니다. 낮인데도 밤나무라고 표현한 선조들 해학이 더 재밌게 느껴지는 나무. 바로 밤나무입니다. 온통 싱그러운 초록 세상으로 변한 요즘 산에서 제일 많이 볼 수 있는 하얀 꽃이 밤나무 꽃입니다.

▲ 밤나무 암꽃과 수꽃

  밤나무는 꽃에서 나는 독특한 향기 때문에 예로부터 남자를 상징하는 나무로 여겨져 왔습니다.  밤나무꽃에서 나는 시큼한 냄새는 남자의 정액 냄새와 같아 양향(陽香)이라고도 부릅니다. 밤꽃이 피면 부끄러워하여 부녀자들 외출을 삼가도록 했다 할 정도로 남자를 상징하는 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봄부터 여름까지 피는 대부분의 꽃들은 여자를 상징하는데 반해 밤꽃은 꽃중에서 거의 유일하게 남자를 상징하는 꽃입니다. 서양에서도 밤꽃 향기는 '남자의 향기'에 비유되어진다고 합니다. 지금은 남부 지방에서부터 서서히 지기 시작하면서 치렁치렁하게 보이는 벌레 같이 생긴 수꽃을 늘어뜨리고 있습니다.

▲ 밤나무 암꽃과 수꽃

 밤꽃은 자세히 살펴보면 암꽃과 수꽃이 다릅니다. 한 그루에 암꽃, 수꽃이 동시에 피아나는데 여우꼬리 같이 길게 달린 꽃은 수꽃이고, 수꽃 바로 아래에 세개씩 달리는 꽃이 암꽃입니다. 독특한 향을 뿜어내는 꽃은 수꽃입니다. 암꽃은 향기가 없다고 합니다.

▲ 산에 핀 밤나무 꽃

 밤나무는 참나무목 참나뭇과의 낙엽활엽교목입니다. 쉽게 말해서 잎이 넓고 가을에는 단풍도 드는 키가 큰 나무라는 뜻입니다. 원산지는 우리나라와 일본입니다. 높이는 20m, 지름은 30에서 40cm정도 되는데 오래된 나무는 그 이상도 자란다고 합니다.
 밤나무는 가을에 익는 열매를 식용으로 하기 위해서 집이나 밭 주변에 많이 심고 있습니다.  가을이 되면 여름 내 푸르던 가시 밤송이가 갈색으로 변하면서 벌어지는데 암갈색 알밤을 탐스럽게 드러내면서 가을이 왔음을 알려줍니다.

▲ 밤나무 산

 알밤은 생으로 먹기도 하고, 구워 먹기도 하고, 삶아 먹기도 하는 고마운 나무입니다. 날로 까서 먹으면 씹히는 맛이 좋긴 한데 자칫 잘못하면 가시에 찔려서 따갑거나 피를 흘리기도 하는 위험한 상황이 될 수있습니다. 삶아 먹으면 파삭하고 구수한 맛이 온 입안을 맴돌기도 해서 질릴 때까지 자꾸 먹게 됩니다.  땅에 묻어두었다가 제사상에 올리기도 하고, 겨울 밤에 불에 구워먹는 소중한 간식이 되기도 합니다.

▲ 밤나무 산

 밤은 밤알 그 자체가 씨앗이라 싹을 틔워도 뿌리는 내려가서 땅으로 박히면서 자랍니다. 두터운 밤 껍질은 오랫동안 새싹 옆구리에 매달려 있는 형상이라 ‘제 근본을 잊지 않는 놈’이라는 뜻으로 제사상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게 되었습니다. 제사상 제일 앞에 놓여있는 ‘신주’도 밤나무로 만든다고 합니다.

▲ 눈처럼 하얀 밤나무 꽃

 약 밥 만들 때도 들어가고, 송편의 ‘소’로도 넣는 등 식량 대용으로 사용할 수 있어서 밥나무로 부르다가 밤나무가 되었다는 설도 있습니다. 혼례식 때 알밤을 신랑, 각시 옷자락에 던져주는 풍습도 있습니다.  밤송이 안에 들어있는 밤알이 자식과 부귀를 상징한다고 생각한데서 유래된 풍습입니다. 꽃은 밀원으로 이용되고, 설사나 이질 등의 증세에 약재로도 쓰인다고 합니다. 목재는 성질이 질기고 탄성이 있어서 철도의 침목이나 건축재, 조각 용으로도 많이 사용된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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