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행취재>사천시 세무과, 체납차량 번호판 영치 현장을 가다

▲ 6월 12일, 행정안전부 주관 '전국 상습 자동차세 체납차량 번호판 일제 영치' 사업 중 사천시 세무과 직원들을 따라 동행취재에 나섰다. 윤성표, 김화수 씨가 체납차량의 번호판을 떼고 있다.
세금. 이름만 들어도 진저리를 칠 사람들이 많을 성 싶다.

그들 중에는 진짜 빠듯한 살림으로 ‘하루 벌어먹고 살기’도 버거워하는 이가 있을 것이고, 다소 안정적인 급여를 받는다 해도 일부 비양심 개인사업자와 비교하며 납세의무를 ‘거부할 수 없는’ 자신을 억울하게 여길 샐러리맨도 있을 것이다. 심지어 재산이 아주 많은 사람들도 ‘가진 자가 세금을 좀 더 내라’는 이른 바 누진세 적용을 못마땅해 한다.

그뿐이랴. 납세자들의 반대편에서 세금을 걷어야 하는 이도 머리가 지끈거리기는 마찬가지다. 능력이 없어 세금을 내지 못한다면야 어쩔 수 없겠지만, 세금을 낼 능력이 있음에도 이를 일부러 피하거나 적극성을 띠지 않는 비양심 납세자들로부터 세금을 받아내는 일이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물론 ‘조세정의가 얼마나 잘 이뤄지고 있는가?’‘재정의 집행은 적절한가?’라고 누군가 따진다면 이야기는 다른 방향으로 흐를 수 있겠다. 하지만 ‘세금’이란 것이 그만큼 민감한 주제임에도 국가든 지방정부든 이 세금이 제대로 걷혀야 잘 굴러갈 수 있음은 빤한 이치다. 국민이든 시민이든 구성원들의 삶에도 크나큰 영향을 준다.

뜬금없이 세금 타령을 길게 하는 것은 6월 12일, 사천시 공무원들의 체납세 징수 현장을 동행 취재했기 때문이다. 이날은 전국에서 동시다발로, 자동차세 상습 체납차량의 번호판 영치가 이뤄졌다. 행정안전부 발표로는 이날 투입된 공무원이 5000여 명이며, 자동차세 체납액은 8812억 원(12년 2월말 기준)에 이른단다.

▲ 똑똑한 체납차량 단속차 내부. 카메라 2대와 컴퓨터 등으로 구성돼 있다.
오전10시. 사천시 세무직원 3명이 탄 차량에 함께 탔다. 이 차는 주위 차량의 번호판을 인식해 해당 차량의 자동차세 미납 현황을 자동으로 알려주는 시스템을 갖추고 있었다. 양방향 촬영이 가능하도록 동영상카메라 2대와 컴퓨터를 갖췄는데, 1500만 원이 들었단다.

바깥에선 여느 소형승용차로밖에 보이지 않는 이 차를 두고 사천시 세무과 윤성표 세무담당은 기자가 차에 오르자마자 자랑이 대단하다.

“이래 뵈도 이놈 역할이 대단합니다. 체납세 징수에 아주 큰 몫을 차지하거든요. 이 차를 도입하기 전에는 직원들이 전용 단말기에 일일이 번호를 찍어봐야 했고, 그 전에는 아예 걸어 다니며 서류뭉치에 적힌 체납차량 번호와 비교해야 했지요. 그땐 진짜 고생 많았습니다!”

운전대를 잡은 세무과 직원 손홍재 씨도 한 마디 거들었다.

“카메라를 양방향 적당한 거리로 초점을 맞춰 놔서 웬만하면 실시간으로 훑고 지나갈 수 있어요. 그러다 체납차량이 나타나면 바로 알려주죠. 그럼 우리는 다시 한 번 휴대용 단말기로 정확한 정보를 확인하는데, 자동차세 현황뿐 아니라 다른 지방세 체납정보도 알 수 있습니다. 참 기특하죠.”

체납차량을 찾아내는 아주 ‘영특한’ 자동차 이야기를 하는 동안 일행은 사천읍내로 접어들었다. 자동차세 체납 단속반은 비교적 차량이 많이 주차돼 있는 사천읍시장 주변부터 살펴볼 요량이었다.

▲ 번호판 영치 작업은 민원인들과 마찰을 피하기 위해 신속히 이뤄졌다.
10분 넘게 주위를 돌았음에도 체납차량이 발견되지 않자 ‘이 역시 영특한 자동차의 효능 때문인가’라고 생각할 즈음, 갑자기 도도하고도 까칠한 여성목소리가 들려왔다.

“영치 대상입니다!”

차량에 장착된 자동시스템에서 번호판 영치 대상 차량임을 알려온 것이다. 순간 세 사람의 눈빛이 빛났다. 차량 감식과 체납정보 확인 업무를 맡은 직원 김화수 씨가 먼저 입을 열었다.

“자동차세는 2회 미납했는데, 그 외 다른 지방세 미납 건이 있네요. (번호판을)떼야 할 것 같습니다.”

결정은 빨랐고 잇따른 행동은 더 빨랐다. 세 사람은 순식간에 차량의 앞 번호판을 떼 냈고, 차량번호판 영치를 알리는 ‘영치증’을 남겼다. 여기에 필요한 장비는 달랑 스패너 1개.

▲ 체납차량 영치작업은 신속히 이뤄진다. 카메라가 실시간으로 인식하면 컴퓨터를 통해 정보를 확인하고, 스패너로 번호판을 뗀다. 끝으로 즉석에서 영치증을 출력해 붙인다.
이들의 행동이 빨랐던 이유는 불필요한 민원을 피하기 위함이었다. 다음은 손 씨의 설명이다.

“차에 사람이 타고 있으면 ‘번호판 영치 대상이니 빠른 시일 안에 세금을 내라’며 말로 하고 예고장만 주면 됩니다. 그런데 번호판을 떼고 있는데 주인이 나타나면 실랑이를 벌여야 하는 경우가 많아서 가능한 신속히 움직입니다.”

잠시 볼 일을 보고 나왔는데 멀쩡하던 차의 번호판이 사라졌다면, 그 기분은 어떨까? 세금을 내지 않음에 따른 응분의 대가를 치렀다는 생각보다는 ‘재수 없다’며 일진을 탓할 이가 더 많지 않을까?

이날 단속 직원들에 따르면 그런 예상이 적중한다.

“그나마 현실을 받아들이는 분들은 양반이죠. 이런 분들은 어쩌다 세금납부 시기를 연달아 놓쳤을 가능성이 큽니다. 하지만 상습적으로 안 내는 악성 체납자들도 간혹 있거든요. 이런 경우는 육두문자는 기본이요, 멱살잡이로 번질 때도 있어서 가능한 직접 대면하는 일을 피합니다.”

직원들 마다 민원 현장에서 겪었던 무용담(?)이 잠시 이어졌다. 그러는 동안 체납세 단속 차량은 나름의 역할에 충실했고, 직원들은 간간이 ‘자동차번호판 영치 예고장’을 여러 장 발급했다.

▲ 자동차세 체납이 2회 미만인 경우에는 예고장을 남겨둔다. 세무과 직원이 예고장을 출력하는 모습.
그러던 중 조금 색다른 경우를 발견했다. 자동차세 5회 미납을 포함해 차주가 지방세 160만 원을 미납한 차량이었는데, 문제는 인근 진주시에 등록된 차량이라는 점이다. 그럼에도 단속 직원들은 가차 없이 번호판을 뗐다.

이들의 설명에 따르면 이런 경우는 ‘자동차세 징수촉탁’ 협약에 따라 가능하단다. 자동차세가 5회 이상 미납된 차량에 한해 해당지자체에 등록되지 않았더라도 번호판을 영치할 수 있게 한 제도로, 전국 지자체가 하나의 망으로 잘 연결돼 있다는 설명이다.

덧붙이자면, 사천시는 관할 지자체에 등록된 차량 가운데 2회 이상 자동차세가 체납되고 그 금액이 20만 원을 넘기면 번호판을 영치하고 있다. 체납 1회는 예고장만 발부한다.

그렇다면 사천시의 자동차세 체납액은 얼마나 될까?

자동차세에 앞서 지방세 체납액 전체 규모를 살펴보면, 6월 11일 현재 3만1753건에 51억8300만 원 정도다. 이 가운데 32억400만 원이 시세고 나머지는 도세다. 이는 2010년 말 기준 46억7800만 원에 비하면 다소 늘었지만, 2008년 66억7800만 원, 2009년 67억5800만 원에 비하면 크게 줄어든 수치다.

▲ 번호판을 떼 낸 체납차량에는 영치증을 남겨 놓는다. 사천시 세무과 손홍재 씨가 영치증을 남기며 징수촉탁 제도에 관해 설명하고 있다.
사천시 이호래 세무과장은 지방세가 줄어든 이유로 ‘자동차세 체납액 감소’를 들었다. 체납차량을 찾아내는 자동차를 도입하면서 자동차세 체납액이 크게 줄었고, 이것이 전체 지방세 체납액의 감소를 가져왔다는 것이다. 실제로 단속차량 도입 이후 지방세 체납액 중 자동차세가 차지하는 비율이 40%에서 20%로 줄었다고 한다. 금액으론 10억 원 정도.

체납차량 단속은 또 다른 지방세 체납액을 징수하는데도 도움을 주는 모양이다. 즉 자동차번호판 영치로 체납자의 발을 묶음으로써, 다른 체납액도 함께 받아낼 수 있다는 것이다.

그렇다고 체납자의 자동차번호판을 어떤 경우에나 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반드시 자동차세를 체납했을 경우에만 번호판을 강제로 영치할 수 있는 것. 이는 자동차세를 규정하고 있는 지방세법 131조1항에서 비롯된 것이다.

결국 지자체들은 자동차를 체납했을 경우 번호판을 영치할 수 있음을 근거로 다른 체납 지방세까지 받아내는 방법으로 활용하는 것이다. 체납액을 줄이려는 지자체들이 자동차번호판 영치 제도를 선호하는 이유다.

▲ 사천시 지방세 체납액 중 자동차세가 차지하는 비율이 많이 줄었음에도 20%에 이른단다. 이호래 세무과장(오른쪽 두번째)이 직원들과 단속업무 중간점검을 하고 있다.
이날 체납차량 단속 직원들은 기자가 동행한 2시간 동안 번호판 영치 3건에 예고장 발부 14건이란 실적을 올렸다. “3~4년 전엔 번호판 영치만 1일 기준 60~70건에 이르렀다”는 윤성표 세무조사담당의 증언에 비하면 크게 줄어든 수치다. 이를 ‘다행’이라 해야 할까, 아니면 ‘에고 그것밖에’라며 푸념해야 할까?

어쨌거나 사천의 4만5000여 대를 포함, 전국 1843만7000여 대의 차량이 오늘도 도로를 달리고 있을 터. 오롯이 시(군)세인 자동차세가 차지할 규모 또한 대단하겠다.(올해 2월 현재 체납액만 8812억 원이라고 한다.) 그러니 지자체들도 자동차세 징수에 목숨을 거는 모양새다.

세금징수 공무원들에 따르면, 어떤 이는 집에 들어가면서 아예 번호판을 떼어 들어가는 경우도 있고, 다른 이는 번호판을 아무나 뗄 수 없게 용접을 해 두기도 한단다. ‘기는 놈 위에 나는 놈 있다’는 속담이 무색할 정도다.

지금이 6월이니, 곧 상반기 자동차세 고지서가 가정과 기업으로 날아들겠다. 도저히 능력이 안 된다면야 어쩔 도리 없겠지만, 불량납세자에게 세금 받으러 다니느라 또 다시 선량한 납세자의 세금을 더 들여야 하는 악순환이 되풀이되지 않길 바라는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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