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상횟집의 특별한 경험 이어 섬 다운 섬 '문어포마을'

지난 금요일 퇴근 후 직장 동료들과 한산도로 워크샵을 다녀 왔습니다.

당일 새벽부터 내리던 비는 거제대교를 건널 무렵 멀리 동쪽 하늘부터 밝아지며 갤 기미를 보였습니다.

통영 도남동, 관광터미널 부근 작은 선창가에 우리를 싣고 갈 통선이 대기하고 있었습니다.

사진기만 들이대면 본능적으로 포즈를 취하는 앗싸구니.

사복을 입은 사람들은 평소 친하게 지내는 언론사 기자들입니다.
 

우리팀 두목, 아니 팀장님 ㅎㅎㅎ

그리고 KNN 전 모 기자, TV뉴스에 자주 나옵니다 ^ ^

저하고 동갑이라 친구처럼 지냅니다.

신아sb조선소가 멀어집니다.

수 년전 조선경기가 활황일 때 우리나라 남해안에 중소 조선소가 난립하다시피 했습니다.

불과 몇 년 지나지 않은 지금 대부분 수주를 못해 문을 닫을 위기입니다. 조선 경기라는 게 기복이 있고

경쟁력이 없으면 망하는 건 시간문젠데 왜들 그랬을까요......

신아sb조선은 제가 이십 대 초반 처음 봤던 통영의 오랜 향토기업이지만 조선불황에서 예외일 수 없었습니다.

빨간 방파제를 지나고.

노란 방파제도 지나서.

가끔 놀러 갔었던 마리나리조트도 스쳐갑니다.

맑아 질 듯했던 하늘에서 가랑비가 흩날렸습니다.

하지만 모처럼의 나들이에 들떠 있습니다. 서로 서로 사진도 찍어 주며 즐거웠습니다.


십 분여를 달렸을까요......

배가 작은 무인도를 끼고 오른쪽으로 돌아 갑니다.

섬을 돌자 우연히도 하늘이 개었고 잔잔한 수면에 노을이 비칩니다.
.

 

이번 모임의 목적지.

 

수상 횟집입니다.

이 곳에서 먹은 해산물은 거의가 자연산입니다.

회를 비롯 해산물들이 그렇게 단 맛을 낼 수 있다는 것을 처음 경험했습니다.

내일 모레 환갑을 앞 두신 '큰 형님'께서 손수 전어회를 장만하고 계십니다.

현직 산업 다이버이십니다.

가을전어가 최고라고 하지만 여기에서 먹은 6월 전어는 장류에 찍어 먹지 않을 정도로 고소했습니다.

참돔회입니다.

 

씨알 굵은 생 멍게, 평소 회보다 좋아 하는 터라 거푸 두 접시를.

전복입니다.

아아 그 맛이란......감동의 눈물이 흐릅니다.

회는 종류별로 끝 없이 등장합니다. 손님이 그만할 때까지, 마치 통영의 명물 '다찌집'을 보는 듯 합니다.

언젠가 통영에 사는 친구가 거제에 놀러 왔길래 전국적으로 유명한 장승포의 한 해물탕집에 데려 갔다가

핀잔만 들었던 적이 있었습니다. 이 곳 음식을 먹고 나서야 그 이가 왜 그랬는지 확실히 이해하게 됐습니다.

앉은 자리 옆에서 즉석으로 생선을 장만합니다.

회로 배를 불리고 씩씩거릴 즈음 숯불에서 건져 온 알미늄 랩을 벗깁니다.

버터로 은근히 구워 낸 문어 구이였습니다.

김이 설설 오르는 문어를 한 입, 짭조름한 갯내음과 고소한 버터향이 어우러진 맛에 황홀해 졌습니다.

코끼리조개입니다.

생김새가 코끼리 거시기와 흡사합니다.

 

코끼리 '코'와 말입니다......- ,, -;;

'코'

 

대하까지,,, 쿠워어~~~~~~~~~~~~~

물위의 하룻밤,

혹시 강정수 감독의 영화를 떠 올리셨다면 패쓰~~~

90년대 초 같은 제목의 켄 폴리트의 소설이 떠 오릅니다(그 내용 속에 밤바다 위에서 회를 먹었다는 대목은 눈을 씻고 봐도 없음).

분위기가 무르 익어 갈 즈음 물 속에서 뭔가를 끄집어 올립니다.

이것 역시 다 먹어 줘야 합니다.

아아 성게 성게......!

성게가 이렇게 단 음식이던가요?

'무엇처럼 달다'고 비유할 음식이 마땅치 않았습니다.

 회를 먹다 지쳐 남은 돔을 구웠습니다.

밖에서 신나게 먹고 떠드는 일행을 보며 창살 안 MBC 이 모 기자가 오열을 합니다.

"노래 신청들 하세욤~~~~"

자정이 다 돼어서 수상가옥을 떠나 한산섬 안 팬션으로 왔습니다.

일행 아홉명 가운데 절반은 오자마자 곯아 떨어 졌고 나머지는 새벽 세 시까지 뒷풀이를 했답니다.

다음날 아침, 느즈막히 일어나 숙소 뒷 편 산책로를 따라 걸었습니다.

느긋한 걸음으로 십 분 남짓 걸었더니 왠 탑이?

이순신 장군의 한산대첩 기념비였습니다.

이 기념비는 고 박정희 대통령이 준공식을 며칠 앞두고 변고를 당하는 바람에 지금까지 '무허가' 건축물로

남아 있답니다.

이순신 장군에 대해 한마디, 우리가 알고 있는 이순신 장군 이야기는 사실 유신 정권 때 박 전 대통령이 계획해서 호국영웅으로 재탄생시켰다는 뒷담이 전해집니다. 어수선한 시절 국민들을 결집시킬 꺼리가 필요했던 것이겠죠.

한산섬의 해안선은 꽤 굴곡이 심합니다.

맞은 편 카페리 선착장이 같은 섬이라는 사실은 말해 주지 않았으면 몰랐을 겁니다.

나무에 가려 안 보이지만 아래 사진의 카페리 선착장 오른쪽에 제승당이 있습니다.

산책을 마치고 숙소로 돌아 갑니다.

'아아  아침식사는 뭘로 하나~~~~'

 

섬 맞은편이 통영입니다.

 

속소도착.

 

 

아침에 일어 났을 때 코를 자극하던 향기의 근원은 바로 장어탕, 한 시간 반을 우려 냈답니다.

국물이 뽀얗다 못해 노랬습니다.

보약을 먹는다는 기분으로 두 그릇을 거푸!

우리를 싣고 갈 통선이 도착했습니다.

'차박 차박 차박'

이번에도 앗싸구니님입니다.

한산섬의 작은 어촌 문어포 마을, 이제는 섬이라고 부르기 어색해진 거제도 사람이 이 곳에서 섬마을의 정취를 제대로 맛 보았습니다.

 

5년째 단짝.

 

 

문어포마을에서 뱃길로 5분 가량을 달려 수상가옥으로 다시 왔습니다.

밤에는 볼 수 없었던 광경이 펼쳐지고 있었습니다.

치어를 옮기는 과정입니다.

그물 사방을 들어 올려 바구니로 치어를 쓸어 담아 옆의 양식장으로 옮깁니다.

여기서 키운 물고기들은 육지의 횟집으로 간답니다.

하지만 이 곳에 찾아 오는 손님들은 예약을 받은 후 낚시나 정치망으로 잡은 자연산 활어를 먹게 된답니다.

 

 

개중에 죽어 나가는 놈들도 있는데 일일이 건져 냅니다.

수상가옥이 딸린 양식장 전경입니다.

'저 녀석이......오줌 눌라는데 눈치도 없이 ......'

통영의 마리나 리조트에서 출발한 요트가 투숙객들을 태우고 수상가옥 근처를 돌아 다닙니다.

한산섬 제승당 근처로 1시간씩 운항하는 카페리입니다.

수상가옥에서 두 시간여를 머물며 낚시를 했습니다.

부산에서 나고 자랐지만 낚시에는 흥미가 없는 나에게 채비를 끝낸 낚시대가 들려 졌습니다.

물이 맑아 입질을 하는 게 뻔히 보이지만 물릴리 없습니다. 국제신문 박 모기자가 손맛은 봐야 한다며 양식장 끝으로 저를 이끌었습니다.

거기에는 정치망으로 잡아 들인 온갖 생선들이 시쳇말로 '물반 고기반'이었습니다.

낚시를 드리운지 채 5분이 지나지 않아 손을 잡아 채는 느낌, 낚시대가 부러질 정도로 강한 힘이 느껴졌습니다. 겨우 겨우 감아 올렸더니 대략 30센티는 족히 될 법한 참돔이 올라 왔습니다.

동료 둘과 낚은 참돔 세마리가 점심 메뉴로 올랐습니다.

 

휴대폰 카메라 배터리가 달랑거려 촬영은 여기서 끝이 났습니다.

점심식사 후 통선을 타고 육지로 돌아 왔습니다.

 

지난 목요일 공을 차면서 다리를 다쳤기에 원래는 안 오려고 했었지요.

그랬으면 참으로 후회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1박 2일의 한산섬 나들이는 200% 만족스러웠습니다.

 

자리를 마련해 주신 국제신문 박 기자님, 좋은 데 델고 가 주신 리더님, 동료 여러분, 덕분에

즐거웠습니다.

 

감사합니다~~~~~

저작권자 © 뉴스사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