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천포항 횟집기행>온 가족이 떠난 나들이, 뿌듯함으로 채우다!

5월 28일은 석탄일, 드물게도 온 가족이 쉬는 날이었다.
지난 주 제주도로 수학여행을 다녀 온 애들과 주말에 서울을 다녀 온 나는 피곤했다. 아내도 힘들기는 마찬가지였다. 최근 집을 리모델링하느라 혼자서 공사 뒷치닥꺼리를 하다시피 했다. 모두에게 휴식이 필요했다.

현관문 밖이 부산스러운 소리에 잠이 깼다. 채 일곱 시가 안 된 휴일의 이른 아침, 아내는 공사가 덜 끝난 마당을 치우고 있었다.

'더 누워 있긴 글렀구먼......'

자던 옷 그대로 밖으로 나갔다.

"일 중독도 아니고... 무슨 사람이 쉬지를 않소?"

"그러면 누가 대신 치워 주요?"

하긴 그랬다. 애들이나 나나 아침에 나가면 별이 떠야지만 들어 왔으니 온갖 허드렛일은 아내의 몫이었다. 문제는 아내도 직장생활을 하는 것이었다. 1인 3역, 나는 원더우먼과 함께 살고 있었다.

정원의 잡목 가지를 자르고 공사 폐기물들을 마대자루에 쓸어 담으니 1톤 트럭 정도의 분량이 나왔다. 꼬박 두 시간이 걸렸다.

오전 열 시가 다 되어서야 늦은 아침을 먹었다.

"어디 가고 싶소?"

애들은 불만이겠지만, 가족나들이때는 아내의 의견이 최우선이었다. 제일 힘든 사람이니까.

"삼천포에 회 먹으로 갈래요?"

"두 말하면 입 아프쥐!"

주말 장거리를 다녀 온 뒤라 삼천포는 동네 마실 수준이었다. 차 상태가 시원치 않았지만 마음은 가벼웠다. 평소 탁 트인 남해 바다를 보고 사는 터라 올망졸망한 섬들로 가로 막힌 삼천포항은차라리 큰 저수지에 가까웠다.

항구 수산시장 주차장에 차를 대고 회센터로 들어섰다. 1층 횟집에서 산낙지 1만원, 회 3만원어치를 주문했다.

 

어릴 적 산낙지는 산에 사는 낙지를 말하는 줄 알았다. 서른이 넘어서야 원래 뜻을 알았으니, 괜히 가족들을 잘 데리고 다니지 않으신 아버지 탓을 해 본다.

주인아줌마가 도마 위에서 낙지 두 마리를 아주 아작을 내고 있다.

'탕탕탕~~~'

 

광어도 있고 가오리도 있다. 수산물 시장이야 말로 생명의 기운을 진하게 느낄수 있는 장소 아닐까.

 

 

익사체에 가장 먼저 달려 든다는 해삼......ㅡ ,, ㅡ;;;;

왠지 꺼림칙할 수도 있겠지만 어차피 삶과 죽음이 뫼비우스의 띠처럼 끝없는 반복 아니던가.

 

'건빵진 표정이로구나 학생......'

 

"살려 주세요" "살려 주세요"

 

회값을 치르고 2층 식당으로 올라 갔다. 관광객들로 빼곡한 틈을 비집고 바다가 보이는 창가에 자리를 잡았다.

 

쌍둥이들은 기특하게도 음식을 가리지 않았다. 산낙지도 녀석들이 주문했다. 

 

네 명이 먹기에는 버거운 양. 나는 바닷가에서 나고 자랐지만 회를 즐기지 않았다. 회식자리가 아니면 일 년 가야 한 번도 사먹지 않는 음식이었다.

 

밑반찬으로 나온 강낭콩! 나는 회보다 콩이 더 좋았다. 두 접시를 거푸 시켜 혼자 다 먹었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마트에 들러 콩 한 봉지를 사 왔다.)

 

먹다먹다 도저히 더 못 먹고 매운탕에 쏟아 넣었다.

 

모두가 만족했던 점심을 뒤로 하고 장을 보러 통영으로 향했다. 고속도로로 올 때와는 달리 꼬불꼬불한 지방도로를 택했다. 흔들리는 차를 요람삼아 녀석들은 잠이 들어 있었다.

얼마 전 중간고사 성적을 두고 첫째를 나무랬던 일이 떠올랐다. 훈계를 듣는 내내 불만스러운 듯 입을 꼭 다물고 있던 녀석은, "세상에서 제일 어려운 게 공부란 거, 지금 니들이 제일 힘든 고개를 넘는 중이라는 것 아빠가 잘 안다. 하지만 이걸 피해 가면 네가 원하는 미래는 없다" 라는 말에 울음을 터드렸다.

실제 그 나이 애들에게 제일 힘든 게 공부 아니던가? 미친 듯이 공부하지 않으면 또라이 취급 받는 현실......

짧게나마 쌍둥이들은 편안하게 잠들어 있었다.

통영의 한 대형마트에 도착. 제일 먼저 주차장 안 정비코너에 차 수리를 맡겼다. 언제부터인가 액셀레이터를 밟으면 소음이 크게 났고 타이밍 벨트도 수명이 다 돼 삐직거리는 소음이 거슬렸다. 진단을 받은 결과 이래저래 견적이 60만원을 넘겼다. 팬벨트, 타이밍 벨트, 엔진 플러싱, 100% 합성유 교환, 브레이크 오일 교환 등......

오후 5시에 시작한 작업이 밤 아홉 시가 다 돼서야 끝이 났다. 네 시간 동안 마트 안을 돌고 돌고 또 돌고...... 허기가 졌다.

웬만하면 이 마트에 있는 푸드코트는 안 가려 했지만 , '혹시나' 했던 것이 '역시나'였다.

막내는 이마트 푸드코트 음식맛을 이렇게 정의했다.

 

식성 좋은 네 가족이 음식을 남길 정도로 음식은 형편 없었다. 막내의 장난은 계속 됐다. 잔반으로 자신만의 레시피를 개발한다나......

 

마지막 팬 서비스도 잊지 않는 쎈스~

 

어슬렁어슬렁 마트 안을 거닐다 고객 휴게소의 놀이방 발견. 구경하던 이 여사의 엉덩이가 덜썩거리더니만, 결국 납시었다. ㅋㅋㅋ

 

밤 아홉시, 마침내 수리가 끝났다. 어둠이 내린 14번 국도를 타고 거제로 돌아오는 차 안에는 만족스러운 기운이 충만했다.

애들이 커 갈수록 함께 하는 시간이 준다. 고작해야 주일 저녁 한 끼 정도만 같이 먹을 뿐. 앞으로는 더 할지 모른다.

아이들과 가는 장소가 중복되는 경우가 많았다. 사진을 통해 같은 장소에서 변해 가는 자신들의 모습을 바라 보는 것도 색다른 경험이 될 것이라는 변명을 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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