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천시와 산청군 두고 장고.. 17일 이사회에서 결론 내릴 듯

한국항공우주산업(주)(이하 KAI)이 국내 항공산업 사상 최대 계약규모라 자랑했던 ‘A320 날개 하부 구조물’ 생산사업. 하지만 이 사업을 위한 공장이 어디에 들어설 것인지 여전히 미지수다.

지금까지 KAI가 생산 후보지로 꼽은 곳은 사천시와 산청군 두 곳. KAI는 먼저 사천시에 25미터 트레일러가 진입 가능한 6만6000제곱미터(2만 평)의 공장부지를 무상 임대해 줄 것과 오폐수처리시설 등을 지원해 줄 것을 요청한 바 있다.

▲한국항공우주산업(주)(이하 KAI)이 국내 항공산업 사상 최대 계약규모라 자랑했던 ‘A320 날개 하부 구조물’ 생산사업. 공장 후보지 선정이 이슈로 떠오르고 있다. 사진은 KAI 김홍경 사장(오른쪽)과 파브리스 브레지에 에어버스 최고업무책임자가 3월 20일(한국시간) 프랑스 툴루주에서 계약 체결 후 기념촬영하는 모습.
그러나 사천시는 난색을 표한 상태다. KAI측의 입맛에 맞는 후보지를 당장 제시할 수 없다는 게 그 이유다. 이미 조성돼 있는 산업단지 중에는 축동구호농공단지가 있으나, 오폐수처리시설을 추가로 설치해야 하고, 사업부지가 약간 비좁다는 이유 등으로 KAI측이 거부했다는 설명이다.

스포츠파크 조성 예정지로 지목되는 용현면 종포지구에 공단을 조성하는 방안도 검토했으나, 신규 공단조성에 들어가는 비용이 만만찮고, 특정 기업에 장기간 무상임대 조건으로 사업을 추진하는 것 또한 사천시로선 부담이어서 확답을 못한 상태다. 설령 신규 공단조성을 추진하더라도 2014년에 제품생산에 들어가야 하는 KAI 입장에선 납품일정을 맞추기 힘든 상황.

이런 탓에 KAI는 산청군 금서제2농공단지로 눈길을 돌렸다. 산청군은 현재 KAI에 해당 부지를 10년간 무상임대 해주고, 오폐수처리시설도 설치해 줄 의향이 있음을 밝힌 상태다. KAI 측이 제시한 1000억 원 가량의 시설투자와 수 백 명의 고용창출효과 등을 매력으로 받아들이는 눈치다.

하지만 KAI는 장고를 거듭할 뿐 이렇다 할 결론이나 구체적인 후속 행동을 보여주지 않고 있다. 산청군 관계자는 “우리로선 MOU를 체결하는 등 후속 조치가 뒤따르기를 기대했는데 아직 아무런 이야기를 듣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사천시 관계자 역시 “시장과 KAI사장이 두 차례 만났으나 진척이 별로 없는 상태다”라며, 관련 논의의 진행이 답보상태임을 밝혔다.

▲ 에어버스사의 A320 모습. KAI 제공.
이런 가운데 17일 열리는 KAI 이사회에서 이 문제가 매듭지어질지 관심을 끈다. KAI 대외협력실 관계자는 16일 전화통화에서 “(A320 날개구조물 생산)관련 안건이 정식으로 상정되지는 않는 걸로 안다. 민감한 사안이라 구체적으로 언급하기 힘들다”고 밝혔다.

하지만 2014년부터 에어버스사에 날개구조물을 납품해야 하는 KAI로서는 시간이 급한 상태, 따라서 이번 이사회에서 이 문제를 매듭지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

그럼에도 사천시는 “더 이상 어쩔 수 없다”며 손을 놓은 상황이다.

사천시 김태주 지역경제과장은 “가장 유력한 방법이 현재 KAI가 보유한 산업단지 5만 평 중 일부를 먼저 사용하는 것인데, 이에 대해 난감을 표하니 어쩔 수 없지 않나”라고 하소연했다.

▲ KAI는 향후 중형기 완제기 제작 시설을 갖추기 위해 KAI1공장 인근에 약 16만제곱미터(5만평)의 산업부지를 확보하고 있다.
실제로 KAI는 KAI1공장 인근에 약 16만제곱미터(5만평)의 산업부지를 확보하고 있으며, 향후 중형기 완제기 제작 시설을 갖출 예정이다. 따라서 이 사업을 위해 해당 부지를 아껴 놓겠다는 게 KAI의 계획이다.

반면 사천시는 해당 부지 가운데 일부를 먼저 사용하고 나면, 이후 KAI1공장과 KAI2공장 사이에 산업부지를 추가 조성해 KAI에 공급하겠다는 입장인 셈이다.

A320 날개구조물 생산부지를 둘러싼 KAI의 고민. 과연 어떤 결론을 내놓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앞서 KAI는 지난 3월 20일, 세계적 항공사인 에어버스사와 최소 12억 달러(1조3488억 원) 규모의 A320 날개구조물 생산 계약을 체결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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