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한 국물에 경상도식 김치, '서울설렁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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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한 국물에 경상도식 김치, '서울설렁탕'
  • 이영주
  • 승인 2012.04.03 17:14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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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천맛집기행>모든 일을 홀로 척척.. 주인아주머니는 천하장사!

▲ 뽀얗고 진한 국물의 설렁탕.
천하장사다!

‘서울설렁탕’ 정현숙 사장(56세)은 천하장사이다. 정말로 씨름 선수란 말은 물론 아니다. 노동량이 굉장하다는 뜻이다.

서울설렁탕집의 구조는 그야말로 옛날식 그대로이다. 홀에 입식 식탁이 하나 달랑 있고, 신발을 벗고 올라가야 하는, 식탁이 5-6개 배열된 긴 방이 이 식당의 주된 공간이다. 또한 평소에 거실로 사용하기도 하는 안방이 있고, 여기에도 손님을 받는다.

부엌에서 시작하여 모조리 무르팍 높이의 문턱이 있는 방들을 혼자서 설렁탕과 묵직한 김치 단지를 들고 나른다. 설렁탕을 끓여내 손님에게 내어가고 반주를 시키면 소주를 갖다 주기도하고 때로는 집에서 담근 가양주인 매실주를 내 놓기도 한다. 이 모든 일을 혼자서 다 해 낸다. 매일 문턱을 오르내릴락 하며 움직이는 동선이 만만치 않을 것이다.

▲ 서울설렁탕의 김치는 젓국과 태양초 고추로 사장님이 직접 담근단다. 경상도식 진한 맛이 난다.
어디 그 뿐이랴. 설렁탕에 따르는 밑반찬인 배추김치를 혼자서 다 담근다. 김치란 것도 제대로 담으려고 하면 수공이 대단하다. 배추를 가리는 데에서부터 갖은 양념을 장만하고 다듬고 버무리는 과정이 어디 만만한 일이냐 말이다. 더욱이나 설렁탕집의 김치는 그야말로 탕 맛을 가늠케 하는 것이 아닌가. 식당을 치우고 정리하는 눈에 보이지도 않는 잡일도 참 많을 것이다. 이 모든 일들을 다 혼자서 해 낸다.

시골의 텃밭도 가꾸고 그 밭에서 심은 배추와 양념거리도 실어낸다. 동산에 있는 매실나무에서 나온 매실로 술을 담그는 일도 여주인 몫이다. 설렁탕의 영양가가 높긴 높은 모양이다. 이 많은 일을 다 해 낼 수 있는 에너지를 공급해 주고 있으니 말이다.

가히 장사라고 할 만한 여주인과 인터뷰를 해 보았다.

"재료가 좋아야 할 터인데 어디 것을 사용합니까?"

"쇠고기는 한우를 씁니다. 그래야 맛이 우러나고 수육도 제대로 나오지요."

혼자서 가게를 꾸려 나가는 정현숙 사장
여주인은 솔직하다. 이런 말을 하면서 배시시 웃는다.

“좋은 고기는 수육으로 사용하고, 부스러기는 탕에 얹어 내지요. 아무래도 그렇게 되요. 수육은 따로 돈을 받으니까요.”

사골과 소고기를 함께 넣어 8시간에서 9시간 정도 푹 고아내어 손님상에 올린다. 생각보다 긴 시간을 고우는 것은 아니다. 이 정도면 충분하단다.

김치는 칼칼한 맛이다. 김치 속에 들어가는 양념 중에 마늘과 고추에 신경을 특히 써는데, 고추는 태양초를 갈아 넣고 마늘은 시골 밭에 심어 키운 것이다.

“마늘이 많이 들어가는데 마늘 깔 때, 물에 불려서 까면 안 돼요. 그러면 까기야 편하지만 김치에 누린내가 나니까요.”

마늘을 물에 불려 사용하면 누린내가 난다는 사실을 처음 알았다.

전주 출신 여주인이라면 양념이 많이 녹아있는 묵직한 전라도 식 김치 맛이 나올 듯 하지만 아니다. 그렇다고 대부분의 설렁탕집에 따라 나오는 달큰하면서도 가벼운 서울식 김치 맛도 아니다. 그야말로 경상도 식이다. 정 사장의 사연을 들어보니 어쩐지 알 듯도 하다.

▲ 이 가게에는 설렁탕도 유명하지만 수육 맛도 일품이다.
19세 소녀적에 광주로 군대 살러 온 장정을 만나 운명이 되어 버렸다. 어린 나이로 시집 온 소녀가 어떻게 김치 담그는 법을 배워 왔겠는가? 남편의 고향인 사천에서 모든 것을 배웠을 것이고 그러니 사천식이고 경상도 김치일 수밖에 없다.

88년에 정식집인 평화식당으로 시작하여 이제는 전문적인 설렁탕집이 되었다. 24년이란 세월이 훌쩍 지나갔다. 전주가 고향인 17세 그 때의 앳된 소녀는 남편 고향인 사천에서 이렇게 찬찬히 늙어 간다. 인생이란 그런 것이 아니겠는가?

▲ 서울설렁탕의 또 다른 매력 매실주! 사장이 직접 담근단다.
요즈음은 매주 금요일 마다 비가 온다. 지지난 주 만해도 봄비라고 할 수 없었는데 오늘 내리는 비는 그야말로 봄비이다. 설렁탕과 매실주에 몸이 데워져 있어서인지 보슬보슬 내리는 비를 굳이 피하는 사람이 없다.

오늘의 맛 집 시식 행사 스폰서로 기꺼이 참여해 준 내 고추 동무가 은근히 2차를 하자고 청한다. 이런 날은 피할 수 없다. 빗물에 어리는 술집 네온 빛이 너무 매혹적이니까. 내일이 휴일이란 데 기대어 ‘한 잔 또 한 잔’을 마시는 수밖에!

밤은 깊어가는 데 좋은 벗들과의 정겨운 이야기에 취해 술에 취해 시간이 흘러지나가는 줄도 모르고 만취한다.

▲ 가게 전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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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옹 2012-04-16 16:50:36
파송송과 뽀오얀국물...가마솥...깍두기와 야들야들 수육...
꼭 더해져야 하는것 어머니의 천하장사의 정신!!
이런것들이 어우러졌을때...멋있는맛집이 되는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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