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어버스사와 최소 12억 달러 계약.. 그러나 공장은 어디에?

한국항공우주산업㈜(이하‘KAI')이 국내 항공산업 사상 최대 규모의 수주에 성공했다고 알려왔다.

KAI는 20일, 프랑스 툴루주(Toulouse)에서 김홍경 KAI 사장, 파브리스 브레지에(Fabrice Brégier) 에어버스사 최고업무책임자 등 업체 관계자들이 참석한 가운데 ‘A320 날개 하부구조물(Wing Bottom Panel, 이하‘WBP') 계약 수여(Contract Award) 서명식’을 갖고 “앞으로 KAI가 A320 WBP을 독점공급하게 된다”고 발표했다.

KAI측은 “금번 수주는 최소 12억 달러(1조3488억 원) 이상으로 국내 항공산업 사상 최대 규모이며 A320이 생산 중단 될 때까지 계속되는 사업”이라며, “신규 공장 건설과 개발 기간을 거쳐 오는 2014년부터 2025년까지 연간 500대 규모의 A320 WBP을 수출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에어버스사의 A320은 200개 이상의 항공사에서 운항 중인 세계적인 베스트셀러 기종으로 현재 후속 기종의 개발이 지연되고 있다. A320의 생산이 2030년까지 연장될 경우, KAI의 수주 금액도 17억 달러이상으로 늘어날 전망이다.

▲ KAI 김홍경 사장(오른쪽)과 파브리스 브레지에(Fabrice Brégier) 에어버스 최고업무책임자가 20일(한국시간) 프랑스 툴루주(Toulouse)에서 'A320 날개 하부구조물' 관련 계약을 체결한 뒤 기념촬영하는 모습. KAI 제공.
KAI측은 “세계 최대 민간 항공기 제작업체인 에어버스사가 핵심 부품 사업권을 협력업체로 이전하여 독점 공급하게 한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이라며, “KAI의 설계, 품질, 납기 등 사업관리 능력을 세계 최고 수준으로 인정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로써 KAI는 A350 날개 골격(Wing Rib)과 A320 날개 상판(Wing Top Panel), B787 날개와 동체 연결 부품 수주에 이어 금번 A320 WBP 수주를 성사시키며 미국, 영국 등 항공선진국 10개국에서만 가능했던 중대형 항공기의 주날개 생산 인프라를 모두 확보하게 됐다.

KAI는 에어버스뿐만 아니라 보잉과도 전략적 파트너로서 높은 경쟁력을 인정받아, 20년 이상 협력 관계를 유지하고 있으며 양사가 생산 중인 거의 모든 기종의 주요 부품을 공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따라서 향후 성장 방향도 민수사업분야를 염두에 두고 있다. 이와 관련해 KAI 관계자는 “앞으로 항공산업은 여객‧화물의 수요 증가에 따라 민항기 위주의 민수사업을 중심으로 성장할 것”이라고 설명하고, “지속적인 민수 수출 확대를 통해 정부가 목표하고 있는 2020년, 세계 Top7 항공선진국 진입을 견인하겠다”고 밝혔다.

실제로 KAI의 전체 매출에서 민수사업이 차지하는 비중이 꾸준히 늘고 있다. 회사 설립 당시 13%대이던 것이 2011년 40%로 높아졌으며, 올해는 50% 이상으로 늘어날 것이란 게 KAI의 전망이다. 이에 따라 2000년 983억원이던 민수사업 매출은 올해 8590억원으로 늘어날 것으로 기대된다.

▲ 에어버스사의 A320 모습. KAI 제공.
한편 KAI와 에어버스사 사이에 계약한 ‘A320 날개 하부 구조물’의 생산이 어디서 이뤄질지가 큰 관심거리다. KAI는 “공장을 신축할 수밖에 없다”는 입장을 밝히면서도 신축 공장의 위치에 대해서는 “계획을 확정한 바 없다”며 입장 표명을 유보하고 있다.

그러나 사천시와 산청군을 두고 저울질을 하고 있는 것은 분명해 보인다. 그 동안 KAI는 사천시에 25미터 트레일러가 진입 가능한 6만6000제곱미터(2만 평)의 공장부지를 무상 임대해 줄 것과 오폐수처리시설 등을 지원해 줄 것을 요청해왔다.

이에 대해 사천시는 ‘KAI의 요구조건을 당장 수용하기가 어렵다’는 반응을 보였다. 나아가“ KAI가 현재 보유한 공장부지(5만여 평)에 신축할 것”을 거꾸로 요청했다.

그러자 KAI는 “보유 중인 땅은 부품공장이 아닌 완제기 생산을 위해 써야 한다”며 인근 산청군으로 눈길을 돌렸다. 산청군 금서제2농공단지를 염두에 둔 것이다.

이에 산청군은 ‘10년간 무상임대’ 등 긍정적 조건을 제시하며 KAI공장유치에 적극적인 반응이어서, 관련 공장이 산청으로 넘어가는 듯 보였다.

하지만 20일 현재 KAI는 공장신축부지에 관해 결정된 것이 없다며 언급을 피하고 있어 향후 어떤 결론을 내릴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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